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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1월 02일 (일) 21:54:19
최종편집 : 2011년 01월 02일 (일) 23:36:35 [조회수 : 2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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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두 가지 소망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목사님은 2011년 새해에도 두 가지 소망을 생각하셨나요? 그보다 지난해 2010년 1월 새해 첫 토요토론에서 살을 빼고, 죽을 준비를 하시겠다는 두 가지 소망을 말씀하셨는데 잘 진행하셨나요?”
지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1년 전 라디오에서 내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말로 한 이야기를 내용까지 다 기억해 주다니, 나는 부랴부랴 1년 전 뉴욕라디오코리아에서 내가 한말을 생각해봤다. 크리스장이 진행하는 뉴욕 라디오 코리아 2010년 첫 토요토론은 ‘귀하의 신년 소망 두 가지를 말씀해 보세요.’였다. 단골패널들은 선거공약을 발표하는 대통령 후보들처럼 거창하게 나왔다.
“나는 한인사회를 위하여 열심히 뛰겠습니다.”, “나는 몸이 부서지도록 이웃을 사랑하겠습니다.”, “나는 조국통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차례가 되자 난 모기목소리로 2가지 공약(?)을 끄집어 냈다. “난 167파운드 체중을 155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2010년은 은퇴하는 해이니 죽을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나의 소망을 여러 사람에게 약속했다.
“10년 동안 애써도 못한 다이어트를 라디오에서 큰소리치면 어떡해요? 그리고 죽을 준비하다가 정말 죽으면 어쩌려고요” 항의 하는 아내 말이 옳다. 라디오 선언(?)이후 아무리 애써도 살이 더 찌면 더 쪘지 빠질 징후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2월 돌섬이라 부르는 파라커웨이 노인아파트로 이사 왔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돌섬의 비치가 아름다웠다. 우리부부는 매일 아침 파도를 따라 2시간동안 비치를 걸었다. 오후에는 조각 밭에 나가 땀을 흘리든가 꽃게를 잡든가 조개잡이를 했다. 밥을 먹을 때는 먹기 전에 물 한 컵, 먹은 후에 또 한 컵을 마셨다. 물 만가지고도 배가 불렀다.
하루 다르게 가벼워지더니 날개만 있으면 만 리도 날 것 같았다. 넉 달 후에 15파운드가 빠져나갔다. “와! 대서양의 오존과 태양열로 검게 그을린 목사님이 날씬하고 멋져요” 사람들은 칭찬을 하면서도 좀 너무 말랐다는 눈치였다. ‘혹시 암이 아닌가요?’하는 것 같았다. 겁이 덜컥 났다. MRI를 당장 찍어보고 건강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다행히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요즘은 되래 상향조정이다.
2번째 공약 ‘죽을 준비’는 좀 잔인한 표현이지만 가까운 분들의 죽음으로 해결(?) 됐다. 지난 해에는 가까운 사람들이 내 곁을 많이 떠났다. 동갑인 처이종 동서가 봄날에 갔다. 여름에는 일곱 살 위 박상서 장로, 한살 아래 김영효 목사, 고향선배 황종천 형이 갔다.
너무 가까운 분들이라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만나지 못해서 그렇지 지금도 어디 살아 있을 것만 같다. 난 요즘도 그분들이 그리울 때면 버릇처럼 전화를 건다.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엔서링을 듣곤 한다. “전화 감사합니다.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곧 전화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걸려오지 않는 그리운 음성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가까운 분들의 죽음을 통해서 나의 죽음을 아주 가깝게 생각하게 됐다. 가까우면 친하게 되고 친하면 무섭지 않은 법이다. 성 프란시스코나 타골처럼 나는 아직 죽음을 “나의 형제여! 나의 님이여!”하고 부를 정도는 못된다.
그러나 죽음이 내문을 노크한다면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준비는 돼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해의 두 가지 공약은 그런대로 지켜진 셈이다. 2010년이 끝나는 날 나는 공약을 실천하고 물러나는 브라질의 룰라대통령처럼 여간 홀가분한 게 아니었다.
“목사님은 2010년의 두 가지 소망을 멋지게 이루셨군요. 그렇다면 2011년 신묘년에는 목사님의 두 가지 소망은 무엇입니까?”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웃으면서 물었다. 2011년의 두 가지 소망......,? 라디오코리아 토요토론의 크리스장의 질문보다도 친구의 물음이 더 진지하게 들려왔다. 난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해성사하듯 털어놓았다.
“공개적으로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부부싸움에서 승리하기, 그리고 남의 불행에 눈물 흘리기’를 새해의 두 가지 소원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결혼 후 이때까지 부부싸움을 해오고 있지만 난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다. 싸움은 이겨야 끝이 나는데. 미국이 이기니 2차 대전이 끝났다. 이기는 비결이 무엇인가? 친구가 설교하듯 말했다.
“전과 7범 정도의 폭력주먹이면 아내가 꼼짝 못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완전한 승리는 지는 거지요. 완전하게 져주는 겁니다. 강한데도 옳은데도 무조건 져줍니다. 남편이 져주면 생전 부부싸움 할 일이 없지요”
“악어의 눈물”도 있다는데 난 눈물이 없다. 혼자는 곧잘 울다가도 사람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속상할 때 바닷가로 나가 파도야! 파도야! 불러대면서 통곡을 하면 얼마나 후련할까? 친구의 무덤 앞에서 단장의 비애를 노래하면서 눈물을 뿌린다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드라마에서 우는 연기를 감동있게 본다. 제갈량의 장계취계에 걸려든 오나라 대장 주유는 분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제갈량은 주유의 장례에 참석하여 혼절할 정도로 통곡했다. 제갈량을 죽이려고 도부수(刀斧手)들을 숨겨뒀던 오왕 손권은 애간장을 도려내는 제갈량의 눈물에 감탄한다. “오 공명은 주유를 저토록 사랑했건만 주유가 속이 좁아서 스스로 분사했구나!”
위대한 정치가 전략가 문인 설교가는 눈물의 주인공들이다. 눈물은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다. 내가 울어야 남이 울고, 내가 웃어야 남이 웃는다. “울어라 새야,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야”
신묘년 아침이다. 아내가 콩나물국을 끓여놓고 부른다. “오늘이 정월 초하루이지만 우리 두 사람 감기몸살 때문에 애들을 못 오게 했어요. 우리끼리 아침을 먹어요.” 갑자기 아내가 토끼처럼 순하게 보인다. 신묘년 토끼해이니 금년은 아내가 착한 토끼가 돼줄 것 같다. 새해부터 무언가 보이지 않은 기세를 내가 먼저 잡은 것 같아 기분이 깡충깡충 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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