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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2일 (수) 00:00:00 [조회수 : 4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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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하기 수양회 장소는 정조(貞操)의 도시인 밀양의 강변이었는데 담임 목사님의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라는 방침에 따라 상당히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이 되었으나 유독 과부 전도사만이 기숙사의 사감처럼 엄격하였다. 아침의 예배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선 철수가 혼이 났었고, 휴대용 전축을 사용하여 스피커를 밤나무에 매 달고 음악 방송국을 차렸던 학생들에게 팝송을 절대로 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였기에 모두들 과부 전도사를 골탕을 먹일 기회를 찾고 있었으나 그의 외아들이 용준과 같은 학년이었기에 기밀이 누설되어 번번히 실패를 하였다.
교회의 노년부에서 찾아와 주고간 수박들이 있었는데 통 줄 생각을 않고 마지막 날 성경퀴즈대회를 한 후에 시상으로 준다는 말에 이미 남자들은 성경에 한 수 위인 여학생에게서 얻어먹는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고 30개의 큰 수박은 여학생들 텐트가 쳐진 흐르는 강물에 돌들로 담장을 쌓아 잘 보관이 되어 있었다.
“내일이 퀴즈를 푸는 날인데 열매를 하와에게 맡겼으니 제2의 에덴동산 사건이 날 터이니 여학생들이 주는 것을 먹니 차라리 우리 손으로 우리 몫을 챙기도록 해.”
철수는 교회에 처음 온 녀석이나 가슴에 다이야몬드 마크를 달았고 근육도 육체미 선수와 같았고 다마내기 까는 듯한 서울말씨로 유혹을 하기에 모두들 찬성을 하였으나 과부 전도사의 외아들은 ‘자신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가롯 유다처럼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1시경, 유다가 잠을 자는 것과 목사님의 홀로 기도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을 하고는 육지를 택하지 않고 모세처럼 물을 택하여 강 속으로 들어가 깊은 곳에서부터 몸을 숨기고 정갱이 정도의 수심의 강변에 있는 수박을 향해 포복 전진을 하여 돌성의 중앙에 있는 수박을 훔치기 시작을 했다.
“어느 놈들이야!!”
여학생 텐트가 있는 나무 속에서 손전등이 번쩍거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앙칼진 여전도사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목사님처럼 심야기도나 하지 않고 비겁하게 가롯 유다의 말을 듣고 잡으러 나오다니…. 갑작스러운 외침에 잠을 자던 여학생들도 한 둘씩 텐트 속에서 나오기 시작을 하였고 여전도사의 손전등은 사냥의 먹이물인 수박을 향하여 비치기 시작을 하였다. 그러나 밀양의 아담들은 단순한 하와에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가롯 유다가 밖에 나간 후에 미리 작전을 세워 두었던 대로 움직였는데 벌거벗은 아담의 작전은 손전등이 비치면 수박으로 자신의 중요한 곳을 가리고 미처 수박을 훔치지 못한 자는 뒤로 돌아서 벌거벗은 엉덩이로 대신을 한다는 것이었다.
“오! 주여! 애들아, 아무 일도 아니야. 큰 개구리들이 왔다 갔다 하니 문단속을 잘 해라. 걱정말고 잠이나 자.”
재빠르게 손전등의 방향을 바꾼 여전도사는 나오려는 여학생들을 황급히 텐트 속으로 인도하며 자신은 주님을 부르며 심야기도를 시작 하였고 밀양 아담들은 유유히 수박을 들고 물 속을 나온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예배가 끝나자 바로 성경퀴즈대회가 벌어졌는데 -이미 문제지가 출발 전에 등사가 되어 여전도사가 가지고 있기에 있었으며 가롯 유다에게 몇 문제라도 알아 오라고 시켰지만 실패를 했다 – 의외로 목사님은 시험지 대신 큰 도화지를 밤나무에 붙였다.
“수박과 큰 개구리들??”
중고등부 담임이신 옥목사님은 오랜만에 찾은 자연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안식을 주고 자신은 이들을 위해 엎드려 기도를 하는 분이었고 과부 전도사는 따라다니며 사탄을 내 쫓는 성격이 연합하여 나온 문제였다. 이조 때 과거처럼 의외의 퀴즈문제를 보자 200여명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만한 투표용지에 정답을 적기 시작을 한다.
“사단, 사탄, 남학생들, 본적이 없음 등이 제일 많으며 밀양동산, 참외는 와 없노, 물뱀 등의 답도 있군요. 정답은 12장이 나왔는데 고등부 일학년 2호 천막팀들 다 나와서 자신의 정답을 읽어 주세요.”
“이용준을 포함한 11명, 한철수를 포함한 11명, 박중규를 포함한 11명, 조광호를 포함….”
“엄기영을 제외한 2호 천막 11명.”
“12학생에게 질문을 하죠. 벌거벗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고는 하나님이 부르자 무엇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으로 가렸죠?”
“무화과 나뭇잎입니다.”
여전도사의 외아들 엄기영이 즉시 대답을 하자 여전도사의 얼굴에는 기쁨이 나타나며 두 손까지 모은다.
“나머지 학생들은 합창으로 해 보세요.”
“수박 사세요! 수박!”
첫 휴가의 기쁨을 만끽하고 둘은 통일호 열차를 타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낮잠을 자고 깨어보니 벌써 열차는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한강! 삼국시대에는 이 강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피를 뿌렸으며, 동족전쟁에는 빼앗긴 분풀이를 한강다리에 하였고, 이 강을 꺼꾸로 건넌 군인들이 현재 정권을 잡을 정도로 한국의 동맥의 구실을 하는 강이었다.
“승객이 만원인 서울을 살리는 길은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이 최선인데 가능할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서울에 살아온 철수는 낮잠이 아직 덜 깬 용준을 팔꿈치로 툭 치면서 질문을 해 본다.
“니 아직 잠 덜 깼나? 니 때문에 불가능이다.”
입 언저리에 흘린 침을 닦으며 용준은 동문서답을 하는 것이다.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석유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수도가 지리적으로 중간에 있으면 하루에 아껴지는 기름값도 해도 큰 돈이며 국토도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
꽃이 있는 곳에 벌들이 모이듯이 청와대가 있는 곳에 모든 사람들 특히 가진 자들이 몰리면 없는 자들도 덩달아 모이기 마련인 것이다.
“서울내기는 똑똑하고 수준은 높으나 크게 보는 눈이 부족한기라. 그래서 준척은 나오는데 월척은 안 나온데이.”
군대 가기 전까지 저수지의 붕어에 미쳐 낚시대를 들고 통금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낚시광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표현이었다.
“크게 보는 눈은 무엇인데?”
아직 낮잠이 덜 깬 용준이 이상한 타령을 하기에 철수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하였다.
“평양은 북방을 포기한 고려의 정신을 주장하는 북한의 수도로 적합하나 서울은 조선의 정신이기에 남한으로서는 벅찬 곳이다. 서울은 통일을 이룩한 백성들의 수도이다는 말이데이. 그래서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한국은 일보 후퇴를 하면서 언젠가 다시 서울이 수도가 된다는 소망을 국민들이 가지게 함으로 자연적으로 국민총화를 이루지게 만드는 것이 큰 눈이다. 그러나 니 같은 서울 사람들이 기를 쓰고 반대를 할 것이 뻔하다. 지 꿀단지 남에게 주는 사람 봤나?”
대학시절 둘은 술을 마시면서 정치를 안주로 삼을 때는 철수의 논리정연 한 생각과 용준의 뜬 구름을 잡는 미래 예언식 발상은 대조적이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북한의 김씨가 굉장히 센 운세라 남한에서는 김씨가 대통령이 될 수가 없으며 만약 대통령이 양쪽이 김씨면 한 쪽은 죽거나 개망신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을 위해선 남한에서 망신을 당하더라도 계속 김씨가 대통령이 되어야지 북한의 미친 김씨의 씨를 말린다는 소피스트 용준의 말이었다.
“군대에서 제일 싫은 것이 남들이 자는 시간에 보초를 서는 일인데…”
“주방병도 보초를 서나 보지?”
“총 든 자만 군인이고 밥주걱 든 자는 식모가! 역시 사람은 체험을 해야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말이 맞데이.”
계속 횡설수설하는 용준이 잠이 덜 깬 줄 알고 바로 질문을 한 철수는 멋쩍어 너털웃음을 짓는다.
“보초는 눈과 귀는 현실을 보지만 머리는 많은 생각을 한데이. 니놈 생각부터 자야 생각까지 몇 바퀴를 돌다 보면 부모님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도 하는데 요한계시록의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는 말씀은 가슴에 와 닿더라.”
철수가 보아온 용준은 위험한 곳을 다니며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는 않고 반드시 본 자리로 돌아오는 성격이기에 둘은 궁합이 맞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에 엄마의 취미인 영화 감상에 들러리로 따라 다녔는데, 물론 제과점에 포스터를 붙이고 초대권을 주었는데 지금으로 말하면 브.아이.피(VIP) 초청장이라 공짜는 물론이고 좌석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에도 VIP 손님은 맨 뒤의 경찰관이 앉는 자리까지 내어 줄 정도로 대접을 받는 표데이. 엄마는 어린 나의 손을 꼭 잡고 극장 문을 들어서면서 ‘영화는 처음과 끝이 제일 중요하며, 똑 같아야 하니 잘 봐라이.’ 는 말을 꼭 하셨어. 한참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에 옆에 계시는 어머니를 보면 꾸벅꾸벅 주무시는데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의 장사가 힘이 드셨을끼라. 한숨 소리, 웃음소리에 잠시 눈을 떠 지켜 보다가 또 졸기 시작하더라.”
개인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식들에게는 합리적인 경영학을 배우게 하면서 자신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터전을 지켰던 것이다.
“보통 날에는 제과점에서 일하는 여자 종업원들이 간단히 씻고 자기 전에 그날 손님들의 우스운 행동을 흉내내며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어머니가 영화보고 온 날에는 식구들은 씻는 것도 생략이다. 큰 방에 군대식으로 맨 윗목에 어머니 이불이 펴지고 계급 순으로 7~8명의 이불이 깔려 있는기라. 부산 근처의 합천, 진주, 통영, 창원, 고성, 거제도... 전라도 여수에서까지 취업 온 처녀들이라, 일년에 두 번 고향 방문길에 최근 상영된 영화 소식이 제일 자랑거리인기라.”
TV가 처음 나왔을 때 연속극이 서울에서 부산 오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으니 최신 영화의 시골 상영은 2~3년 이상 걸리던 시절이었다.
“엄마의 몸짓 발짓에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며 객지 생활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처녀들이었는데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는 중간 중간에 어머니가 틀리게 이야기하시는 것을 느끼게 된기라. 꾸벅꾸벅 졸았으니 당연한 일인 것이제. 어머니에게 이야기가 틀린다고 최초로 항의를 해 보았더니 재치 있는 어머니가 ‘아 참! 이 몸이 배가 아파 처갓집에 가야 하니 우리 아들이 대신 하겠다.’며 기회를 주시더라. 박수 속에 처음으로 여인부대의 이불무대에 선 나는 신이 나서 본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첫 무대를 생각하는 용준은 이제 낮잠이 다 깬 듯 열성적으로 설명을 한다.
“그런데 고참 카운터가 ‘니는 눈이 나빠 상세히 보지 못했다. 우리 사장이 얼마나 눈이 좋은지 아나? 척 보면 삼천리라. 손님이 딱 오면 케이크 한 통 살 것인지, 빵 한 개 봉투에 사 가는지 척, 척이다. 니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잘 보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했다.’는 기라. 그날 저녁 이후로 난 어머니 이불 무대에 두 번 다시 서지를 못했으나 성경은 처음과 끝이 중요하며 똑같아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며 종말이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말씀하고 있는 것 같아 제대 한 후에 다시 한번 어머니의 이불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데이.”
용준은 젊은 군인답게 의욕을 보인다. 도전이란 현실을 무시한 고생의 길이나 인간에게 있어서 소중한 까닭은 삶이 고행의 길이기 때문에 이들이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리는 처음과 마지막이 같아야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이단(異端)이라 부르는 집단은 문자 그대로 처음과 끝이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어.”
“이단(二段)이 처음과 끝이 다르면 두 수 위인 사단(四段)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는 무리를 말하나?”
“나의 벗, 용준아. 정답을 말하는 것은 너 마음에 성령님이 함께 하심이라.”
“이등병 목사님, 큰 목사되면 한 자리 부탁을 합시다.”
둘은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어본다. 연인과 데이트 하는 자는 남자들의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철수 집에 들려 인사를 하고 홍능의 누나집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는 조카들과 씨름을 한 후에 둘은 다시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날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마 시간이 남았으면 가까운 청량리에서 한번 더 폭격을 할 용준이었으나 누나의 당부를 명심한 것이다.
“철수야, 예수님을 꼭 만나 나에게도 인사를 시켜 주라이. 그리고 쓰려진 비석 앞에서 애기를 등에 업고 엎드려 울고 있었던 젊은 여인에게 소망을 주는 목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라. 나도 널 위해 짠밥을 끓이며 기도를 할께.”
교회는 만났으나 예수님을 체험하지 못한 용준은 친척들이 준 용돈을 다시 철수에게 맡기고 떡 대신 부대원들의 국에 넣어 줄 자신의 빵공장에서 선물을 받은 미제버터가 가득 찬 배낭을 메고 시외버스에 오르고, 재충전 한 철수는 교회의 본질인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여름방학에서 용준과 산소에서의 체험이 철수의 가슴사진으로 박히고 교회에 대한 첫 사랑의 회복으로 2학기부터는 새로운 자세로 수업을 받았고 병춘 아저씨와의 성경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밤을 새우며 새벽기도를 참석하는 일이 많아질 정도로 열기를 띄게 되었다.
“누님, 마지막 부동산 투자를 한번 멋지게 해 봅시다.”
“초반의 모험은 끝나고 중반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마지막이라니….”
장 여사는 홍차를 마시면서 병춘의 마지막이라는 말의 진의를 알고자 의심적은 눈으로 바라본다.
“저희들이 초반에 너무 복을 받아 저의 눈도 멀어지고 누님의 건강도 약해졌기에 전투의욕이 많이 감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곳에 몰아넣고 느슨하게 지켜보자는 것이죠.”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의 월급봉투에 매달려 살던 시절에는 돈이 많은 이웃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자신이 돈방석에 앉고 보니 이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임을 실감을 하게 되었기에 기회를 봐서 옛 시절로 돌아가야겠다는 남들이 알면 복에 넘친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또한 병춘도 5년 동안의 모험 속에서 큰 힘이 자신을 당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남들보다 정보를 먼저 알고 한치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더라도 마지막 결정순간에는 하늘에 맡긴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원이 잘못 들은 정보로 구매한 땅이 노란자위로 변하는 사실은 설명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돈은 피와 땀을 흘린 만큼 벌어야 자신의 몸에 피와 살이 되는 것이다. 복으로 받은 돈은 선한 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도록 내어 놓아야 나 자신이 편안하다는 단순한 생각이 진리인 것 같았다.
“부동산에서 안정된 임대업으로 전환을 하자는 말 같은데 나도 생각을 하고 있었어, 좋은 장소라도 있나?”
병춘의 원거리 공격을 하는 척 하면서 단거리 공격을 하는 전술은 이미 익숙해 있었지만 장 여사도 다른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청량리 역전 광장에 제가 세 들어 있는 사무실 옆의 2층 상가가 주인의 아들이 큰 사업에 실패를 하여 은행으로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광장 맨 끝에 있는 건물이군. 이 건물이 사창가로 들어가는 큰 골목을 끼고 있어 장래성이 없는 자리이기에 은행의 대부금이 적었을 것이고 시중가격도 형편이 없을 터인데….”
움직일 수가 없는 땅은 남편에 따라 자신의 팔자가 변하는 여자처럼 주위의 환경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심지어 정류소나 건널목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기에 철저히 따지는 것은 은행에 담보로 제시한 건물이나 땅을 살펴보러 가는 남편을 통해 얻은 체험인 것이다.
“맞습니다. 이 점을 노리자는 것이죠. 게다가 이 상가는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고 광장에 붙어 있는 전면은 80m나 됩니다. 창녀촌이 있는 자리는 언젠가는 재개발이 되기에 오래 기다리면 황금알이 됩니다. 종로 3가의 철거된 창녀촌이 그 본보기입니다.”
“종로 3가에도 전에 창녀촌이 있었는가? 나는 금시 초문인데…그래 말이 나온 김에 자네의 구상을 말해 보게. 참! 평수는 얼마나 되나? ”
“약 2000평인데 1200~1300평은 건물을 지을 수가 있습니다.”
“아니 그 건물이 그렇게 넓은 평수인가? 우리에게는 너무 무리인 것 같아. 편하자고 하는 일인데 도리어 빚을 질 수는 없지 않아.”
“2층 건물은 500평 정도이나 뒤에 붙어있는 지금 노천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터가 1500평이나 됩니다. 전부 사는 조건이기에 구매자가 없는 형편이고 은행에서는 건물이 들어선 500평만 담보로 잡았기에 봉을 잡은 셈이죠.”
“….”
서울 변두리의 중심부에 2000평이란 말에 현재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는 장 여사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중산층을 겨냥하는 상가를 만들데 최신식으로 짓자는 것입니다. 이제 건축붐이 일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수록 손님이 몰리는 현상이 생길 것 인데 기존의 시장에 최신의 새 건물은 거의 실패가 없습니다. 지하는 1,2층은 장래의 봐서 주차장으로 하고 지금은 창고가 적합하며 1층은 칸을 막아 전시장이 요구되는 업종, 2~4 층은 백화점 형식의 개인상가, 5층은 전문과목대로 병원과 서민들과 접촉이 많은 사무실, 6~7층은 나이트크럽이나 교회가 서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사람아, 상가의 6~7층에 교회가 세워지면 서울 사람들이 웃고 새벽을 깨우는 자네 아내도 웃을 일일세.”
병춘의 부동산 판매는 구매자들에게 땅의 용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탁월 하였기에 쉽게 매매가 이루어 졌는데 오늘의 자문은 탁월하기보다 엉뚱한 착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건물에 교회가 들어서는 결정은 철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철수의 선택? 철수의 의견인가?”
장 여사가 보아도 요즘 수상한 행동을 하는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바싹 긴장을 하였다.
“철수는 꿈도 꾸지 않는 일이나 창녀촌에 창녀들을 위한 십자가 동산이 세워지는 것은 저의 소망입니다. 요새 철수가 예수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였기에 저와 같은 소망을 가지리라 생각을 합니다.”
장 여사는 창녀들을 위한 건물이라는 병춘의 말에 진의를 깨달았기에 더 이상 반대의 질문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장손이라 시아버님과 집안 어른들이 결사 반대를 할 것인데…”
“새 건물의 꼭대기에 십자가가 세워지는지 나이트크럽이 세워지는지는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누님과 저는 간곡한 기도를 드립시다.”
병춘의 폭탄 계획에 장 여사가 침묵의 동의를 한 것은 많은 재물은 행복을 더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한번 더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부터 자금의 상태를 파악한 장 여사는 너무나 불어난 자신의 재산에 스스로의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으며, 병춘의 재산도 자신의 재산에 40% 정도로 육박하였기에 완벽하게 자금계획을 세운 병춘의 계획대로라면 입주 상가 전세금의 절반은 융통자금이 될 것 같았다.
병춘아저씨와 장 여사의 한 달간의 대화의 결론으로 바로 상가를 헐 값에 인수하여 현대식 빌딩공사를 시작하여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철수가 졸업을 하는 94년 봄에 완공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철수의 신학대학원 졸업식 3일 전에 병춘 아저씨가 대구의 할아버지를 방문 하였는데, 양조장에서 집안 어른들과 첫 막걸리의 맛을 보던 할아버지는 병춘아저씨의 고백에 충격을 받고 고혈압으로 쓰려져 사망을 함으로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병들고 늙어 죽게 마련이나 장손의 예수쟁이 길로의 선택이 할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현실에 많은 집안식구와 어른들로부터 철수는 질타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씨 문중이 다 모여 5일장으로 거행된 장례식에는 철수는 시신이 모셔진 마루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엄벌이 내려졌다. 장례가 끝나도 철수에 대한 징계는 계속되어 목사의 길을 포기하면 49재 후에 원 상태를 회복하나 포기를 하지 않으면 장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선산의 초가집에서 추운 마지막 겨울에 철수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에게 충격을 드려 죽음에 이르게 한 일과 방학 때 가슴에 다이야몬드를 달고 온 손자를 온 동네를 데리고 다니며 흐믓한 마음으로 자랑을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기에 무덤을 붙들고 용서를 빌었다. 물론 신학교에서 무덤이나 죽은 자의 시신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배웠으나 자신을 목에 태워 두둥실 춤을 추며 양조장으로 가시는 할아버지를 영원히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깨끗한 하얀 이불을 덮고 편히 주무시는 무덤들의 비석을 눈을 녹여 닦으며 한 분마다 철수의 마음에 이름을 되 새기는 작업을 시작으로 어둠이 오기까지 무덤 주위를 청소하는 고행을 되풀이 한 것이다. 유일한 친구는 동생 태봉이와 혜란이가 찾아와 할아버지 친구 집에서 기르는 세퍼드 종자가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가 양 귀 끝이 흰색이라 장손의 뒷머리에 흰 머리털이 모인 것과 같다며 얻어온 2개월 된 강아지였다.
선산의 초가집에는 전기도 없어 호롱불을 켜고 달 빛을 벗삼아 성경을 보면 성령이 함께하는 분위기를 더욱 실감케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철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던 성경책이 이제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신도 놀라 정도였다. 철수는 성경 속으로 빠지고 아담이란 이름을 지음 받은 강아지는 엄마 젖이 그리운지 입을 죵죵거리며 잠을 자는 속에 세월은 지나간다.
<믿음이 오기까지 우리가 율법 아래 매인바 되었고 계시될 믿음의 때까지 갇혔느니라 이같이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선생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하려 함이라 믿음이 온 후에는 우리가 몽학선생
아래 있지 아니하도다> (갈3:23~25)
현재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제일 혈통적으로 가까운 선친들이 주무시는 곳이 선산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분들의 믿음과 다른 것을 믿는 배신자의 신세이다. 달님에게, 부처님에게, 공자님에게 두 손 모아 빈 조상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참된 믿음이 오기까지 몽학선생의 지도를 받았을 따름이다. 믿음이 무엇인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임을 믿는 것이다. 나도 땅에 묻히면 언젠가는 나의 후손들이 나의 결정이 옳았다는 때가 올 것이다.
49재를 마치고 집안 어른들이 철수에게 예수의 길을 포기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겠다고 담대하게 대답을 하고는 그 다음 날 철수는 선산을 깨끗이 청소하고 할아버지의 무덤 앞에 섰다.
“할아버님! 아버님! 저는 조상들과 부모님을 공경하는 길이 선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메시야임을 믿는 교회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섭섭하게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한씨 집안의 기백이나 곧은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며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모범적인 종이 되겠습니다. 잘 지켜 봐 주십시오,”
마지막이 되는 큰 절을 하면서 눈이 쌓인 땅바닥에서 실컷 울었다. 왜 종교는 서로 다른 관습으로 인간의 순수한 마음마저 죄로 몰아버리는가? 왜 하나님은 태양처럼 같은 모습으로 인간에게 보이시지 않고 민족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셨는가? 근본정신은 변함이 없이 강하게 붙들어야 하나 격식은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는 하나님께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임을 느끼게 되었으며 어머님과 병춘 아저씨도 주위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철수의 결단으로 나함빌딩의 6~7층은 교회로 결정이 되어 예정대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조상들에게 작별인사를 마친 철수는 성경책과 어린 아담을 데리고 십자가를 세우라는 소명을 이루기 위해 청량리로 향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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