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땅에서 오며 땅에서 멀어지면 꿈도 멀어지고 생태적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들은 날마다 두 발을 땅에 딛고 머리는 하늘을 향한 그리움을 가득 품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농업을 위시한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자본으로 사고팔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현재의 도시문명으론 뭐든 사고팔게 되어 있기에 농촌과 농업 속에 내재하고 있는 혼과 영은 다 죽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착한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찬 세상이 된 것이다. 농촌이 도시를 따라 사는 것이 아닌 도시가 농촌의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가치의 삶을 살아갈 때 도시는 서서히 양심이라는 아름다운 나무가 싹트고 꽃피우게 될 것이다.

▲ 가평현장에서묵은 해를 보내는 가족캠프 열어

지난 2010년 12월 18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가평에서는 생태적 삶을 그리워하는 새마갈노 회원가족들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모임으로 가족캠프를 열었다.

가평은 지금 편의시설이라고는 산속에 덩그러니 창고하나가 버티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현대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는 곳이지만 최소한의 생태적 삶으로 1박2일간 공동체적 삶을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이다.

18일 늦은 오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은 저마다 “내가 살 곳은 내가 짓는다.”라는 마음으로 생태화장실의 출입문을 뚝딱뚝딱 만들고, 임시 전기선을 끌어와 최소한의 공간에 불을 밝혔다.

▲ 가평현장에서묵은 해를 보내는 가족캠프 열어

일찌감치 괴산에서 올라오신 떨기나무님은 장작난로에 불을 지펴놓고는 겨울철 간식으로 으뜸인 고구마를 구워놓아 입을 즐겁게 했다. 특히 가족들 중 아이들인 새라(고2)와 송이(중2)가 참여해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좋았다. 다음부터는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겠다.

이번 가족캠핑은 9명의 대가족이 한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감동의 가족영화를 보고는 다함께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캠프파이어에 참석했다. 뭐니 뭐니 해도 캠핑에서의 추억은 멋진 캠프화이어가 아닐까. 환한 달빛과 함께 타닥타닥 잣나무 가지를 사르는 불꽃의 향연은 정말 예술이었다.

깊은 밤 낮선이들과의 대화는 물론 고구마를 구워먹는 재미는 모임의 또 다른 재미다. 12시쯤 모두가 임시숙소로 사용 중인 창고로 돌아와 다함께 최고의 밤 야식(?)을 즐겼다.

▲ 2010. 보래골 가족들의 캠프화이어

▲ 2010. 보래골 가족들의 캠프화이어

자정이 휠씬 넘어 하나 둘식 저마다의 창고바닥에 설치한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공기는 찼지만 매트를 깔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니 평안해졌다. 하지만 몇몇의 남정네들은 장작난로 가에 앉아 짧게는 한 해를 회고하면서 길게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전환점으로 삼아 보다 활기찬 인생을 자연과 함께 살려는 이야기꽃을 밤새도록 피웠다.

다음날은 온 종일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야채 죽과 고구마로 아침식사를 나누고는 곧장 가까운 샘물을 확인하고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몇 십 년 전에 분주했을 광산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지만 도시에서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산책의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고통과 인내를 시험하는 산악트래킹시간이었다.

▲ 가평현장의 생태화장실 풍경

▲ 가평현장, 산악트래킹을 나서는 가족들

기존 자연환경을 최대한 유지한 산악 길 코스는 경사도는 심했지만 주변풍경의 조망만은 빼어났다.  힘들게 오른 산중턱 길에서 벌써 새싹이 돋아난 냉이 풀을 먹어보고, 고라니가 싸놓은 똥도 보았는데, 천연의 그네로 활짝 웃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이면 바람을 맞으며 살고 봄이면 바람을 피우며 살리라하는 옛말 처럼 땅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그네 위 그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한낮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이윽고 오른 산등성이에는 광산으로 쓰였던 굴이 포근하게 고드름을 만들어 반기고 있었다. 

▲ 가평모임, 가족과 함께 숲속동굴 탐험

▲ 가평모임, 동굴 속 고드름

간간히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자연이 선물하는 천연 자양강장제 그 자체여서 좋았다. 하지만 동굴 앞 나무꼭대기 산새들의 보금자리가 위태롭게 보일 무렵, 산속에서 유해 조수를 포획한다는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필경 멧돼지를 사냥하려는 사람들로 보여 기분이 안좋았다.

사실 사냥에는 짐승을 총으로 쏘아서 잡는 총사냥, 그물을 쓰는 그물사냥, 덫으로 잡는 덫사냥, 길들인 매를 이용하는 매사냥, 개를데리고 하는 개사냥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개와 총을 함께 가지고 다니는 사냥꾼들인 것 같았다.

▲ 산속을 걸으며... 자작나무님 가족풍경

▲ 가평모임, 가족과 함께 숲속놀이 풍경

산비탈을 오르고, 내리면서 만난 잣송이를 모으면서 우리들이 꿈꾸고 가꾸어갈 마을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들의 마을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아닌 하늘중심, 자연중심, 사람중심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더욱이 물질중심에서 정신중심으로의 삶이면 오케이다. 타인은 물론 가족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말하고 듣고 볼 때 이해관계가 달라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인정의 문화가 그것이다.

비록 몸과 정신을 바라다보는 우리들의 행동과 생활습관 그리고 외형적인 모습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다채로운 생각들을 수용하고, 감정과 이성의 차이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습관을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단 하루를 살아도 작은 것에 감동하고 이웃과 감격하는 삶, 즉, 내일을 위한 저축 그리고 참고 견딤이 아닌,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자는 것이다.

▲ 가평모임, 가족과 함께 숲속산책 풍경

▲ 가평모임, 가족과 함께 숲속산책 풍경

이날 2시간 이상을 산악트래킹으로 함께 했던 송이의 까칠한 기분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무렵, 가족들은 보래골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배가 고파옴을 느꼈야만 했다. 하기야 야채 죽을 제아무리 세 그릇을 먹어 치웠다하더라도 죽이 밥이 될 수는 없는 법, 두 가족은 정성껏 준비한 쌀떡볶이와 어묵, 당면 등으로 맛난 점심상을 차렸다. 그리고는 먹는 즐거움을 넘어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아름답고 황홀한 삶을 느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변화를 통해 감성이 다르고, 스스로 깨닫고 배우기도 하며, 더욱이 건강한 먹거리를 자연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혜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가평 숲 속에는 벌써 봄이 왔어요!

▲ 고라니의 똥은 예쁘다!

눈으로 꽁꽁 얼어붙은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우리들은 자연과 자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등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이러한 공생공존의 관계 속에서 생태적 순환을 이루는 마을공동체가 하나쯤 이 땅에 존재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