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여행자와의 대화

교회의 한 형이 가족들과 성지 여행을 다녀왔다. 성지는 거룩한 땅이 아니라 성경 지리의 줄임말이다. 바울 사도의 선교 여행지와 이스라엘 지역 방문이었다. 대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여행할 지역에 대해 미리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알차게 다녀왔단다. 신앙 인격, 성경의 가르침 이해, 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삶의 태도 등에 있어서 참 존경스러운 지체이다.

소아시아 지역에 대한 여행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바울 사도가 그렇게 힘을 써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운 지역인데 지금은 흔적 정도일 뿐이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의 라오디게아 교회는 회개하지 않으면 토하여 내치시리라는 선언을 들었다. 미지근했기 때문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섞여 있는 상태이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가 함께 섞여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과 세상을 함께 추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혼합주의이다.

그 당시에 칭찬을 들었던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앙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십계명에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계명을 지키는 언약의 백성들이 천대까지 복을 누리리라고 말씀하셨다. 한 세대를 30년 정도로 잡으면 3만년이다. 물론 천대가 실질적인 년 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신앙의 전승을 통해 누릴 복에 대한 강조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그런 면에서 소아시아 지역의 현재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평소에 환상을 말하는 타입이 아닌데, 여행 중에 너무 선명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너무 강렬하여 지금도 선명하단다. 이 땅의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인데, 세속화와 재정이라는 두 가지였단다.

연속되는 예수님의 세 비유

마태복음25장에는 열 처녀 비유, 달란트 비유(세 종들의 비유), 양과 염소 비유가 나온다. 각 비유에는 모두 구원과 멸망에 대한 내용이 함께 있다. 비유의 일차적인 대상은 감람산 비유와 연결되어 그 비유들을 듣고 있는 제자들이다. 제자들은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으로서 주인의 집사람들에게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만약 동무들을 때리며 술친구들로 더불어 먹고 마시면 심판을 받는다.

비유들의 의미는 명확하다. 사도들로 부르신 이들에게 전해지는 사도적 복음이기에 명확할 수밖에 없다. 진리의 기둥과 터인 교회를 교회는 사도적 복음이기에 명확하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면 그 교회를 세울 수가 없다.

열 처녀 비유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미련한 다섯 처녀와 같으면 혼인잔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지혜로운 다섯 처녀와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동일하게 불이 켜진 등을 가지고 있었다. 기름이 채워져 있었다는 말이다. 비유를 해석함에 있어서 사용된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하셨다. 의미 부여가 성경적인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기름이 성경에서 성령님에 대한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생각하면 양자에게 동일한 성령님의 부으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은 지혜로운 다섯 처녀는 따로 기름을 담은 그릇을 준비하였고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름을 준비하였다는 것은 성령님의 다스림을 받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곧 성령님을 위하여 심는 성도이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를 위하여 심었다는 것이다. 이 비유를 정확하게 이해한 바울 사도는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님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님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 6:8)고 말씀하였다. 이러한 대조는 비신자와 믿는 자나 가라지와 믿는 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동일한 성도에게 주어진 경고이다.

세 종들의 비유

한 달란트 받은 종과 같으면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기고 거기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아야 한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받은 종들도 다 함께 주인의 집에서 일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애초부터 주인의 종이 아니었던 무리들과는 구별된다. 달란트의 차이는 있으나 달란트를 맡겨졌다는 사실에는 차이이 없다. 주인에게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달란트란 하나님께서 맡기신 하나님 나라의 일을 뜻한다. 하나님 나라의 일은 가라지나 비신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양과 염소의 비유

염소와 같으면 영광의 왕으로 오시는 주님을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주님을 애초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인자의 말씀을 듣고 자연스럽게 ‘주여’라고 부르며 주님을 잘못 대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양들과 동일한 물음이었는데, 인자는 그 물음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셨다.

양과 염소의 갈림길은 주님을 주님으로 인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주님을 주님으로 영접하며 살았느냐는 데에 있다. 승천하신 이후에 주님은 지속적으로 그의 몸인 교회에게 오신다. 다만 모습이 바뀌어서 올 뿐이다. 그러한 변화된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주님으로 영접하며 살았느냐, 살지 않았느냐가 양과 염소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세 개의 연속되는 비유는 그 출발에 있어서는 양자가 동일하였으나 마지막은 정반대인 경우를 말씀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전혀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을 앞세워 제자들을 권면하시는 분이 아니다. 어리석은 다섯 처녀나 한 달랄트 받은 종 그리고 염소에 대한 내용은 결코 경계를 위한 예증 정도가 아니다. 예수님은 어떤 경우에도 그러한 방식으로 제자들을 나아가 그의 몸인 교회를 권고하시는 분이 아니다. 언제나 사실이 되는 진리로서 말씀하시는 분이다. 마지막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양자는 모두 신자에게 현실이다. 어느 쪽이 되느냐는 당사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바울 사도의 고백

바울 사도는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간다(빌 3:14)고 하였다.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이 무엇인가? 문맥에 의하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는 것이다(빌 3:11). 몸의 부활이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부활하였다. 몸의 부활은 소망이다. 그는 그 소망을 위하여 과거에 자신이 한 일은 잊어버리고 달려간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사명을 이루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몸의 부활에 이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의 부활은 몸의 부활에 대한 보증이다. 동시에 몸의 부활을 바라보고 과거에 자신이 행한 것은 잊어버리고 계속적으로 사명을 따라 달려가는 것을 요청한다.

바른 구별

사도의 권면에 항상 복종하는 것,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는 것은 모두 순종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다. 현재형 구원과 미래형 구원과 관련하여 성경은 지속적으로 순종을 말씀하고 있다.

성경은 과거형 구원에 관해서는 오직 믿음 곧 영접함인 믿음만을 말씀한다. 반면에 현재형 구원과 미래형 구원에 관해서는 의지함인 믿음과 순종을 함께 말씀하고 있다. 이는 인간적인 생각을 앞세워 성경을 읽지 않고 성령님의 조명을 소망하며 읽는 모든 신자에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인간적인 관점을 성경에 집어넣어 성경을 왜곡하지 않는 한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현혹하는 주장들

예수님의 세 비유에는 영원한 구원과 영원한 멸망이 너무나 명백하게 함께 담겨 있다.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른 의도를 가지지 않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으면 너무나 분명하다. 어느 한쪽만 말하는 것은 왜곡이다. 그렇게 잘 포장하여 성도들이 듣고 수용하게 만들어 따르게 하는 것은 현혹이다.

무조건적 견인론자들은 영원한 멸망을 어떻게든지 희석시키거나 무시한다. 너무나도 분명한데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엉터리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본문을 가져와서 덧입힌다. 그렇게 하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대학생 시절에 전국 수련회에 참가하였다. 강사님의 설교가 내게는 너무 좋았다. 그 당시에 일반 교회에서 난무하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범화가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였다. 저녁 집회 후에 개인적으로 세 종들의 비유에 대해 질문했다. 답을 못하셨다. 교회의 담임목사님께 여쭤보라고만 대답하셨다. 희석시키거나 무시하는 태도에 비하면 정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부활이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을 때에 결정되었단다. 그 이후의 삶에 의해서 변동되지 않는단다. 바울 사도의 고백과 전혀 다르다. 그는 얻었다 함도 아니고 이루었다 함도 아니며 잡으려고 좇아간다고 했다.

바울 사도에게 있어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곧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이다. 상은 영생에 더하여지는 그 어떤 것이 아니다. 영생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였으면 영생은 결정되어 불변이고 삶은 상(급)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그것을 계속 말하면서 성도들을 끌어간다. 현혹이다.

바른 분별

앞에 언급한 형은 교회적으로 성지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등학교 내지는 대학생 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딸은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눈물을 흘리면서 교회다움, 신자다움에 대해 간증했다고 한다. 하나님을 바르게 온전히 의지하는 삶에 대한 귀한 도전이었단다. 그런 면에서 참 부러웠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성경의 가르침에 인간적인 생각을 덧붙이는 행위를 버려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님이 아무리 멋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다. 우상이다. 인간적으로 아무리 수긍하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성경의 가르침대로 하나님을 말해야 한다. 그분의 은혜, 그분의 역사, 그분의 뜻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적인 고집을 버려야 한다. 진술된 내용을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들어야 한다. 표면적인 내용과 해석의 결과가 정반대라면 잘못된 해석이다. 멸망당한다는 구절에 대한 해석 결과가 멸망당하는 일은 없다가 되면 잘못이다. 그 이름을 지운다고 하는 내용을 해석한 결과가 지워지는 일은 없다가 되면 잘못이다.

한 하나님의 한 말씀을 한 말씀으로 듣는 것은 지금과 다음 세대를 위하여 너무나 중요하다. 한 말씀 앞에서 현실의 교회가 바르고 정직하게 진단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한 말씀에 부합되는 모습을 갖추고자 몸부림을 쳐야 한다. 한 말씀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 소아시아의 교회와 같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