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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12월 30일 (목) 14:30:46
최종편집 : 2010년 12월 31일 (금) 01:30:02 [조회수 : 1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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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평안과 행복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잔잔한 감사로 보냈다. 폭설이 이 지역은 요행히 스쳐갔지만, 뉴욕과 뉴저지 지역은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폭설과 한파 뉴스를 TV를 통해서 보았다. 언 듯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아직도 그리워하고, 소식이 궁금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고 은혜이다.
내 마지막 의식이 숨결로 남아있을 순간까지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어떤 지역은 100년 만에 맞은 첫 화이트크리스마스라며 어린이들은 눈싸움을 즐기고, 성인들도 모두 행복함으로 들떠있는 모습들이 TV 화면에 비친다.
세상은 역시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그래서 삶은 절대적인 것도, 정설도 없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이곳에도 간헐적으로 눈발이 날렸다. 숲은 인간들처럼 부질없는 명절이나 절기 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자연은 늘 조용하고 행복 하다. 無僞自然의 도는 노자나 루소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숲 속을 걸으면 누구나 깨달을 수가 있다.
우리 동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골목에 크리스마스트리 불빛도 반짝거리지 않고 캐럴 송도 들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아침인사도 Merry ~ Christmas대신에 Good Morning으로 인사한다.
크리스마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이때가 되면 대부분 미국인들은 마치 지난 한해를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살아 온 것 같이 흥분한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없는 대륙의 겨울은 정말 춥고 지루한 계절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황량한 겨울의 구세주와 같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날을 'Black Friday'라고 해서 일 년 중에 쇼핑센터에 가장 많은 쇼핑객이 몰려와 매출액이 가장 많은 날이다.
어떤 사람들은 Thanks Giving day밤 12부터 쇼핑센터 밖에 텐트를 치고 밤샘을 하기도 한다. 미국 소매상들의 일 년 수익의 50%이상이 크리스마스시즌 매출액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이것은 천재적인 유태인 장사꾼들이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전통이다.
"사랑은 달콤하다. 그러나 빵을 수반할 경우에만 그렇다."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유태인들이다. 그래서 세상은 참 재미있는 요지경 속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처형했고 아직도 부인하고 있는 유태인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마치 요즘 세상 기독교의 상품화를 보는 듯하다.
두 번째로 재미를 보는 그룹이 교회들이다. 역시 일 년 중 가장 수입이 많은 날이 크리스마스다. 솔직히 예수는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성서에서 예수가 분노하는 장면이 한 번 나온다. 유월절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꾼들의 장사판을 뒤엎었던 장면이다. 예수가 오늘날 교회가 치루고 있는 각종 추수감사절행사나 크리스마스 예배를 본다면 아마도 그때와 마찬가지 감정일 일 것이다.
눈보라 속을 헤치면서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부르는 것은 신나는 기쁨이다. 어떤 조직 안에서 돈을 바치며 서로를 의식하는 가식보다 자연과 함께하는 만남이 바로 가슴 벅찬 크리스마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추수감사절 정신은 한 마디로 감사와 나눔이다. 백인들과 인디언들이 베푸는 자와 베 품을 받는 자들이 혹한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을 "너 때문이었다."며 서로에게 은혜를 돌리면서 나누는 것이 진정한 추수감사절이다.
다행히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숲 속에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사랑이라는 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며 적극적이어야 한다. 행함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더불어 나눔으로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다.
둘째, 예수님이 말했던 ‘비둘기 같이 순수하고 뱀처럼 지혜롭다’는 말의 의미이다. 순수하기만 하고 지혜롭지 못하면 바보가 되고, 지혜로우면서 순수하지 못하면 허풍쟁이나 사기꾼이 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크리스마스 오후에는 Washington DC에 있는National Cathedral에 제임스와 함께 갔다. 이 성당은 북남 미에서 가장 큰 가톨릭 성당이다. 건축을 시작한 지 백 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 끝내지 못하고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자존심과 기질이 잘 나타난 성당이다.
우리가정은 이 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 흑인지역 쇼핑센터에서 10년이 넘게 어린이 옷가게를 운영했었다. 가게는 주로 제임스 엄마가 운영하고 나는 주로 제임스 베이비씨팅을 하거나 제임스 학교에 라이드를 주면서 보냈다.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한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제임스와 이 성당에 와서 성모 마리아 상 앞에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곤 했었다. 그 당시에 촛불 가격은 하나에 $3이다.
그래서 $10을 헌금 통에 넣고 촛불을 3개를 켰는데 하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하나는 가게를 위해서, 그리고 하나는 한국에 계시는 내 어머니를 위해서 켰다. 촛불을 켜는 일은 늘 제임스 전담이었다. 기도가 끝난 후, 성당 케프테리아에 들려서 일 불짜리 아이스크림 2개를 밴딩머신에서 사서먹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세 개의 촛불에 기원했던 대상들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가장 먼저 한국에 계셨던 어머니가 하늘로 가셨고, 두 번째로 제임스 엄마가 떠나갔고, 세 번째로 그 꿈 많던 가게를 독사보다 못한 주의 종이 앗아갔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성당을 혼자서 찾아와서 산책도 하고, 기도도 하고, 촛불을 켠다. 이곳은 아픔과 포근한 추억이 있는 예수님 품속 같은 곳이다.
제임스가 내 예상과는 달리 나의 제안에 선뜻 따라 나섰다. 제임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침에 준 빨간 스웨터를 입었다. 아들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일 것이다. 제임스가 운전을 했다. 차창 밖에는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있다. 가슴이 뛴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아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그동안 촛불 가격이 하나에 $4로 올랐다. $20을 헌금 통에 넣고 5개를 샀다. 내가 두 개를 켜고, 제임스에게 3개를 켜라고 했다. 나는 가족과 내 사업체를 위해서 촛불을 켜고 꿇어앉아서 기도를 했다. 제임스가 촛불 3개를 켰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심각한 표정으로 기도를 했다. 아들은 무엇을 기원했을까? 그 숱한 촛불의 기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차속에서 제임스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제임스가 입을 열고 자기 생각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편이다. 솔직히 나는 지난 몇 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다. 그래서 제임스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아파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 아들에게 사과를 했다. 운전을 하는 제임스 두 눈이 축축하게 적셔가는 것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너 언제 결혼 할거야?", "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많이 낳아라, 아빠가 책임지고 길러 줄께"하고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는 솔직히 제임스가 빨리 결혼을 해서 손자들을 여러 명 낳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손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인 친구 잔 머피는 손자들을 이미 12명이나 기르고 있다. 뒤치다꺼리로 늘 바쁘다. 가끔 전화를 할 때면 축구팀을 만들라고 놀리곤 한다. 제임스가 "결혼은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27살이 넘어서 할 것이며, 자기 아이들은 자신이 키우겠다."며 섭섭한 대답을 했다. 내 생각보다 이미 성숙한 놈이다.
제임스는 올 초에 전공을 미술에서 회계학으로 바꾸었다.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2년이 늦은 셈이다. 그래서 실망을 해서 야단도 많이 쳤고, 가끔 싸우면서 분통도 많이 터뜨렸다. 곧 후회를 하곤 했었지만. 제임스는 우리 가정이 깨지고 나서 올해초에 처음으로 자기가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나에게 고백을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집에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 많았던 친구들도 내 충고를 받아들여 대부분 정리를 했다. 한때는 하나님을 부인하며 심하게 반항을 하더니 신앙적으로도 정상을 찾은 것 같다.
많은 학점을 택했는데 대부분 A학점을 받아서 명문 UVA로도 전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집근처에 있는 조지메이슨 대학에 가라고 반 강요를 했고, 제임스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는 회계학과 비즈니스 컴퓨터를 더블 전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직업은 나의 조언을 좇아서 미국연방정부 공무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 돈은 다소 적게 벌더라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정직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제임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2년 정도 외국에 나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아들이 그런 아름다운 계획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문제는 제임스의 처, 나의 며느릿감이다. 나는 솔직히 며느릿감으로 한국여자들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친구 조카들, 자녀들의 결혼을 통해서 부정적인 면을 많이 보아왔다. 나의 눈에 비친 한국 여자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며, 욕심이 많고, 사치심이 많고, 남을 고려하는 마음이나 봉사정신이 없어 보였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 탓이다. 신앙을 가지고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임스도 그 점을 다소 인정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은근히 일본 친구 요코하마 막내딸을 생각하고 있는데 케롤이 통일교집안이라고 펄펄 뛴다. 제임스도 일본인들의 남에 대한 깊은 배려와 예의를 좋아한다고 한다.
저녁에는 부모들이 없거나 가족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는 제임스 친구 몇 명을 크리스마스 디너에 초대하기로 했다. 제임스가 분주하게 여러 곳에 전화를 하더니 2명을 모았다. 한 명은 2살 때 엄마가 도망가고 아버지와 할머니가 길렀는데 아버지마저 도박에 빠져 집에 붙어있지 않다고 한다. 할머니와 함께 초청하라 했더니 할머니는 집에 없다고 혼자서 왔다. 제임스보다 몇 살 아래인 JONATHAN이다
그리고 한 명은 부모들이 볼티모어지역에 살고 있다는 HANNAH라는 여자 학생이다. 같은 교회에 나가고 있다고 한다. 존하탄은 얼굴이 약간 어두워 보인 반면 한나는 아주 명랑하고 밝아 보였다. 음식은 스택으로 내가 오븐에서 요리했다. 아주 맛있다고 야단이다. 기도는 제임스가 하고 잔소리 설교는 내가 했다.
첫째로 ‘자신을 사랑하라’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다. 인간은 모두 우주와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 자신이 백만 불 가치라고 믿으면 주위에서 그 보다 더 값있게 생각하고, 자신이 니클이라고 믿으면 주위에서 페니 값어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두려움을 갖지 말고 옳은 일에 도전하라’ 노력과 계획은 인간이 세우되 결과는 하나님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결과에 감사하라 했다. 혹시 실수를 했거나 잘못을 했으면 그 자리에서 고치면 더 이상 실수나 잘못이 아니다. 인생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바로 시작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좋은 친구들을 늘 곁에 두면 친구가 운명을 결정한다. 그래서 유혹을 피하는 것은 비겁이 아니라 참용기이고 지혜이다.”라 말했다. 제임스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수백 번 들어 본 설교라고 친구들에게 불평을 한다. 그러나 내가 60년간 배워온 지혜를 제임스가 보다 일찍 깨달았으면 좋겠다.
존하탄이 “제임스는 자기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형”이라고 나에게 고백했다.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다. 한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것 같다. 마음에 든다. 케롤도 지금까지 집에 온 제임스 여자 친구들 중에 한나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리커스토 막내딸이 제임스 목도리를 손으로 짜고 있다는 소식이 마음에 걸린다. 제임스가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는 애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나는 며느릿감은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애였으면 한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해도, 가족들이 비교적 많고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 자랐으면 한다. 또한 상처 없이 자랐으면 한다. 나처럼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지나친 욕심이 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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