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신인인가?

예수님은 이 땅에서 사셨던 기간과 그 공생애를 끝낸 이후가 아주 분명하게 구별된다. 교회 역사에서는 예수님에 대해 신인(God-Man)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이면서 인간이고 인간이면서 신이시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동정녀 탄생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가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났다. 동정녀 탄생이라고 불린다. 여기에서 강조점은 동정녀가 아니다. 마리아가 아니라는 말이다.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것이다. 성령으로 잉태되기 이전에는 예수님이 아니다. 성자이다. 성자가 육신을 입어 사람인 예수님이 된 것이다. 이를 성육신이라고 부른다.

동정녀 탄생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수용되지 않는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을 통한 잉태라는 자연의 일반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수용을 바랄 수 없다. 동정녀 탄생은 신에 의해 가능하였던 일이다. 신이 필요에 의해 자연법칙을 뛰어넘어서 행한 일이다.

성육신을 말하면서 동정녀 탄생은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자유주의 신학을 토대로 하는 현대신학을 따르는 이들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동정녀 탄생이 아니라는 말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정자와 난자의 만남 이전이란 무(無)이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태어났다는 말은 그 이전은 무라는 뜻이다. 그 이전의 신이란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성육신은 수용하면서 동정녀 탄생은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성육신과 동정녀 탄생은 함께 움직인다. 예수님은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성령으로 잉태되어 이 땅에 태어나셨다.

신이라는 근거가 없다

예수님이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록은 성경에 없지만 예수님은 그 기간을 거쳤다. 다른 아기와 같이 어머니인 마리아의 젖을 먹었고 대소변을 구별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수님은 지혜가 충만하여졌다(누가복음2:40). 신인이라면 처음부터 지혜가 완전한 상태일 것인데도 아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돌 성전이 무너지는 때에 대해 자신은 모른다고 하셨다. 성부만이 아시고 아들인 자신은 모른다고 하셨다(마태복음24:36). 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는 공생애 중에 큰 능력을 행하셨다. 일반적인 인간이 도무지 행할 수 없는 능력을 행하셨다. 그에 대해 예수님은 스스로 성령님을 힘입어 그 일을 행하신 것으로 말씀하셨다(마태복음12:28).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들은 과거에 선지자들을 통하여서도 행해졌다. 선지자들도 성령을 힘입어 그런 능력을 행할 수 있었다. 만약에 예수의 특별한 능력 행하심이 신의 표라면 선지자들도 신이라고 말하여야 한다. 선지자의 능력 행함이 신의 표가 아니라면 예수님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자연을 통제하는 면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성령님의 능력으로 행한 것이기에 결과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예수님의 몸과 지성 그리고 능력 행함은 그 자체로 신이라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성령님을 통하여 신의 뜻을 이루셨음을 보여준다. 이 땅에서의 예수님에게 있어서 어떤 면이 신이라고 이야기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신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그 어떤 면도 없다. 성경은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인이라고 해야만 바른 이해인 것처럼 생각한다. 성경의 가르침과는 다른 고정관념이다. 세뇌로 굳어진 고정관념이다.

사람인 예수님

성경은 그 어디에서도 이 땅에서의 예수에 대해 신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예수님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셨다. 요한 사도는 이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선언하였다. 태초부터 있던 중보자(로고스)가 육신이 되셨다(요한복음1:14)는 것이다. 신인이 되셨다고 하지 않고 사람이 되셨다고 선언하였다. 바울 사도도 성자가 자기를 비워 사람이 되셨다고 증거하였다(빌립보서2:7).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신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복음16:16)라고 고백했다. 그리스도란 구약 성경에서 신이 이스라엘에게 약속한 메시야 곧 구원자라는 뜻이다. 베드로는 그 당대의 정치적 메시야관을 그대로 가지고서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라고 고백하였다. 이어서 살아계신 신의 아들이라는 고백하였다.

과연 그 당대의 베드로가 성자가 사람이 되셨으며 신인이라는 의미가 담아 말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여지는 거의 없다. 유대인들은 유일신 사상으로 전 세계관이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야웨만이 신이며 다른 모든 존재는 피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령도 신의 능력으로 생각했지 인격적인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에게 영원한 나라의 권세를 받는 인자(다니엘7:13-14)도 피조물의 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야웨와 동등한 본질과 능력과 권세를 가지신 성자라는 개념은 생길 수가 없다.

신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성경의 용례에 입각하여서 이해하여야 한다. 성경은 사람에 대해서 신의 아들(창세기6:4)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스라엘의 재판장의 경우에는 신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재판장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가 엘로힘이다(출애굽기21:6상). 엘로힘은 전능하신 신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구약 성경에는 이런 경우가 제법 있다.

베드로가 말하는 신의 아들이란 그 당대의 유대인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스도를 정치적인 구원자로 생각한 것과 같다. 그의 고백은 예수님이 신께서 보내신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예수님이 참 믿음의 사람으로서 이스라엘의 재판장 다르게 말하면 심판자라는 뜻이다. 신을 대리하여 이스라엘의 살고 죽음을 결정하는 존재라고 말한 것이다. 신과 같은 신성을 가진 존재로서 신인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베드로에게 야웨와 동등한 신으로서의 성자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나다나엘의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확실하게 된다. 그는 예수님을 처음 대면하면서 “당신은 신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요한복음1:49)라고 말했다. 이 말이 성자를 가리키지 않음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일신론의 관점 안에서 신의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성자가 육신을 입으신 분이 예수라는 인식은 부활 이후에 생겨났다. 성경 어디에서도 이 땅에서의 예수님을 신인이라고 말씀하고 있지 않다.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신성으로 충만한 육체

바울 사도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골로새서2:9)라고 말씀한다. 표면적으로는 신인 양성론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생각되지만 깊이 있게 살펴야 한다. 골로새교회는 골로새에서 신의 부르심을 받은 신자들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그분의 몸으로서 살아가는 신자들이다. 골로새교회에게 예수님의 그리스도 되심은 그분의 십자가 죽으심에 기초한 것이다. 전도할 때에 이 땅에서의 예수님의 인격과 삶을 말하지 않고 그분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말한다. 그 수용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것이다.

바울 사도는 앞에서 골로새교회가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로 받았다고 말하였다. 이때의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은 십자가 죽으심으로 인간들의 죄 값을 지불하신 예수님을 가리킨다. 십자가 죽으심 없이 예수의 그리스도 되심은 없다. 그분을 주로 받았다. 인격과 삶의 주인으로 받았다는 뜻이다. 초대교회에게 그리스도나 주로 받은 예수님은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 이후의 예수이다.

초대교회는 이 땅에서의 예수님을 토대로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하신 예수께로 나아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먼저 받고 이 땅에서의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복음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바울 서신에는 이 땅에서의 예수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예수님은 신령한 몸으로 부활하셔서 승천하셨다. 그 예수님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몸-로 거하신다. 그 안에서 골로새교회도 충만하여졌다. 교회는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 이전의 이 땅에서의 예수님 안에서 충만해지지 않는다. 죽으시고 부활하셨으며 승천하셔서 성부와 함께 성령님을 보내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해진다. 그분은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이시다.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는 그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셔서 성령을 보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다른 사람과 다른 점

예수님은 출발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과 다르다. 다른 모든 사람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이 땅에 존재하게 된다. 예수님은 그 이전에 성자였는데, 자기를 비우심으로 사람이 되신 분이다. 이 과정에서 마리아는 다른 모든 어머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로마 가톨릭의 성모 숭배 사상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 그녀를 신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는 전혀 무관하다.

여기에는 예수님을 신인으로 말하는 잘못된 교리가 작용하고 있다. 삼위일체를 '3=1'로 생각하는 잘못된 이해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예수님이 신인이고 또한 신이시기에 마리아는 신의 어머니라는 잘못된 교리가 형성되었다. '3=1'로 생각하는 삼위일체론과 신인 양성론이 바뀌어야 성모 마리아 숭배 사상이 없어질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로마 가톨릭은 성모 숭배 사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가톨릭 신자라도 바른 사고를 통해 깨어나야 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예수님은 마지막에 있어서도 모든 사람과 다르다. 삼일 만에 부활하셨고 승천하셨다. 그리스도이시며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되찾은 주님으로 높아지셨다.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기 이전의 독생자 신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신의 독생자이심이 확증된 것이다(로마서1:4).

사람의 본

예수님의 공생애 초반에 광야에서 마귀로부터 시험을 받는 내용이 있다. 40일을 금식하는 가운데 주어진 시험이다. 그 시험은 첫 창조 때의 아담에게 주어진 마귀의 시험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담은 최고의 조건에서 행해진 시험에서 넘어졌고 예수님은 최악의 상황에서 행해진 시험을 이겼다. 그때에 예수님이 신인이었다면 대조 자체가 성립되지를 않는다. 아담은 사람이기에 넘어졌고 예수님은 신인이기에 넘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예수님의 삶의 모든 부분은 신자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다. 될 수가 없다. 그 삶은 신인이기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인이기에 밤이 새도록 기도할 수 있었다. 신인이기에 모든 유혹에서 이길 수 있었다. 신인이기에 성부께 온전히 순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자들은 단순한 사람일 뿐이기에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살 수가 없다. 이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 땅에서의 예수님을 신인으로 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꼭 그렇게 규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이 아닌 신인으로 보는 것은 성경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여러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있었던 순종을 약화시킨다. 한 사람이 아닌 신인이기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높이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신인양성론은 잘못된 것이다.

예수님을 바르게 높이는 길은 성경의 기록과 같이 낮아지신 이 땅에서의 예수님을 바르게 드러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워 인간이 되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낮아지심을 말하여야 한다. 신인이라는 절반의 비움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완전한 비움을 말하여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을 바르게 높이는 길이다.

역사적 예수

예수님이 신인이 아니라 사람이시기에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는 의의가 크다. 엔 티 라이트(N. T. Wright)는 <예수님과 하나님의 승리>에서 예언자로서의 예수님을 말한다. 새 시대를 가져오시는 분, 새 백성을 일으키시는 분, 떠나간 신이 다시 돌아오게 하시는 분으로 그 인격과 사역을 정리한다. 주어진 자료에 근거한 정당한 연구 결과이다.

꾸며낸 이야기를 통한 소설식의 이야기가 많다. 예수님이 인도에 가서 불타의 가르침을 배워왔다거나 그분과 마리아 사이에서 자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그에 해당된다. 인간의 호기심을 이용해 배불리려는 상술의 결과이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른 연구 결과를 통하여 이 땅에서의 예수님이 온전히 드러나고 그분을 따르는 기독교가 될 때에 소망이 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은 “야웨가 온 땅의 왕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자'의 신원은 악의 단번의 패배와 전 세계적인 나라의 수립을 보게 될 것이다”(922쪽)라고 말했다.

온전한 사람인 예수

예수님은 한 사람이셨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본체이신 성자께서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사람들과 같이 되었다고 말씀했다. 신인이라면 사람들과 같지 않다. 같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다르다. 잘못된 주장이라는 말이다. 그분은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한 사람이셨다. 동시에 그분은 참 사람이셨다. 온전한 사람이셨다. 완전한 신의 형상이셨다.

그분의 생애는 참 사람, 온전한 사람, 완전한 신의 형상으로서 교회와 신자에게 본이 되신다. 나아가 비신자들에게도 본이 되신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온전한 안내자가 되시는 것이다.

현실 기독교의 문제는 예수님을 바르게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바르게 닮지 않는 것이다. 그로 인해 비신자들에게 참되고 온전한 사람의 안내자로서 예수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