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부모를 추억함 - 정윤목의 시 '떡국 그리고 뿌리'

어린 날 우리 집 떡 방앗간
신나게 뜨끈뜨끈 김 모락모락 올리며
이 집 저 집 설 준비하는 흰 떡 해 주실 때 울 어무이, 아부지 진땀 흘리셨다
그뿐이랴, 국수로, 싸래기쌀죽으로 오신 손님들 점심상 내어드리고
이리 저리 장단 맞춰 사랑 어루만져주시는 그윽한 눈길
어느 누구도 지나칠 수 없었던 우리집, 참새의 방앗간, 다소곳하여 다정하여라
"그래, 정장로님 막내따님이시구나 사모님도 잘 계시고,"
 가을 풍성한 과일 거두어
이 집 저 집 바구니 담아 동네 어른들 섬기도록 심부름 시키셨으니
내 어무이는 슬기로우신 여인, 아카시아 향기 닮은 어여쁘신 흰 빛
어느 하루의 새벽도 기도하시지 않으신 시간 없으셨으며
가냘픈 손가락으로 성경 갈피갈피 넘기시지 않으신 밤 없었으니
난, 부족한 딸년, 참으로 턱없이 부족한 딸년,
"이쁘구나, 사모님 닮았구나 거울을 보렴, 거울 속에 엄마가 있으실 거다,"
 사별 후 일러주신 어른님들 따사로운 위로

강직하신 믿음, 현실 속의 참된 믿음생활로 영육이 강건토록 늘 사유가 깊으신 울 아부지
목회자도 노동하며 목회해야지, 남이 드리는 예물로만 산다면 그것은 위선, 선한 양심이 아니지
몸소 평생 농사일 손수 지으시며 하루마다 두세 시간의 성경과 주석의 연구와 묵상 기도로
어느 이론에 익숙한 신학인은 쩔쩔매었다. 바울 서신이며, 산상수훈이며,
특별히 야고보서를 강해하실 땐 사춘기 소녀 적 딸년도 은혜를 받았으니 자랑스럽기만 하였어라,
빙그레 웃으시며 이리저리 모든 이 쓰다듬으시는 속 깊어 진실하신 울 아부지 사랑
광인도 흠모하여 그 발끝에 머물러 잠을 잤으니, 몇 달 후 말끔히 병은 씻었다
가족만 사랑하시는 사랑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육신의 살 길 틔워주시며
영혼의 갈함 풀어주시는 혼의 병을 치유해주시는 사랑하시다 가셨으니
자녀 된 우리는 그 발끝도 닮지 못하여라

주여,
저도 그 만 분의 일이라도 닮기를 원합니다
편히 살고자 하는 것이 미혹의 시작이라 말씀하시던 아버지 말씀 따라
쉬지 않고 노동하며 쉬지 않고 묵상하여 방심 중에 죄 짓지 아니하도록 도우소서
미천한 저를 돌아보소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은사에 힘입어 달빛사랑하며 살아가는 믿음의 딸이 되게 하소서
모든 잘못은 제게 있다 뉘우치며 가족을 예수님, 하나님으로 모시며 살아가는
온유함과 실천하는 신앙을 폭우처럼 내려주소서

사람이나 만물 만상 볼 때
유심히 보아 마음속에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 들어
날로 깨달아 영이 더욱 자라나도록 도우소서
유쾌함이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도록 날로 경에서 떠나지 아니하도록
참된 지식의 근본을 떠나 살지 않게 하여 주소서
작은 마음과 육신으로 작은 주님을 실현케 하소서
나의 귀하신 사랑이시여,
귀하신 옛사람의 향기로움에 함께 거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정윤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