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쇼와 불꽃놀이(?)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오뚜기 아파트에서 표범아파트로. 우리 부대 상징이 표범이거든요. 군인 아파트가 다 그렇지만 이곳 사정도 열악했습니다. 전에 살던 오뚜기 아파트도 처음에는 정말 너무 낡고 열악했었는데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단을 내려 거액(?)을 투자해 수리를 했었습니다. 어짜피 우리가 떠난 후에도 후임 목사님 가정이 살 집이기 때문에 후배 사랑의 마음을 더해 수리를 결정했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군인가족들이 저희 집을 러브하우스라고 불렀었지요. 대개의 군인 간부들이 자기집이라는 생각보다는 잠시 살다가 떠날 곳이라 생각하여 그냥 불편하고 지저분한 대로 살다가 가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어 집니다.

이곳 표범아파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번 오뚜기 아파트로 이사할 때에는 초임이었기 때문에 친지와 지인들이 주셨던 격려금이 있어서 그 돈으로 수리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집사람과 장시간의 논의 끝에 좀 어렵더라도 깨끗하게 수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판과 벽지를 새로하고 하나도 없었던 전등을 새것으로 구입하여 달고 전기 스위치등등을 교체하고 씽크대를 새로 제작하여 설치했습니다. 집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사 전날 저녁에 수도관이 터진 것입니다. 수도관의 노후로 물이 약간씩 새던 부분이 터져서 분수가 된 것입니다. 수도 계량기를 잠그고 물바다가 된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교회의 급한 일들과 병행하느라 지칠대로 지쳐 있었는데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자정까지 작업을 해서 새는 부분을 막았습니다.

다음날 짐을 싸서 이사를 왔는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전기 배전반이 터져서 벽지가 타고 불똥들이 튀어서 장판과 화장실 문이 엉망이 된것입니다. 게다가 전기도 끊어지구요. 배선에 문제가 생겼다면 전기공사를 다시 해야하는 것입니다. 참 기가 막혔습니다. 다행히 전문가가 와서 수리한 끝에 전기가 공급되었고 그 후에야 짐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리 힘든 상황들이 연출될까? 한숨짓던 저는 이렇게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이사축하 분수쇼와 불꽃놀이!”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KFC헌신예배(?)

작년에 이 곳에 부임하여 처음으로 가진 행사가 MCF(Military Christian Fellowship, 기독군인회)헌신예배였습니다. 민간교회의 남선교회와 비슷한 조직입니다. 9월 중순으로 날짜를 정하여 조직을 재정비하고 3군사령부 군종참모이신 박상칠 목사님(대령,감리교군목단장)을 강사로 모셨습니다. 사실 제가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이 곳으로 오게된 데에는 박목사님의 공작(?)이 있었습니다.

8사단에 있으면서 16연대교회와 1대대교회를 훌륭하게 건축하고 15인승 승합차(이스타나)를 새로 구입해서 이제 좀 좋은 환경에서 목회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갑자기 그 곳을 떠나게 된 것이지요. 그것도 새 차량 시승식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으니….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 일을 조정하신 분이 박목사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게 미안해하시던 터라 바쁘신 중에도 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시고 오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왕에 신세지는거 병사들에게 줄 위문품으로 햄버거도 좀 사오시라는 부탁까지 드렸습니다. 그 때까지 교회에서 변변한 위문품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병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위문품중의 하나인 햄버거를 예배에 참석하는 병사들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강사로 오시는 분께 예의가 아니지만 군대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두 주일 전부터 광고를 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는 병사들에게 KFC햄버거를 위문품으로 준다고.

저녁예배 참석인원이 평균 50명 내외였기 때문에(특공부대라 인원이 보병연대 1/3 수준) 넉넉하게 햄버거와 콜라를 200개 준비했는데…. 230명의 병사들이 몰려왔습니다. 성탄전야 행사때보다도 많은 병사들이 왔었다고 했습니다. 햄버거의 위력을 실감했죠.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군종병들과 열심있는 신우들은 다른 병사들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주 토요일에 제 주머니를 털어 몇 배로 보상해줬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날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예배시간이 가까워지자 병사들이 교회갈 준비를 하고 소대 고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무개 병장님, 교회 MCF 헌신 예배 다녀오겟습니다.”

그러자 그 병장 왈

“아따, 이 자슥들, 진짜 너무하는구만, 아무리 햄버거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행사 이름을 바꿔서야 쓰겄냐? 무신 MCF 헌신예배냐, 내 듣기로는 분명 목사님께서 KFC 헌신예배라 하셨는데. 잘 알고 다녀오그라고.”

오잉! 내가 KFC 햄버거를 너무 강조했나?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6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 정재원 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