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의 산등성이에서 본 광경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예수는 기원전 4년 헤롯 대왕이 죽기 직전에 태어났다. 그러나 헤롯 대왕이 죽자마자,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으며, 어떤 무리들은 로마제국이 임명한 불의한 폭군을 대신해서 하나님께서 임명하신 의로운 통치자를 세우려는 폭력적인 시도들을 하여, 분명히 메시아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로마제국의 정예 군단은 없었으며, 단지 보조부대만 있었다. 따라서 그런 반란들을 진압시키기 위해서는  당시 로마제국의 가장 강력한 위협세력이었던 파르티아 제국에 맞서서 북쪽의 유프라테스 변경지방을 지키던 시리아의 군단병력을 빼내 투입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다시 말해서 반란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온 것만이 아니라 처벌하기 위해서도 왔다. 그들은 이번에 끝장을 내면  적어도 앞으로 몇 세대 동안에는 더 이상 다시 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들어놓겠다 했다.

 반란이 일어났던 곳 가운데 하나는 갈릴리의 수도 세포리스였는데, 이곳은 나사렛에서 북쪽으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Jewish War)에 따르면, 그곳에서 유다(Judas)라는 반란자가 '상당한 추종세력을 일으켜, 왕의 무기고들을 강탈하여 무장한 후에, 다른 야심가들을 공격하여 권력을 잡았다'(2.56).

로마제국은 시리아에 세 개의 군단을 배치했었는데, 총독 바루스(Varus)는 우선 한 개의 군단을 남쪽 이스라엘에 파병하고 이어서 두 개의 군단도 파병했다. 이것은 약 18,000명의 정예 병력과 2,000명의 기병대와 15,000명의 보조 보병대를 뜻했다.

그들은 세포리스의 북서쪽에 있는 지중해 해안 도시 프톨레마이스(현재의 Acre)에 진을 쳤다. 그리고 바루스는 그의 주력부대를 남쪽으로 진격시키면서, “즉시 부대의 일부를 그의 친구 가이우스의 지휘 아래 프톨레마이스 주변의 갈릴리로 출병시켰다. 가이우스는 모든 반대자들을 궤멸시키고 사로잡았으며, 세포리스 도시를 불태웠으며, 그 주민들을 노예로 만들었다”(2.68).

이처럼 로마제국의 군단병력이 세포리스를 불과 칼로 초토화시켰을 때, 그 인근 마을들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세포리스에서 불과 4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 나사렛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걸어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나사렛 산등성이와 벳 네토파 계곡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요세푸스는 기원전 4세기에 세포리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관해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기원후 67-68년에 또 다시 발생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시리아의 군단들이 베스파시우스의 지휘 아래 남쪽으로 진격했을 때 벌어진 일을 나사렛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포리스와 요단 강 반대편에 있는 거라사에서는, 루시우스 안니우스가  미리 도망치지 않았던 청소년 1,000명을 칼로 죽였으며, 여자들과 아이들을 포로로 잡았고, 그의 군인들에게 재물의 약탈을 허락한 다음에 집들을 불태웠고, 주변 마을들로 진격했다. 기력이 있는 사람들은 도망쳤고  연약한 사람들은 살육되었으며 남은 것들은 모두 불길에 사라졌다.(4.488- 89).

기원전 4년에 나사렛에서는 그 지역 농민들이 잘 알고 있었던 은신처로 때맞춰 피신했던가, 아니면 남자들은 살육당하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아이들을 노예로 끌려가거나 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피신했다면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한 반란자가 말했듯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로마 군인들은 심지어 그 남은 것들마저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황무지를 만들어놓고는 그것을 평화라 부른다.”

예수는 기원전 4년 이후에 나사렛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 마을의 이 중요한 사건은 로마인들이 덮친 날이었다. 누가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가 열두 살이 되기까지 그는 로마인들이 덮친 날에 관해서 되풀이해서 듣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누가 도망쳤으며 누가 도망치지 못했는지, 누가 살아남았으며 누가 죽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로마인들은 멀리 떨어진 신화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예수가 태어났을 무렵에 나사렛의 뒷마당을 유린했던 군인들이었다. 따라서 다음은 우리가 가능한 한  역사적으로 예수가 실제로 열두 살이 될 무렵에 그가 겪었을 일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예수가 충분히 나이든 어느 날, 마리아는 예수를 나사렛 산등성이로 데리고 올라갔다. 봄철이라 산들바람이 공기를 맑게 했으며  곳곳에 들꽃들이 만발했다. 그 계곡을 가로질러 세포리스는 푸른 언덕 위에 희게 빛나고 있었다. 마리아는 말했다.

 “우리는 그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러나 너의 아버지는 집에 오시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떠났을 때까지 기다렸단다. 그러자 큰 소리들이 들려왔고  땅이 진동했었지. 마침내 우리는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나서야 도망쳤지만  너의 아버지는 끝내 집에 돌아오시지 못했단다. 내가 오늘 너를 데리고 이 산등성이에 올라온 것은 네 아버지를 잃게 된 날과 우리가 모든 것을 빼앗긴 날을 네가 항상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그래,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 살아왔지.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방어했던 사람들을 방어하시지 않았는지? 로마인들이 덮쳤을 때, 하나님께서는 어디에 계셨는지 하는 질문 말이다.”

- 마커스 보그 & 도미닉 크로산, <첫번째 크리스마스>(근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