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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저 그러한 하루의 단상도시탈출, 그리고 책방에 대한 단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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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1월 07일 (토) 00:00:00 [조회수 : 20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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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탈출
새벽부터 쌀쌀한 날씨와 함께 부산하게 시작된 하루는 늦은 오후를 맞고서야 마무리 되었다.
수도권이라지만 광릉 숲이 가까이에 있는 포천만 하더라도 농촌탈출의 러시로 턱없이 인구가 적다. 도시에 비해 조금만 외진 곳이라면 어김없이 한 학년 한 학급(20명 정도)의 작은 학교가 꾸려지고, 왠만한 선생님도 관심을 두지않는 기피 지역이 된다.
농촌의 작은 학교는 선생님들의 열의에 따라 아이들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는 곳이다. 대도시 어머니들이 벌이는 과외와 치맛바람의 열풍속에서 이곳도 예외라 볼 수는 없지만 우리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숲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려고 도시학교를 탈출시켜 택한 곳이 소홀읍 이곡초등학교다.
벌써 집 근처에서 한 시간가량 장거리 통학을 시킨 것도 6년째다. 큰아이가 많은 경험과 느낌으로 밝은 미래를 키웠던 정규학교도 6학년을 마지막으로 중학교부터는 진정한 배움의 길을 안내하는 대안학교로 보내게 된다.
오늘의 그냥 그저 그러한 하루는 평소에도 학원을 다니지 않던 딸 새라(13세)와 아들 정석(11세)이가 방학을 맞아 외가가 있는 전라남도 순천으로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복잡한 도시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이동계획은 한해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하는 우리가족의 서울행이다. 당일오후 일정이 있어, 버스나 지하철 이용을 포기하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남양주 집에서 아침7시10분에 출발,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도로를 따라 신촌과 마포를 거쳐 용산역인근에 도착한 시간은 8시30분이였다.
퇴계원부근 자동차 사고의 여파로 지체되긴 했지만, 대체로 서울 시내를 양호하게 정면 돌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용산에는 그 어디에도 제대로 된 용산역의 표지판은 찾을 수 없었다. 용산역 입구를 두번인가를 지나쳐서야 나란히 서있는 전자랜드의 표지판쪽의 용산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업성을 띤 전자랜드와 공익성을 띤 용산역 찾아가기? 마포를 지날 때부터 줄곧 안내되어 있던 상업성 표지판과는 분명 크게 대조됨을 느꼈다. 대중의 공적 편리성과 편안함을 주기보다는 상업적인 홍보를 위하는 도시에서 빨리 탈출해야 겠다.
어렵게 인근의 택시기사에게 용산역을 물어 도착한 시간은 8시45분 자동차를 주차장으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아내가 간신히 아이들을 기차에 태워 보낼 수 있었고, 대신 용산역을 빠져나오면서 아내가 보여준 발뒤꿈치의 상처는 급박했던 당시의 상항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선명하게 피로 얼룩져 있었다.
책방에 대한 단상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렵게 빠져나와 고속화 도로로 달려갔던 곳은 운송사업과 건설사업 보다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하나로 수원최대의 문화쉼터인 책방을 일방적으로 닫아버린 동양문고다.
지인께서 100여 평의 책방을 하다가 새로운 계기로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 궁극적인 목적은 수원이라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도시에 잠시나마 가족들이 오붓하게 나와 책방을 둘러 행복을 찾고 휴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해서요. 책을 팔아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책방을 통하여 새로운 꿈과 희망을 지역사회에 나누어주기 위해서란다.
어렵사리 시작하게 된 1,000여 평의 책방공간이지만 아트센터와 찻집, 각종 문구류 등이 오밀조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아 보인다.
요즘 대개의 책을 구입하는 곳은 인터넷이지만 그동안 모아둔 문화상품권을 다 써버리자는 심정으로 눈길 닿는 대로 무조건 읽을 만한 책을 살폈다.
아내가 열심히 고른 책은 "쉽게 찾는 우리 새"(산과 들의 새와 강과 바다의 새)와 "나무 쉽게 찾기다." 음식에 대한 책에도 손이 많이 가더니 예산문제로 더 이상은 고르지 않았다.
"쉽게 찾는 우리 새"는「산과 들ㆍ강과 바다의 새를 자세히 소개하여 누구든 제대로 알고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새 백과」사전이다. 「새를 찾아가는 일은 생생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여정이자, 상처 입은 환경을 마주하고 겸허해지는 경험이다. 생명을 지키는 신비롭고 고단한 싸움이 거기 있다. 짝짓기와 집짓기, 알을 품고 기르기까지 그네들 살림살이를 들여다보자. 그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고 울음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보자. 나아가 생태 지식을 알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자. 새들이 떠난 세상에는 사람이 설 자리도 없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나무 쉽게 찾기"는 식물생태사진가인 저자가 자연이 주는 매력에 빠져 25년간 몸담고 있던 교직 생활을 접고, 지금은 전국을 누비며, 꽃과 나무의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책이다.
내가 골랐던 책들은 일단 제목이 주는 감각적인 느낌과 내용을 유심히 살피다가 저자, 출판사 그리고 가격을 최종적으로 본다.
첫 번째로 눈에 뜨인 책은 박록담의 전통주다. 그는 전남 해남 출생으로 시인이자 전통주 연구가이다. 18년간 국내 전통주 및 가양주에 대한 현장조사와 발굴활동에 전념하였으며, 이 책에는 음주문화와 전통주 이야기, 전통주의 우수성과 특징, 전통주 분류와 지역에서 이름난 전통주 탐방 및 술 빚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
두 번째로 고른 책은 동물과 생물학을 아우르는 생태학자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가 담겨있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이다. 그는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 한다'는 믿음입니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무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 글들을 썼습니다. 죽는 날까지 줄곧 동물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들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모습들을 그리렵니다. 그러다 보면 생명도 제 앞에서 하나둘씩 옷을 벗고 언제가 그 하얀 속살을 내보이겠지요.」라고 했다.
세 번째로 고른 책은 "에코벤처"로 '환경, 시장으로 걸어 들어가다.' 라는 부재가 딸린
번역서다. 「지구생태계는 산림, 습지, 산호초 등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기후변화 방지나 수질 정화와 같은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왜 이것들이 자주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는가? 중요한 원인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대개는 자선사업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선행위로는 그 일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환경의식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보다 강력한 힘, 즉 이기심을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자산 보존에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과 탐구가 이책에 그려져 있다. 시의적절하고 도전적인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학자인 그레친 데일리와 퓰리처상 수상 기자인 캐서린 엘리슨은 자연시스템의 가치, 그리고 보존행위가 가져오는 잠재적인 이익을 충분히 인정하는 새로운 '신경제'에 관한 유익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네 번째 고른 책은 "자연의 죽음"으로 '여성과 생태학, 그리고 과학혁명'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 캐롤린 머천트는 「16~17세기 사이의 자연은 죽어있고 수동적이며, 인간에 의해 지배되고 통제되어야 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거대한 전환이 생겨나게 된 경제, 문화, 과학적인 변화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과학혁명의 시기에 사람들은 자연을 대체 어떻게 개념화했는지 이해하려는 것이며, 이 책에서 본인은 어떤 불변의 본질에 대해서가 아닌, 사회 변화와 자연의 변모구성간의 연관성에 관해 탐색해보고자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여성들이 자연에 대한 사회의 지배를 변화시키고자 할 때, 그들은 문화적으로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자연과 여성이라는 근대적인 구성을 전복시키고자 행동하고 있는 것이 된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늘날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지구 행성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의 모든 종자들이 매일 멸종해가고 있다. 인간과 지구 사이의 새로운 협조체계가 시급하다. 여성들이 지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태 혁명을 주도해 가야 한다.」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이다.
다섯 번째 책은 우리의 전통 속의 생태코드를 맞춘 분들의 "한국의 전통생태학" '생태학은 옛 사람의 삶 안에 있었다.' 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속에는 우리 전통 속의 생태사상과 우리의 옛 환경 읽기, 대안 생태공간으로서의 전통마을 등이 담겨 있다.
본문은 「이제 생태학은 생물학 틀 안에서 더 이상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 생태는 삶의 일부였지 생물학이라는 특수한 범주 안에 있지는 않았다. '삶의 꼴'이라는 뜻을 가진 생태라는 말은 본래부터 생명마저도 물질성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서구 학문의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내용을 보듬고 있었다. 어쩌다가 서양에서 생태학이 생물학자들의 손으로 가꾸어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물질문명의 첨단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것은 생명 현상도 노골적으로 물질로 환원시키고 마는 오늘날 세태의 반영이리라. 이런 세태 속에서
생태학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생태학이 물질주의의 잣대로 가름되는 현실에 행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그러한 풍토 안에서는 문화를 아름답고 생동적인 생태를 꽃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옛사람의 삶에 깊이 뿌리 내린 생태학적 지혜와 그것을 발굴해 내려는 전통생태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줄 희망을 가진다. 우리는 전통생태학 안에서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는 생태학적 학문 세계의 열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의 필자들이 자라 온 학문 세계에서는 변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학문 영역을 고집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공동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하였다.
여섯 번째는 해양 및 생태연구가인 유진 오덤이 지은 "생태학"으로 「도시화가 점점 우리를 자연환경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있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은 인간 정신에 여전히 강력한 힘으로 남아 있다. 생태학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실용적 지식을 넘어서 지구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라고 표현하면서 생태학은 지구의 소중한 생태 환경을 이해하고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길을 모색하는 통합 과학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환경ㆍ여성인권ㆍ국제문제에 관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선구자적인 사상가 가운데 한사람인 반다나 시바의 책으로 "자연과지식의 약탈자들"이다. 이 책에서는 「생물 해적질(Biopiracy)에 대한 저항은 궁극적으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식민화, 장면과 관련된 비서구적 전통의 미래, 나아가 진화의 미래를 식민화하는 데 대한 저항이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열정적인 분석력으로 과거 유럽식민 지배에서부터 오늘날 제3세계가 겪고 있는 민중들의 정신적ㆍ육체적ㆍ문화적 생존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의 수탈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식민주의를 추적하고, 현재 전 지구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및 생명공학적인 개발과 발전의 위협을 느껴야 한다.」는 내용을 밝혀내고 있다.
책을 골라 나오는 모습을 바라다보는 아내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내 한 켵의 마음은 뿌듯하고 흐믓했다.
토요일이라 한적하다 못해 적막해진 캠퍼스 안에서 늦은 밤을 부여잡으며, 분주하게 보냈던 하루의 단상을 2006년 1월 8일 01시까지 떠올려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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