또 다른 숨 가쁜 소리

   어제 금요일 [이야기]라는 SBS방송국 프로에……, 얼마 전까지(벌써 1년 반이 됨) 쌍용 자동차에 13년을 근무했던 용재 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기 아파트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용재 씨는 기자의 노력 끝에 알고 보니 쌍용자동차 회사가 상하이 자동차 회사로 넘어가던 그 시절에 노사분규로 극심한 파업투쟁 노동현장에 있었습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그 투쟁현장에서 착한 용재 씨는 동료들을 등지고 빠져나올 수도 없어서 그곳에 있었고… 결국 아내에게 이혼당해서 자식과도 헤어져 살게 되었고… 파업투쟁이 끝나 정리해고 된 뒤에 빈 집에 온 용재 씨는 집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도 나가라 하고 혼자서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물 한 방울이 절실했던 투쟁현장의 경험 때문에 2리터 생수가 1,600개나 쌓여 있었고 라면박스에, 햇반 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아아, 그 수없이 많은 물품들 속에 이제 학교에 들어갈 자녀에게 줄 책가방 하나 잘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노트북이 다섯 대 문밖이 보이는 창으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아직도 그는 혼자 자기 집에서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심각한 정신적외상증세…… 생명, 그 가쁜 숨소리는 정신적인 피해망상에 이르기까지 아주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그 방송을 보면서 나는 내 기억에 남은 또 다른 영상이 떠오릅니다.

   가끔 번화한 사거리에 서서… 정부종합청사 앞에 서서… 재벌 기업본부 앞에 서서… 피겥 하나 달랑 들고 일인시위를 하는 외로운 사람들! 지나가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묻지도 않는…   아하, 그들도 그렇게 외롭고 죽을 것 같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던 것이군요.

   굳어진 사회 구조 때문에 내몰린 그들의 외로운 가뿐 숨소리가 이제야 내 가슴을 칩니다.

   용재 씨는 방송국과 119 구조대와 경찰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 갔습니다.   용재 씨의 그 가쁜 숨이 죽음에 이르지 않고 마침내 생명으로 되살아오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덤 목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