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두 군종병

▲ 정재원 목사(백두산 교회)

날씨가 점점 더워지자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후임 연대군종병이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말복이를 언제쯤 잡을 것인가? 고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장난으로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이게 아니다 싶어 안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선임 연대군종병이 “야! 어떻게 직접 기르던 개를 잡아 먹냐? 말도 안된다.” 며 펄쩍 뛰는 것이 아닙니까? ‘역시! 선임이라 생각하는게 다르구만!’하고 흐뭇해하는 순간 계속된 그의 한마디에 뒤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야! 우리 교회 옆집 개랑 바꿔서 잡아 먹자. 우리 집에서는 매년 그렇게 한단 말이야! 응”

으악!

*레오는 일주일간의 훈련기간 중에 누군가가 훔쳐갔고 말복이는 지난 6월 어느 날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더니 저와 군종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고 말았습니다 . 신기한 것은 금방 숨이 넘어갈 둣했는데 숨을 놓지 않고 버티다 가 제가 교회에 도착해서 쓰다듬어 줄 때 큰 숨을 내쉬더나 온몸이 뻣뻣해지며 죽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주인을 보고 죽으려고 했다고들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 성도님들은 두 연대 군종병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었다 고..... 이름이나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습니다. 새로 얻어온 강아지 오뚜기에게는 모두가 지극정성으 로 대하고 있습니다.

벼랑끝에서 만난 하나님

지난 4월, RCT를 한 달 앞두고 춘계 전투진지공사가 있었습니다. 일 년에 두번 봄,가을로 작계지역으로 나가서 3주간 동안 생활하면서 진지를 보수하고 신설하는 훈련입니다. RCT(연대전투단훈련, 연대에서 가정 크고 중요한 훈련임)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또 타 부대로부터 들려오는 잦은 사고 소식에 잔뜩 긴장해서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사고가 날 뻔 했던 아찔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부대에 상사로 일하고 계시는 모 집사님에게 있었던 일입니다. 그 분은 청년 때까지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7년전 부터는 아예 교회에 나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제가 이 부대로 온 이후에 가까이 지내면서 기도하면서 권면하고 설득하고 협박(?)도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훈련중에 5/4t 트럭을 타고 전술도로를 통해 산을 오르다가 운전병의 실수로 벼랑 끝에 걸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커브 각도가 큰 도로에서 방향을 틀기 위해 후진기어를 넣는다는 것이 그만 전진기어가 들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차가 앞으로 몰리면서 길가에 심어놓은 폐타이어에 차가 겨우 걸렸던 것입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차가 시이소처럼 앞뒤로 흔들렸다니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던 것이지요. 트럭뒤에 두 명의 사병까지 있었으니 4명이 100m 낭떠러지로 떨어져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마침 가까이에 4.2인치 포를 끌고 다니는 BV 궤도차량이 있어서 신속하게 견인하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또 작년 진지공사때 묻어 놓은 폐타이어가 없었더라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지요. 그런데 그 일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집사님께서 다시금 교회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자기는 벼랑 끝에 걸린 차안에서 다시 하나님을 만났답니다. 자기가 그 때 죽어서 하나님앞에 섰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지난날들이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역시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