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헌금 천태만상

헌금시간에 제단에 올려진 감사헌금 봉투를 읽다보면 엉뚱한 사연들이 가끔 있습니다. 민간교회에서는 보기 드문 감사와 기도의 제목들입니다. 아마도 군인교회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입니다.

#사례1. 하나님 내일은 제가 애인과 만난 지 천일이 되는 날입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지켜 주시고 저의 군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게 도와 주옵소서!

- 예배중에 근엄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다가 기절 초풍했다.

#사례2. 하나님 제가 지금 드릴 것이 없어서 마음만 드립니다. 용서하옵소서.

- 2000년 추 수감사 주일에 모 병사가 드린 헌금. 헌금정리하던 집사님이 헌금이 없어졌다며 놀랐다가 봉투를 보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재정장부 액수란에 “마음”이라고 표기해 놓은 집사님이 더 강적 !

#사례3. 하나님 좋은 고참들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병장 아무개, 상병 아무개,일 병 아무개......)

 - 모 전입신병이 드린 감사헌금. 자기분대의 고참들 이름을 죄다 적어 놓았다. 아마도 고참들의 협박이 작용한 듯. 봉헌 시간에 다 읽어주고 이렇 게 된 이상 좋은 고참 안되면 하나님께서 벌 주실 것이라고 협박성 권면을 한마디 해 주었음.

#사례4. 하나님! 얼마 전 애인으로부터 마지막 편지가 왔었습니다. 다른 남자가 생겼고 캐 나다로 유학을 간다고 했습니다. 그녀를 미워하지 않게 하시고 그 곳에서 잘 지내 게 인도해 주세요.

- 가슴이 아팠다. 참 훌륭한 사병이다.

강아지와 새벽기도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릴 적에 길렀던 개들이 요즘도 문득 생각나고 그리워지곤 합니다. 비싼 음식에, 고급 미용실에 개전용 헬스기구까지 이용하며 호사를 누리는 개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개는 절대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두 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습니다. 물론 실외용(?)이며 비식용(?!)입니다.

가끔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욕설로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죠. 이런 나의 생각에는 군목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개와 관련된 사연이 한 몫을 하고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OO부대에서 겪은 일입니다.

당시 연대장님이 개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금 내 기억에 두 마리의 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중 한 마리는 버려진 개를 거두어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크기로 볼 때 개라기 보다는 강아지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연대장님이 자전거를 타고 부대를 돌아 볼 때면 어김없이 그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뒤따라 다니곤 했습니다. 물론 그 강아지들도 모두 밖에서 기르는 개들이었고 연대장님은 먹이를 직접 챙겨 줄 정도로 그 강아지들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 분은 교회 안수집사로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모범적인 신앙인이었습니다. 저녁 예배는 물론이고 새벽기도회에도 빠지지 않는 기도의 일꾼이었습니다. 훈련이나 회식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기도회를 빠지는 적이 없었습니다. 때때로 목사인 내가 피곤한 몸을 뒤척이며 새벽기도회 참석을 갈등할 때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강아지 두 마리가 꼭 안수집사님을 따라와서 새벽 기도회가 끝날 때까지 교회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기도회 내내 움직이거나 짖지도 않고 마치 기도를 하는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 안수집사님이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다시 따라나서곤 했습니다. 참 신기하기도 했고 그렇게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들이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연대장님이 임기를 마치고 부대를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부임하시는 부대의 사정상 강아지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두고 가셨습니다. 이․취임식 다음날 새벽, 그 날도 새벽기도회를 위해 캄캄한 길을 걸어 교회 앞에 도착했는데 그 강아지 두 마리가 어김없이 교회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을 따라 새벽에 교회에 나오던 습관대로 그 시간에 강아지들이 교회 앞에 온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그리워서였을까? 강아지들을 보자 코끝이 찡하고 뭉클했습니다. 혹시라도 떠나간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을까? 강아지들의 새벽기도회는 그렇게 한 달여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지금도 새벽기도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혼자서 엎드리는 날이면 새벽기도회 일꾼이었던 안수집사님과 그 강아지들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 정재원 군목

동부전선 최전방의 육군 21사단 군종참모(소령)로 근무중인 정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합니다. 이 글들은 정재원 목사가 군종사역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소식지로 묶어 발간한 <만선을 꿈꾸며>에 실렸던 글입니다.  

 이미 발표된 적이 있는 글들을 굳이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그동안 당당뉴스에서 다룬적이 없는 영역인 군선교와 관련한 글이라는 것이 가장 큽니다.   물론 최근 글도 함께 소개할 것입니다.

동부전선에서 군종병으로 제대한 편집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군대라고 하는 곳은 말그대로 '물반 고기반'의 황금어장이 아닐수 없습니다.  통제되고 힘든 환경의 병사들은 복음을 스폰지처럼 빨아 들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병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군종사역이야 말로 해외선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열매도 크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사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정재원 목사의 연재를 통해 군선교에 힘쓰고 있는 이들의 애환과 군선교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나아가 실질적인 동참으로 까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 글 들은 군대가 요구하는 보안상의 문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