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시티의 성탄공연 
                                                                                                                                          

▲ 등촌 이계선

사랑과 예술의 계절 크리스마스시즌에 주현미 콘서트와 라디오시티의 유명한 캉캉 춤 공연이 있나보다. TV 광고에서 주현미가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고 있고 뉴욕의 미녀들은 캉캉 춤 과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여보 우리가 이미자 노래도 들었는데 주현미 쇼가 뭐가 그리 아쉽겠소. 발레의 지존 ‘백조의 호수’를 봤으면 됐지 캉캉 춤과 탭댄스를 안 보면 좀 어떻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내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다. 남편의 무능을 알아 모시겠다는 듯 아내는 말이 없다. 그런데 며칠 후 맨해튼의 큰손 장산 이상철 형에게서 기별이 왔다.

“목요일 오후 5시에 맨해튼 라디오시티로 나오세요.”

그렇게 해서 우리부부는 라디오시티의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쇼 ‘Rockette’를 보게 된 것이다. 라디오시티는 록펠러센터에 속해있는 뮤직홀이다. 1933년 12월 21일에 초연한 크리스마스 쇼 ‘로켓트’는 77년 동안 77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일 년에 겨우 10만 명이지만 단일극장에서, 그것도 짧은 성탄절시즌에 10만관중 동원은 성황을 이루는 사건이다. 어제도 장내는 빈자리가 안 보였다.

춤이 끝나자 빨간색 이층관광버스가 무대로 진입했다. 극장에 앉아서 뉴욕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아래위층을 가득태운 남녀들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뉴욕의 관광명소를 드라이브한다.

타임스퀘어를 보고 맨해튼 빌딩숲을 지나니 ‘센트럴파크’가 나왔다. 크리스마스추리가 있는 록펠러센터에서 피겨를 즐기는 남녀무리들이 신기하게만 보인다. 실제 아이스링크가 무대 위에 등장하는 장면은 탄성이 나올 정도다.

공연 후에 우리부부는 록펠러센터 추리를 직접 가서 보았다. 어쩌면 크기까지 똑같아 보일까? 포탄이 날아가는 해군병사들의 사열 춤도 멋지다. 김일성광장의 북한군 사열처럼 일사분란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군대 사열에는 오로지 김정일 한사람만 웃고 즐기는데 라디오시티에서는 모두가 즐겁다. 그래서 예술이다.

어린이와 동물들이 등장하는 매직 쇼는 우리부부를 동화의 나라로 이끌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캐럴을 부르는 인간 천사들은 마치 하늘에서 잠시출장 나온 천사들로 보인다.

후반부 ‘동방박사 세 사람’으로 시작되는 캐럴 속에서 성탄절성경이야기가 연극으로 등장했다. 장엄한 코러스와 황홀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점점 더 웅장하고 신비하기만 했다.

러닝타임(Runing Time) 한 시간 30분.

그동안 예술의 도시 뉴욕에 사는 덕분에 나는 괜찮다는 공연을 많이 보았다. 조영남, 이미자, 박인수, 엄정해, 임응균, 임형주, 홍혜경을 비롯하여 비중 있는 한인무대는 꼭 찾았다. 그리고 ‘나비부인’ ‘백조의 호수’등 세계적인 오페라나 발레도 관심 있게 보았다. 나는 그중에서 주저하지 않고 라디오시티 ‘로켓트’를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다.

고도의 첨단 과학기술이 꾸며낸 무대장치, 엄청나게 쏟아 부운 돈과 배우들의 완벽한 프로급 연기, 여기에 관객으로 대표된 미국의 문화수준이 만들어낸 무대가 ‘로켓트’이기 때문이다. 70여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춤추며 노래하는데 배우들 뒤로 수백 명이 함께 연기를 펼친다.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숫자가 수백 명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영상이다. 그런데 동작하는 춤과 색깔이 배우들과 똑 같다. 저절로 탄성이 나오며 감동의 도가니로 들어간다.

솟아오르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는 무대, 관중석 머리 위 천장까지 조명이 들어와 무대에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관객 옆 통로에서 배우들이 튀어나와 캐럴송을 부를 때, 난 그만 내가 무대에 있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나 “노엘~ 노엘!!”부르며 함께 합창해 버렸다.

“저 들밖에 한밤중에 양 틈에 자는 목자들/ 한천사가 전하여준 주 나신 소식 들었네./ 노엘~노엘~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여보 옆자리에 앉은 미국인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어요, 당신이 공연 방해한다고.”
아내가 꼬집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나는 감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쇼 관람하러 ‘라디오시티’에 왔다가 화려한 무대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누가 스타이고 누가 관객인지 혼연일치를 이루어주는 공연이 주는 메시지가 크기만 하다. 모두가 스타요, 모두가 관객이 된 멋진 쇼가 삶의 무대로 함께 펼쳐졌다. 우리부부는 스타가 되어 삶의 무대에서 큰 소리로 합창했다.  노엘~노엘~온 세상에 주님의 평화!! , 노엘~노엘~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