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모임 주변현장 스케치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주말마다 찾는 곳이 경기도 가평군 하면에 속해있으며, 위치는 가평군의 서쪽에 면했고, 면적은 113.03㎢, 인구는 2009년 통계를 보면 9,369명(남자 4,908명, 여자 4,461명)이고, 면 소재지는 현리이다.

▲ 가평모임으로 향하는 길목의 조종천은 아름답다

현리는 본래 포천군에 속해 있다가 1896년에 가평군에 편입,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리와 리간에 통폐합된 뒤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새마갈노(동남서북)가 모두 높은 산지로 들러 쌓인 하나의 커다란 분지 속에 위치한다.

새(동)쪽에는 대금산(大金山)과 명지산(明智山), 갈(서)쪽에는 청계산(淸溪山)과 운악산(雲岳山, 936m) 등 광주산맥의 연봉이 솟아 있고, 그 사이를 조종천이 많은 지류를 않고 남류하여 상면(上面)으로 흘러 들어간다. 조종천 중류의 넓은 분지지역과 조종천 지류의 산록계곡 사이에 도시가 발달하였다.

대부분 산림지역으로 논과 밭으로 이용되는 경지율은 10% 미만이다. 쌀과 잡곡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산림자원으로 농가의 소득원은 잣과 밤 등 임산물과 한우·젖소·돼지의 사육도 활발하다.

▲ 가야할 길, 조종천과 마주한 조종암에서 바라본 풍경

▲ 대보단 아래에 자리잡은 조종재풍경

잊혀진 역사현장, 조종암과 대보단

가평을 방문하면서 항상 마주했던 곳이 조종암이다. 큰 바위 암벽에 글씨를 새기고, 그 앞에 비석을 세운 후 단을 만들어 조선시대 당시 명나라를 숭상하고 청나라를 배척했던 소위 숭명배청(崇明排淸)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불리운 이름이다.

▲ 조종암 앞에 서니 맑고 청아한 기운이 감돈다

이 바위는 조선(朝鮮) 숙종(肅宗) 10년(1684)에 가평군수(加平郡守) 이제두(李齊杜)와 허격(許格), 백해명(白海明) 등이 명(明)나라가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베푼 은혜와 청(淸)나라로부터 당한 굴욕을 잊지 말자는 뜻을 새긴 숭명배청사상(崇明排淸思想)의 기념물이다.

▲ 조종암에 우뚝 세워진 비석

바위에는 허격이 가져온 명나라의 끝 임금 의종(毅宗)의 친필 '사무사(思無邪)'를 맨 위쪽에 새기고 그 아래로 선조(宣祖)의 친필인 '만절필동(萬折必東) 재조번방(再造蕃邦)'과 효종(孝宗)이 송시열(宋時烈) 선생에게 내린 글 가운데의 8자 '일모도원(日暮道遠) 지통재심(至痛在心)'을 송시열 선생의 서체(書體)로 각자(刻字)하고 낭선군(郎善君) 이오(李)(선조의 친손(親孫))가 '조종암(朝宗巖)' 3자(三字)를 새겼다. 순조(純祖) 4년(1804)에 이러한 유래를 적은 기실비(記實碑)가 큰 바위 위에 세워졌다. 비석은 별도로 치석(治石)한 기단석(基壇石) 없이 암반 위에 장방형(長方形) 홈을 파서 세운 것으로 비문(碑文)은 조진헌(趙鎭憲)이 찬(撰)하고 김달순(金達淳)이 썼다.

▲ 바위에 새겨진 글씨들

참고로 조종암을 이곳에 세우게 된 이유는 조종천이 있기 때문이란다. 조종(朝宗)이란 명칭이 여러 강물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 모인다는 뜻이면서 또한 제후가 천자를 알현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 대보단으로 오르는 일주문 계단 앞에서

지난 13일 대보단을 작심하고 방문했다. 그곳엔 명나라 패망후 조선으로 귀화한 9의사 중 제남왕씨 후손인 왕종락씨가 관리하고 있었다. 원래 대보단은 숙종 30년(1704년) 12월에 창덕궁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보단이 일제에 의해 사라진 후 9의사 후손들에 의해 현재의 가평군 하면 대보리 조종천변에 세워진 것이다.

대보단은 조종천을 내려 보는 풍경이 일품인데 배산임수에 서남향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의 조종재는 1970년대 9의사 후손들이 자비로 건축했던 것을 1997년 중수했다고 하는데 외형만 기와집이지 사람이 살수 없는 형태로 수리가 되어 문제라고 들었다.

▲ 조종재에서 바라다본 대보단 입구풍경

대보단(大報壇)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자세히 알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그 뜻은 임진왜란(壬辰倭亂)때에 우리나라를 도와준 명(明)나라의 신종황제(神宗皇帝)를 제사 지내던 곳이다. 안심가 중에는「대보단에 맹세하고 한의 원수 갚아보세」라는 말이 있다.

한(汗)의 원수란 병자호란(丙子胡亂)때에 우리나라가 청(淸)나라에 항복한 그 수치와 그 원수를 갚아 보자는 뜻이다. 그러나 대보단에 대하여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 관련 자료를「조선왕조실록」이나 「대한계년사(大韓季年史)」, 또는「대보단사 연설(大報壇事 筵說)」등 역사적 문헌에 의하여 살펴보았다.

임진왜란 때에 삼천리 강토가 거의 일본군의 말발굽에 짓밟혀 선조대왕(宣祖大王)이 할 수 없이 의주(義州)에 피란하였을 무렵, 명나라 신종황제가 이여송(李如松) 등 후원군을 보내온 것은 실로 커다란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조대왕을 위시한 조야(朝野)가 모두 명나라의 은덕에 감사하는 동시에, 그 후 신종대왕의 묘를 세우자는 의견이 일부에 있게 되었다.

▲ 대보제를 지나 마주한 대통묘 전경

더욱이 병자호란 때에 우리나라가 청나라에게 항복을 당하고, 또 몇 해 후 명나라의 의종황제(毅宗皇帝)가 청나라에 패망하여 순사(殉社)한 다음부터는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敵愾心)이 일층 강하게 일어나는 반면, 명나라에 대하여는 더욱 동경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였지만 효종대왕(孝宗大王)의 북벌계획(北伐計劃)이라든가, 또는 현종(顯宗)때에 민정중(閔鄭重)이 연경(燕京)에 사신(使臣)으로 갔다가 얻어온 의종황제의 어필(御筆)「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는 네 글자를 본 송시열(宋時烈)이 청주 화양동(淸州 華陽洞)에 살면서 그 글자를 돌에 새기고 그 곁에 환장암(煥章庵)이라는 암자를 세웠으며, 숙종 때에는 송시열이 다시 자기 제자인 참판 권상하(參判 權尙夏)에게 유언으로 부탁하여 화양동에 만동묘(萬東廟)를 세워 지방을 써 붙이고 명나라의 신종과 의종의 두 임금을 제사 지내게 한 것 등이 바로 그 좋은 예(例)였다.

▲ 9의사들의 한 맺힌 대통묘를 바라보며...

숙종(肅宗) 30년(1704년) 갑신(甲申)년은 명나라 의종황제가 청나라에 패망하여 죽은지 꼭 60년이 되는 해였는데, 숙종대왕은 느낀바 있어 여러 신하들을 불러놓고 신종묘(神宗廟)를 세울 것을 논의하였다. 그러나 신하 가운데 찬성한 사람도 있었지만 극력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내세우는 주요한 이유는 다른 나라 임금을 사당을 지어 제사 지내는 일은 예절에도 없는 일이며, 또 만약 이 소문이 청나라에 들어가면 청나라에서 가만있을 리가 없으니 그렇게 되면 당장에 난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묘(廟)를 세우는 일은 좀 더 두고 숙고(熟考)하기로 하고, 우선 3월 19일은 명나라 서울이 함락되어 의종황제가 비참하게 죽은 60주년 이라 이날 숙종은 비원 춘당대(秘苑春塘臺)부근에 임시로 단(壇)을 설치하고 의종황제 및 청나라에 대항하다가 의(義)에 죽은 충신 40여명을 아울러 제사하였다.

그 후 신종황제 묘를 세우는 문제에 대하여 여러 차례 의논한 결과 묘(廟)를 세우는 일만은 보류하고 그 대신 단(壇)을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장소를 어디로 정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외부의 이목(耳目)을 피하기 위하여 경복궁 후원(景福宮後苑), 혹은 창덕궁 후원(昌德宮後苑)의 내빙고(內氷庫)부근, 혹은 별대영(別隊營)부근 등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결국 비원(秘苑) 서쪽 별대영 부근으로 결정하였다.

▲ 대보단 앞 역사의 흔적을 남긴 비석

이곳은 창덕궁의 북쪽인 동시에 현재원 선원전(璿源殿)의 동쪽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보인다. 10월 3일에 공사를 시작하여 그 해 12월에 완성하였는데 단의 규모는 사직단(社稷壇)과 비슷하여 방(方)이 25척(尺), 고(高)가 4척(尺), 계단은 9계단, 밖으로 담을 쌓아 행인들이 드려다 볼 수 없게 하였다.

이 공사는 예조(禮曹), 공조(工曹), 호조(戶曹)의 판서(判書)들이 시종 감역하였으며, 명칭은 금단(禁壇), 황단(皇壇), 태단(泰壇) 등 여러 가지가 나왔지만 결국 대제학(大提學) 송상기(宋相埼)가 처음 지은「대보단(大報壇)」이라는 것이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도 되어 이것으로 결정을 보게 되었다.

제사 지내는 시기는 1월 2월 3월 4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으나 매년 3월에 한번 지내기로 하였으며, 제사 지낼 때에는 무(舞)와 악(樂)을 겸용하되 모든 의식은 사직단 제례에 준하기로 한다. 단상에는 누런 비단으로 둘러 장전(帳殿)을 만들고 신방(神房)에는 판자 조각에 황지(黃紙)를 붙인 후 그 종이에 신종황제의 지방을 쓰고 제사가 끝난 다음에는 그 지방을 불사르는 동시에 판자 조각은 잘 보관하여 두었다가 후에 다시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특히, 제문(祭文)에 청국 연호(淸國年號)를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 조종암, 대통묘 건립기념비를 읽고...

대보단을 돌아나오며 아직도 9의사 후손들에 의해서 매년 3월 19일 제향을 들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내년 제향 때 꼭 한번 9의사 후손들을 뵙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가평의 한 작은마을에서 발견한 잊혀진 역사를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