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회개라는 과정을 통하지 않고는 신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회개라는 게 그리 녹록하지 않다. 아니 녹록하지 않다는 것조차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모른다는 게 더 문제다. ‘회개’라는 거창한 단어를 이야기하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우리는 남에게 상처를 주면 곧바로 ‘미안해.’라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이렇게 사과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받더라도 그걸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 공저인 <인생수업>의 한 구절이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어른이 되면서 사람은 자존심만 성장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자신의 잘못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 아예 잘못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두 경우 모두 회개란 요원한 이야기다.

또한 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손을 내밀어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손 내미는 일을 꺼리는 지도 모른다. 받아주지도 않을 회개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하여튼 잘못을 시인하기까지 너무나 어려운 난관들이 산이 되고 골짜기가 된다. 회개하기도 힘들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힘들고, 사과를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남의 잘못은 족집게처럼 엮어낸다. 아주 똑 같은 사안도 자신에게 닥쳤을 때는 불감증 환자도 그런 불감증 환자가 없다. 그러나 남에게 그와 똑 같은 사안이 이르면 민감하기 그지없다. 죄 감별사가 따로 없다.

‘남에겐 너그럽고 자신에겐 냉정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남직 그렇게 이 구절을 해석하는 사람은 적다. 다들 ‘남에겐 냉정하고 자신에겐 너그러워라.’로 해석하며 산다. 자신에겐 예외규정을 두고 싶어 한다. 남에겐 예외란 없다고 덤벼든다. 이런 적용이 통상화 되는 한 정의사회 구현은 요원하다. 

▲ 김학현 목사(연서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