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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규칙 길들이기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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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1월 04일 (화) 16:45:33
최종편집 : 2011년 01월 20일 (목) 13:17:47 [조회수 : 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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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의 바뀐 규칙 하나

지난 두 주간 동안 자주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9호선을 타고 5호선으로 바꿔 타느라 다리가 뻐근하도록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그 모든 계단에 우측보행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기차역에도 계단에는 어김없이 우측보행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나서면 우측보행을 하라는 알림판이 우뚝 서 있습니다.

승용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전혀 몰랐는데……
온 국민이 우측보행을 하도록 세상의 규칙이 변경되었나 봅니다.

나이든 우리는 한 평생 좌측보행으로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 우측보행이야?

나보다 컴이 자유로운 아내가 알려 줍니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우측보행을 하는 게 맞는데……
일제시대에 일본 사람들이 좌측보행을 우리나라에 가져왔다는 겁니다.

일본 무사들이 칼을 차고 걸을 때 우측보행을 하면 칼이 서로 부딪치고 엉킨데나 뭐라나…… 그래서 좌측보행을 하던 일본사람들에 의해 사회규칙이 되면서 우리가 생리에 맞지 않는 좌측보행을 강요당해 왔다는 겁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좋은 뜻도 있고…… 생리적으로 우측보행이 자연스럽다니 그거 참 반가울 일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아주 반갑고 고마운데……
정작 내 몸은 어지럽고 귀찮습니다.

나는 요즘 굳이 우측보행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내 몸에게 다양한 말로 회유하고 또는 윽박지릅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거라잖아!"
"원래 너한테는 우측보행이 생리적으로도 맞는데 거꾸로 길들여 온거라 잖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숱한 사회비리들을 뉴스로 접하면서도 우측보행 그거 하나 못 고치면 니 자식들에게 소망 있는 나라가 되겠어?"
"곧 익숙해지겠지. 다른 세상 살아보자는 목사가 고거 하나 힘들고 불편하다고 바뀐 세상 규칙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게 좋은 목사겠냐?"
"그냥 승용차 타고 다닐걸 그랬지? 그래도 버스타고 지하철 타며 세상 규칙이 바뀐 것도 알게 되었으니 거기에도 주님의 무슨 뜻이 있는 거니까 그러려니 해!"
"그래도 머리가 몸보다 한끝발 위니까 네 몸에 솟은 목 위에 모시고 다니는 거잖아. 점잖게 말하는데 우측보행이다. 세상 바뀌었다 말 들어라!"
"하나님께서 손수 만드신 머리 아래, 가슴 아래, 손발의 위계질서는 세상 법이나 규칙보다 우선이다. 순종해라"
"몸뚱아리야, 반역은 꿈도 꾸지 마라. 세상없어도 니 머리는 나다!"
*^-^*

평생 좌측보행을 한 나는 요즘 우측보행을 하면서 잘못된 관행과 습관을 내 몸에서 바꾼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든다는 것을 온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사소한 우측보행 하나도 이 지경인데……
아……
그래서 수행이고 연단이고 순례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 닦음!
온 몸으로 실천해서 익히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지 않습니까?

잘못알고 있었던 것을 하나하나 바르게 알아가는 것이 성경공부이고…… 잘못알고 살았던 습관을 알아보고 하나하나 고쳐가는 것이 주님의 은혜라는 관옥 목사님 말씀이 매우 절절해집니다.



2. 땡 시험, 빵점 맞았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어요.
실제로 걸어보면 넓은 도로에 비해 인도는 생각보다 좁고 불편합니다.
길가의 가로수도 하나같이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 위에 떡하니 올라서서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는데다 주변에 사각 보호 막대라도 있으면…… 인도를 편하게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려면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하니…… 걸었습니다!
갑자기 자전거 한대가 제 앞으로 다가서는 겁니다.
아니 자전거가 인도로 다녀도 되는 건가?

이런 된장……!
생각해보니 내가 순간적으로 그 좁은 인도에서 왼쪽으로 비켜설지…… 오른쪽으로 비켜설지…… 망설였나 봅니다.
미끄러지듯 다가오던 자전거가 잠시 내 앞에서 당황하듯 우물거렸거든요.

이런 쌈장……!
내 몸이 왼쪽으로 비켜서는 순간에 아니잖아! 머리속으론 우측보행!이 생각나는 겁니다.
아……, 생각나니 어쩌란 말입니까!
이미 내 몸은 왼쪽으로 비켜서서 걷고 있고, 그 자전거는 스로우 비디오처럼 내 옆을 유유히 지나갑니다.

나는 바쁜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고, 뒤를 돌아다보지도 않은 체 앞만 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었지만 얼굴이 점점 벌개지면서 마음속으론 아차, [오른쪽으로 걷기잖아]를 무수히 다시 외칩니다.
이런 고추장……!

으∼흐흐흐……!!!
*^-^*
덤 목사야……
*^-^*
주님이 즐겁게 웃고 계십니다!
이런 걸 땡 시험이라고 하는 거다.
오늘 넌 빵점이다. 단 한 문제였거든……

주님 고맙습니다.
주님이 즐거우시니 나도 즐겁습니다만 복습은 해봐야지요.

이런 된장, 쌈장, 고추장……
그래도 그 순간 우측보행이 생각났고……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간발의 차이만 극복하면 될 것이고……

땡 시험도 있다는 걸 오늘 알았으니……
주님 다음번엔 단번에 상추쌈 싸서 잘 먹겠습니다.
*^-^*
학교 졸업한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재시험 있을 거거든요.
그러니 주님, 우측보행에 대해서 한번 더 땡 시험 보게 해주세요.
*^-^* *^-^*


3. 땡 시험, 통과!


10월 27일 화요일,
춤바람 님과 아루나 님과 수원에 있는 화성을 걸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서 굽이도는 비탈길을 올라 다시 계단으로 오르는 곳이었고…… 내려오는 중학생들에겐 계단 끝에서 비탈길로 내려서는 곳이었지요.

우르르∼ 한 무리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선생님과 시끌법적 내려가고…… 그 학생들을 의식해선지 춤바람 님과 아루나 님은 왼쪽 편으로 비켜서 올라가고…… 우측보행을 하던 내 앞에 다운증후군인 교복을 입은 학생 한명이 계단 끝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멈춰섭니다.

계단 끝나는 맨땅이 움푹 패여서 두 계단 반을 내려서야할 깊이만큼 패어 있었습니다. 아마 빗물 때문이었겠지요.

다른 학생들은 거침없이 폭짝∼ 뛰어 내려갔는데……

그리고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비탈길을 지나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그 학생은 혼자 절벽 앞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멈춰 섰습니다.

나는 거침없이 그 학생에게 다가서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내 손을 잡고 내려설래?"

다운증후군인 학생은 불안한 얼굴로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고…… 내 얼굴을 다시보고…… 저 아래 뒤통수만 남기고 가는 친구들과 선생님 쪽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겁니다. 나는 웃으며 비장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잡아 줄 테니 내 손을 꽉 잡고 뛰어내려……"

나는 학생의 눈에 내 손만 보이기를 바라듯…… 내 얼굴 위쪽으로 손을 더 높이 내밀었습니다. 학생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고 폴짝∼ 뛰어내렸습니다. 앞서가던 선생님이 계면쩍게 웃는 얼굴로 다시 뛰어 올라와서 학생을 데리고 내려갔습니다.

화성동행을 다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아침에 사무실에 두고 간 내 마음을 챙기고 나니 주님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말씀 하십니다.

"통과!"
"예……? 뭐가요……?"
"땡 시험 통과라구……!"
"학생 손잡아 준거요?"
"아니, 우측보행, 오른쪽 걷기!"
"…………??? 아, 예!"

주님의 말씀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혼자 앉아 가만히 되씹어 보아야만 제 맛이 납니다. 그러니까 거침없이 학생에게 손을 내밀어 내려설 수 있게 해 준 일이 아니라 오른쪽 걷기를 실천한 과목이 통과라는 말씀인데…… 내가 오른쪽 걷기를 정말 했나……??? 나는 내 몸이 경험한 낮의 일을 곰곰이 되돌려 보았습니다. 그 비탈길을 오르면서 계단을 우당탕∼! 내려오던 학생들을 의식해서(?) 춤바람 님과 아루나 님은 왼쪽으로 비켜서서 올라가고…… 그렇지, 나는 오른쪽으로 비켜서서 걷는 바람에 다운증후군인 학생과 딱 마주친 거구나. 아하, 땡 시험은 예고가 없다더니……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 주신거구나. 관옥 형님 늘 하시는 말씀인 기도는 꼭 이루어지니 잘 생각해서 기도하라고 하셨는데…… *^-^* 이게 그런 것이군요. 감사합니다!

"덤 목사 우측보행 땡 시험, 통과!"

이젠 '꼭 오른쪽으로 걸어야지……' 긴장하고 의식하는 강박의식이 없이 걸어도 됩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덧 그 긴장감과 쉬지 않고 생각하기를 내려놓고, 비우고, 무심히 걸어도 되게 몸이 새로운 규칙에 단련이 된 것입니다. 우측보행뿐만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정말 해야 한다는 의식도 없이 거침없이 했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주님, 내 몸 하나 피하고 비켜서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그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까지 실천해야 하는 땡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내 몸을 주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이 느낌 잊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거침없이 실천하며 사는 제가 되도록 늘 주관해 주십시오. 주님께 감사하며 그냥 이대로 쭉∼ 살아갑니다. *^-^*

혹 길을 가다 덤 목사가 좌측보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거들랑 '오죽 바빳으면……?' 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 덤 목사도 평소엔 우측보행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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