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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시인을 만드는 것들노력 없이도 시인이 되는 날을 꿈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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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3일 (목) 00:00:00 [조회수 : 2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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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이 시인을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열거한 글을 읽었다. 자신이 시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쓴 경험담이다. 장황은 하지만 공감이 갔다. 그것을 첫 글자만 따 보니, '애, 애, 분, 치, 펜, 시'라고 요약이 되었다. 애(愛), 애(哀), 분(憤), 치(恥), 펜(pen), 시(詩)는 사랑과 슬픔, 분노와 수치, 펜혹과 시문 자체를 말한다.
'애, 애, 분, 치'는 사람의 정서나 경험을 뜻하고, '펜과 시'는 글을 쓰기 위한 노력과 연마 과정을 뜻한다고 나는 보았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없이는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어도 훌륭한 시인이 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랑에 눈을 뜨는 꽃다운 나이에는 누구나 저절로 시인이 되곤 한다. 그러나 평생을 살면서 거짓과 죄가 마음에 가득한 세상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악한 정부의 제도와 사회의 부조리를 겪게 되면 소녀 같이 맑은 사람도 저항시인이 된다. 이름 없는 이 땅의 시인들은 여러 번 등단의 실패를 맛보면서,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먼 훗날 마른 풀처럼 불타 불티로 사그라질 자기의 명예와 영광을 바라고 애쓰되, 패배감과 부끄러움을 끝까지 이겨 낸다면, 마치 상처 입은 진주조개처럼 진주 같은 영롱한 시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펜혹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펜이나 연필로 글을 쓸 때 중지 끝마디에 생기는 딱딱한 살집을 말한다. 나역시 오른손 중지에 커다란 펜혹이 있었다. 그가 펜혹을 말한 것은 글쓰는 도구는 달라져도 부단한 습작의 노력을 하라는 의미 같았다. 나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 컴퓨터 좌판을 두드리게 되니 펜혹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펜혹은 글쟁이의 계급장이 아닐까 싶다. 그것의 크기나 굵기로써 글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글쓴이의 경력과 노력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 시인은 마지막으로 시를 잘 쓰려면 여러 사람이 쓴 시를 읽고 낭송하고 연구할 것을 말했다. 다른 분야의 공부를 잘하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며 노력하지 않으면 무슨 일에도 성공하기 어렵다. 사람이 값없이 얻을 수 있는 영광은 믿음을 통한 구원뿐이다. 그 외에 저주 받은 이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행위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본다. 에디슨이 말한 대로 99%의 땀을 흘려야 사람이 천재로도 인정을 받고, 결국은 입에 풀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과 땅과 각각 모든 피조물에게 내리신 저주가 풀리고 낙원으로 복원될 저 날에는 입이 있고 호흡이 있고 손가락이 있는 존재마다 시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 때에는 길짐승이나 날짐승들은 물론 폭포나 가을매미까지도 어둡고 슬프고 칙칙하고 아파하는 소리 대신, 햇빛처럼 밝고 힘찬 목소리로 창조주를 노래하고 시를 읖을 것이다. 나같이 재주도 없고 게으른 사람들이라면 먼저 은혜로 구원을 받고 볼 일이다. 그리하여 '애, 애, 분, 치, 혹, 시'의 눈물겨운 노력 없이도 꿈의 계관시인이 될 수 있는 천년왕국에서 환희의 날을 고대해 봄직하다.
2005-06-23 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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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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