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범한 노총각의 경험

동네 헬스장에서의 경험

동사무소의 헬스장에서 아침에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 대부분 동네의 60~70 대의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신다. 연평도 포격이 있고난 다음날 아침에 가니 어르신들의 비분강개가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이게 다 지난 10년 간의 좌파 정부 때문인기라” “지난 10년 간 북한에다가 31조나 퍼부어줬다 안카나.” “황장엽이 그냥 내버려뒀으면 벌써 망했을 거라 한했나. 햇볕 정책 때문에 지금 이런 꼴을 당하는기라.”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해. 그래야 다음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 “어차피 전쟁이 한번은 나야 통일이 될테니 이참에 전쟁을 해뿌야되. 전쟁나면 일주일이면 끝나.” 조선일보의 논리이다. 물론 중앙, 동아일보도 포함된다.

한 후배와의 논쟁

어제 예배당의 남전도회실에서 한 살 아래의 후배 논쟁이 있었다. 연평도 포격이 주제였다. 똑 같은 주장을 한다.

그 일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위키리크스 기사에 의하면 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의 이유가 나온다. 3~4년 내에 북조선이 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접촉이 필요하지 않고 무시하면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이 남쪽에서 북방한계선 가까이에서 해군이 훈련을 하면서 북쪽을 향해 발포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고 북한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다가 발생했다는 것을 말했다.

후배는 동네 싸움에 비유하며 말한다. “말로 신경을 거스렸는데 상대방이 선방을 날렸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해 확실하게 응징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와는 다른 차원이다. 상해 정도가 아니라 생명이 죽는 일이 동반된다. 연평도 포격으로 네 명이 죽었다. 그 정도만 해도 이런데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죽는다. 남한의 국민이 죽는 것이나 북조선의 군인 또는 주민이 죽는 것은 같다. 북조선의 군인은 죽어도 괜찮은 것이냐?”

그는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칼로 위협하는 경우에 비유하며 말한다. “그런 경우에는 죽여도 되는 것과 같이 생명의 손실에 대해 감수하여야 한다.” 열이 오른다. “너는 네 자식이 군대에 있어도 그렇게 말하겠냐?”

그는 “북한에 대한 어떤 지원도 없어야 한다. 개성 공단도 철수하여야 한다. 그들이 굶어죽던 어쨌든지 그들의 책임이고 완전히 망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미국이 좀 물렁하게 대했기에 중국이 지금과 같이 되어 미국이 어떻게 못하지 않느냐며 북한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미국의 주도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선이라는 관점이다. 역시나 조중동의 관점 그대로이다. 이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관점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없애려면 북조선이 지금보다 훨씬 잘살게 되도록 해야 한다. 북조선 주민들이 자본주의의 맛을 들이고 세계화의 흐름을 타면 탈수록 남한과 전쟁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왕정 시대와 같은 정치 체계에서 벗어나 중국과 같이 정권이 교체되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그래야 한 사람의 오판으로 인한 전쟁 발생의 위험이 줄어든다. 어차피 중국이 있기에 북조선이 경제적 붕괴와 함께 붕괴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바이다.

뉴스앤조이에는 신광은 목사가 <아나뱁티스트에게서 배우자V - 응징인가? vs 용서인가? >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23이다. 교회라면 세상과 그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논지 아래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먼저 적개심에서 벗어나고, 상대와 대화를 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잘잘못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서,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렇게 하여야 한다.

조중동의 논리로 대표되는 세상의 논리는 이와 다르다. 상대가 잘못했기에 적개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으며 상응하는 보복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부각된 잘못이 크기에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가 교회에도 가감없이 들어와서는 신자의 입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 어찌 슬픈 일이지 않은가?

분노에 대한 개인적 공감

나는 위의 할아버지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나 또한 그런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운동권과 거리가 먼 관계로 늘 제도권 안에서 이야기되는 것만을 들으며 살았다. 그것이 옳은 줄 알았다. 다만 성경을 읽기에 북조선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을 가지지 않고 살았을 뿐이다. 미국이 북조선에 대해 악의 축이라고 할 때에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계기

병원의 원목 사역을 하면서 내 방에 작은 도서관을 꾸미게 되었다. 환자들이 읽을 책을 기증받았다. 매달 얼마간의 책을 구입하여야 했다. 어떤 책이 좋을까를 고민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구입했다.

그중에 리영희 선생님의 자서전과 같은 <대화>가 있었다.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글이다. 읽었다. 내가 이제껏 배우고 들었던 바와는 다른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많은 생각을 하였다. <대화>에서의 내용에 동의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가장 감명 깊었던 책으로 <전태일 평전>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전태일, 전태일 열사.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게는 끌리지 않았다. 그가 분신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기에 그 과정이나 의의에 대해서도 무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추천한 이의 평소 생각이 마음에 들었기에 한번 읽어보려는 마음으로 구입하고 읽었다. 감정적으로 메마른 나이기에 별도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정말 가슴이 찡하였다. 왜 그의 삶을 예수님과 연관시키는지 충분히 수긍이 되었다.

그 이후로 진보에 해당되는 글들을 접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글들을 읽었다. <운명이다>,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책장에는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가 꽂혀 있다. 요즘 좀 게을러져서 책읽기가 느리다. <운명이다>는 아내도 읽었다. 그 이후부터 아내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조중동에서 말한 그대로 생각하는 아내였기에 대화가 되지를 않았다.

<삼성을 말한다>도 읽었다. <강남몽>, <허수아비 춤>을 읽었다. 한국 경제의 재벌들의 행태를 알게 되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다. 지금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추구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책이다. <9시의 거짓말>을 읽고 있다. 공영 방송 기자가 9시 뉴스에서 이루어지는 거짓말에 대하여 고백하는 내용이다.

주간지 <시사IN>에서 구독 요청이 와서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읽고 있다. 아내고 곧잘 읽는다. 아들과 딸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아들은 대답만 하고 잘 안 읽는데 딸은 잘 읽는다. 재미있다고 한다. 때로 내게 질문을 하고 대답하면서 일체감을 더 느끼게 된다.

조작된 정보와 반공의 악용

지금 나는 조중동 기사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조선일보의 경우에 이번에 포격을 당한 연평도 사진을 조작하여 논란이 되었다. 연기를 더 짙게 만들어 사실보다 훨씬 피해가 크고 강력한 대응을 하여야 한다는 근거로 삼기 위한 조작이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한다. 선진국이라면 그런 식의 조작을 한 기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는데, 조선일보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하다. 현재 나의 거부감에 대해 어떤 이는 정도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그곳의 기사를 접하고 싶지 않다.

반공, 대한민국에 사는 한에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북조선이 어떤 형태로 도발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이용해서 과거로부터 수구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방편으로 이용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불법적으로 구금되고 고문당하는 등의 피해를 겪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지난 10년에 비해서 매우 후퇴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20년이나 30년 전에 집권했으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간간히 한다. 과연 민주주의를 위해 핍박당하고 진정한 발전을 꾀했던 대통령의 길을 걸었을까 아니면 경제 건설을 앞세운 독재자의 길을 걸었을까?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후자이다. 어떤 이는 “박정희 + 조지 부시”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동의가 될 정도이다.

민주주의 바른 정착을 위해 현 정부를 비판하면 좌파로 몰아간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적하며 분배를 강조해도 좌파로 몰아간다. 분배의 다른 말이 복지이다. 요즘은 한나라당에서도 복지를 말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교회, 과연 하나님 나라를 구하고 있는가?

교회는 어찌하여야 하는가?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구하여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말로만 하나님의 다스림을 앞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신자의 전 생애에 관한 것이다. 일어나서 일하고 잠자고 하는 모든 생활에 대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영역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원리를 전 영역에 적용시켜서 하나님의 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가가 모두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는 신자에게 있어서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대응하시기를 원하는가를 찾고 그것을 추구하여야 한다. 북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요구하며 행동할 것인가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의 수뇌부가 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여야 하는가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와는 별개의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신자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바르게 구하려면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바르고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이 주어진 당대에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그 안에 담긴 원리를 바르게 파악하고 오늘의 현실에 적용하여야 한다.

오늘의 현실에 대한 바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역사의식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의 많은 부분이 그 당대의 기득권자에 의해 왜곡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들이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변질시킨 요소가 있다.

또한 사회의식이기도 하다. 이 사회의 현재 모습에 대해 왜곡시키지 않은 정보를 접하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존의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기득권자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잘 분별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회는 대한민국에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여야 한다. 주일에 예배당에서 예배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하면 수적 증가를 이룰까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바른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갖추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중동의 주장을 아무 의식 없이 수용하고 말하는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말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개독교라고 비난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독인이라고 불린다. 수구 꼴통이라는 소리도 있다. 우리의 잘못 때문에 하나님과 그분의 이름이 모독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나님 나라를 바르게 구한다면 결코 들을 리가 없는 비난이다. 하나님 나라는 지금의 현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세상의 소금이며 빛으로서 하나님과 그분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 안에서 깨어 있되 역사와 사회적으로 깨어 있어 하나님의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교회(신자)가 되어야 하리라. 하나님 앞에 섰을 때에야 위의 할아버지와 같은 분노를 쏟아내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들이 제발 깨어나면 좋겠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한다는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 땅에 그 말씀이 구현되도록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현재의 한기총과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서 성도들을 바르게 깨우는 목회자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추신

리영희 선생님이 어제 새벽에 타계하셨다. 그분을 추모하는 많은 이들과 같은 마음이다. 그분은 연세대학원신문(월간 94호)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국내학자로 꼽혔다. 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현재 우리 학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와 저작을 국내와 외국으로 나눠 각각 3개씩 추천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이었다. 국외학자로는 프로이트가 1위였다고 한다.

<대화>에는 기독교에 대한 그분의 반감이 잘 드러나 있다. 인간의 죄, 구원, 하나님의 존재 등을 별개로 하더라도 나타나는 반감이다.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구하면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 기독교는 아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안에서 부정과 부패에 있어서 낫다고 말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에 이루어진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반대하고 적대적이었다. 좌파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제발 더 이상 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서 민주 시민으로 깨어 있는 분들에게 반감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님의 존재가 수용되지 않기에 복음을 같이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하나님 나라 추구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