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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1월 14일 (금) 12:11:36
최종편집 : 2011년 01월 14일 (금) 14:57:23 [조회수 : 2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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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겨울추위도 녹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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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촌 이계선 |
“돌섬의 겨울바다는 바람뿐입니다. 노도광풍으로 밀려오는 강풍입니다. 체감온도가 평지의 3배라서 여간 추운 게 아닙니다. 어찌나 매섭던지 걷고 있으면 날라 가버릴 것 같아요. 갈매기나 오리 같은 겨울새들도 바람에 날아가 버렸는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춥답니다. 바닷가를 걸으면 볼이 따갑고 아프답니다.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해요”
돌섬의 겨울 바다를 구경하러 오겠다는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나의 엔서링입니다. 우리부부는 굴속에서 동면하는 북극곰처럼 아파트에 틀어박혀 지냅니다. 팬티만 입을 정도로 아파트 안은 무더운 여름이니까요. 돌섬에 눈이 내렸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는 눈세계가 너무 아름다워 우리부부는 겨울바닷가로 걸어 나갔습니다.
눈 덮인 백사장이 은백색입니다. 바닷물은 청록색물감을 뿌린 듯 파랗습니다. 그 파란 물 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이 비누가루가 되어 바닷물을 말갛게 빨아낸 모양이지?” 우리부부는 2시간동안 눈 내리는 비치를 걸었습니다. 설국(雪國)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설국의 주인공도 잠시, 그만 우리부부는 집에 돌아와 감기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20일 넘게 앓았습니다. 피를 토해내는 기침을 하면서 앓았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콩나물국 무국을 끓여먹어도 소용없습니다. 이렇게 지독한 감기는 생전 처음입니다. 우리는 같이 앓으면서 동병상린(同病相隣)을 체험했습니다. 앓는 20일 동안은 부부 싸움도 잠시 휴전 했죠. 성탄절과 신년예배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자녀들도 출입금지를 시켰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당부를 했답니다. “내년 성탄절에 오면 된다. 내년에 또 크리스마스와 뉴이어(New- Year)가 다시 올 텐데 이번에는 좀 건너 뛰자꾸나”하고 두문불출하며 둘이서 끙끙 앓았답니다. 2010년 마지막 달을 보내기가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산 사람끼리는 말이 통하니 양해를 얻으면 됩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는 죽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이 생겼습니다. 2010년이 가기 전 성탄 절기에 춘풍(박상서 장로)과 삼포(김영효 목사)의 무덤을 찾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지난 여름에 간 동우회 회원들입니다. 감기 중에 몇 번 시도했지만 못 갔습니다. 지난 10일 감기가 덜 떨어진 몸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늘은 뉴저지 춘풍의 무덤을, 다음 주에는 웨체스타에 잠들어 있는 삼포를 찾아야지'하고 달려갔습니다.
눈 덮인 공원묘지는 은세계였습니다. 죽음들이 하얗게 잠들어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무덤들이 죄다 눈 속에 숨어 있어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동행한 미망인들(고종순, 강남미)과 손과 발로 눈을 치워보았지만 어림없었습니다. 힘들게 찾던 중, 차 트렁크 속에 있는 눈삽이 생각났습니다. ‘아하! 개똥도 모아두면 쓸모가 있구나’
눈삽으로 여기저기를 치웠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 빨간 장미가 나타났습니다. 눈 속에 숨어서 봄을 기다리는 파란 잔디도 반가워하는 모습입니다. Sang Sur Park이라는 이름이 나왔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나는 장로님 생전의 모습을 본 듯이 기뻤습니다. “생전에도 정답더니 죽어 흙이 되어있어도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묵념을 하는데 아름다운 산문시가 기도로 흘러나와 우리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살아생전 춘풍과 자주 만나던 코스를 찾아 펠리사이드 브로드 에비뉴로 갔습니다. 소공동 순두부를 먹은 후 커피를 마시는데 조영자 집사가 찾아왔어요. 이상조 목사의 장모입니다. 지난 여름 남편이 소천하여 제가 장례설교를 했습니다. 한국엘 다녀오면서 남편 장례 설교를 잊지 못하여 선물을 갖고 온 모양입니다.
따스한 겨울 이불이었습니다. 춘풍의 처도 남편에게 들어온 남자용 선물을 저에게 넘겼습니다.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세 여인(?)은 모두가 지난 여름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입니다. 춘풍은 41년생인 저보다 7살 위, 삼포는 한 살 아래, 그리고 영자씨 남편은 한 살 위입니다.
세 여인과 제과점에서 빵과 커피를 나누는데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돌섬으로 돌아오는데도 계속 뜨거웠습니다. 얼마나 뜨거운지 내 몸속 감기가 모두 도망가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세 여인을 향한 이웃사랑이 지독한 감기까지 태워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금년 겨울은 유난히도 춥습니다. 눈도 많이 왔습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마음까지 더 움츠려듭니다. 그러나 반드시 봄은 오기에 이 겨울 추위를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 꽃피는 봄을 만날 수가 있으니까요.
이번에 묘지를 다녀오면서 추위를 이기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고칼로리를 먹고 방한복을 입으면 춥지 않습니다. 실내 온도를 높여도 됩니다. 그런데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이웃 사랑입니다. 이웃의 아픔에 흘리는 눈물은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 몸과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마음의 병도 치유합니다.
집에 와보니 '고아선교'를 하는 이상조 목사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아이들 돕기 자선음악회를 하는데 걱정이랍니다. '고어해드선교회'는 해마다 음악회를 해오고 있습니다. 국보급 테너 엄정행, 박인수를 여러 번 초청했습니다. 시인 김소엽 교수와 가수 이동원씨가 무대를 빛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은 경기가 나빠 아이들을 돕는 손길들이 줄어들었답니다. 음악회를 개최 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밀알합창단이 자비량으로 출연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그래서 1월 16일 일요일 오후 5시에 ‘고아돕기 자선음악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후러싱 금강산 건너편 후러싱 하이스쿨 강당입니다.
나는 조촐한 음악회를 홍보하기위해 고민하다가 이렇게 ‘돌섬통신’으로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그저 걱정이 태산입니다. 폭설과 추운 눈보라 속에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오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상조 목사의 하소연을 듣고 제가 일단 온라인을 통해서 여러 이웃들 문을 두들겨봅니다. '구하고, 두들이면 열린다'는 성서의 말씀에 의지하여 돈키호테식 방법을 시도한답니다.
“16일(일요일) 오후 5시 금강산 맞은편 <후러싱 하이스쿨>에서 공연하는 ‘고아 돕기 자선음악회’에 꼭 참석해 주십시오. '고어해드 음악회' 참석은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응원이요, 섬김과 나눔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외로운 아이들을 생각하는 뜨거운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제 아무리 매서운 한파도 따뜻한 사랑의 마음만 있으면 다 녹아져 내릴 것입니다.
꼭 참석해 주십시오. 이날 참석한 분들은 훗날 소설가처럼 2011년 뉴욕의 겨울을 추억 할 것입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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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알합창단 / 지휘 이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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