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감수성

『새만금을 살려주세요.
새만금의 탄식소리를 듣게 하시고 생태계 파괴의 아픔을 보게 하소서.』

새 해를 맞으며 하나님께 드린 첫 기도이다.
이제 내 신앙의 한 복판이 자리한 생태계.
가족의 건강보다, 교회의 개혁보다, 민족의 통일보다 먼저 올리는 기도에서 찾게 된다.
기독교 환경단체의 수장다운 기도일까?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에덴에서 짐승과도 대화했던 아담의 생태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방주로 짐승을 불러들인 노아의 짐승과의 소통을 이룬 생태적 감수성은 어디서 찾을까?
천성산의 탄식소리가 가슴 저 밑에서부터 들려왔다는 한 수행자의 생명에 대한 그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천성산이 곧 나죠, 내가 천성산이더라고요, 천성산 한가운데로 굴이 뚫린다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죠? 나는 환경활동가가 아닙니다. 다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한 수도자일 뿐입니다.』
어떻게 기도하면 그런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결국 새 해 첫 기도는 피조물의 탄식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 영혼이 생명에 대하여 예민해질 수 있을까?
어느 수도사가 말했듯이 하나님의 치유하는 광선이 나를 꿰뚫고 지나가도록 나를 하나님께 완전히 내어 맡기는 길뿐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통해 사시고, 나는 하나님의 옷이 될 때 비로소 모든 사물을 존재의 실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환경운동, 즉 기독교 환경운동이란 존재의 심연이신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사귐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기독교 환경운동은 영성운동이다. 영성이란 뭐 거창한 게 아니고, 모든 존재 속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발견하고 하나님과의 사귐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통해 사시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만물은 인연의 끈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되고, 저것이 없이는 이것이 없고, 이것이 없이는 나도 없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고 생명의 신비와 일치를 찬미하게 된다.
산을 보며 산을 지으신 하나님의 자비에 놀라고, 들꽃을 보면서도 감동에 젖고, 아침 안개를 맞으면 가슴이 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노래가 나오고. 흐르는 푸른 강물을 보면 설레인다. 지는 해를 보며 노동의 성스러움을 느낀다.
생태적 감수성이란 사람을 대하든 사물을 대하든 지극정성으로 대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존재를 맑은 눈으로 바로 보는 것이다. 그 존재의 심연을 보는 것이다.
위대한 수사가 제자들과 여행을 하다가 여인숙에 묵게 되었는데 차를 내온 주인집 아주머니가 수사에게 넙죽 절을 하며 극진히 예우하더란다. 제자들이 놀라 오랫동안 따른 우리들도 수사가 참 현자인지 알쏭달쏭하거늘 그대는 단번에 이 분이 현자인 것을 어찌 알아보셨는지요?
주인집 아주머니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금가지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거쳐 갔고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였지만 이 분처럼 맑은 눈으로 차를 응시하고 음미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지극함으로 찻잔을 들여다보는 것을 보고 이분이 예사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찻잔을 얼마나 맑고 고요하게 바라보았으면 그럴까?
그렇게 2006년을 살아가고 싶다. 지극함으로 그 맑음으로....

▲ 푸른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