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가톨릭농민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촌이나 큰형님 벌 되시는 분들이 가톨릭농민회에서 일을 하시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그분들도 5~60대가 되었고 저도 일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 농사지을 지도, 농민회에 몸담을지도 몰랐습니다.” 

김진우 씨(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장, 이하 가농)는 ‘안성가톨릭농민회 30년사’의 ‘발간사’에서 감회를 밝혔다. 11월 26일, 초원 웨딩홀 뷔페에서 이루어진 가농 30주년 기념식에 내놓은 책자에 담겨져 있다.

▲ 안성 가톨릭농민회 식구들이 모임 후 비닐하우스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단체 이름 하나만 봐도 얼마나 파란만장 했는지.

30년, 적지 않은 세월이다. 이 땅에서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더군다나 현대의 약자로 전락한 농민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실로 가시밭길이었다.   

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란 이름조차 처음부터 그 이름도 아니었다. 가톨릭 노동청년회(JOC) 농촌청년부가 시발점이었다. 1979년 안성 미양면 갈전리에 분회가 시작되면서 안성에 가톨릭농민회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그 후로 오두리 분회(1982), 던지실 분회(1983), 금광 개산분회(1983), 고삼분회(1983), 서운분회(1984), 넝쿨분회(1985) 등 분회가 생겨났다. 1984년 안성시협의회가 창립되었고, 안성농민회는 1992년 창립되었다. 2001년엔 미양분회가 창립되었고, 지금의 안성시협의회로 승격된 것은 2009년 8월 1일이었다. 

단체의 이름의 역사 하나로 들여다보아도 얼마나 풀뿌리처럼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냈는지 짐작이 간다. 아울러 기득권에 밀려 이리저리 떠도는 현대농민들의 모습처럼 번듯한 모습보다 끈질긴 풀뿌리의 모습이다.

민주화 소용돌이 속에서 풀뿌리는 더욱 굳세어지고. 

사실 가농이 처음 시작할 때 전후, 우리나라는 민주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와 저격, 쿠데타, 군사정권 수립, 독재 탄압 등. 이런 악조건 속에서 생긴 가농은 농민과 소외된 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위해 투쟁의 자리에 기꺼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농산물 제값 받기 운동, 농협민주화 운동, 농지세제 시정운동, 강제 농정 철폐 및 민주농정 실현운동, 외국 농축산물 수입반대운동, 농가부채 해결운동, 민주화와 통일운동, 고추투쟁 및 농산물 제값받기 투쟁, 수세폐지 투쟁’ 등의 지나온 내력을 보아도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1990년부터 ‘생명과 공동체 운동, 우리 밀 살리기 운동, 우리 콩 살리기 운동,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 등으로 방향이 선회되었다. 30년 동안 안성의 농민들과 울고 웃었던 그들의 원동력은 바로 자신들이 농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서북원 신부, “2000년 전 예수처럼 우리도.........”

이날(26일) 행사는 총 2부로 이루어졌다. 첫 순서는 서북원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가톨릭농민회)가 집례한 미사였다. 이 미사에서 서북원 신부는 “2000년 전 당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예수처럼, 우리도 이 시대 소외된 농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가농의 신앙 모토를 밝혔다. 이어진 성찬식 등 가톨릭 특유의 경건함으로 가농의 기본정신을 다졌다. 

2부 기념식 순서엔 황은성 안성시장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가농의 회원과 자녀 등 가족들도 참여해 이날이 30돌 기념잔치라는 맛을 내었다. 가농의 선후배들 간의 정겨운 재회도 이루어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대북 쌀 지원 법제화로 쌀 대란 해결하자. 농민이 살아야 농협이 산다. 쌀값을 보장하라.’라는 현수막이 설치되었다. 행사를 하는 순간에도 그들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다음 날, 가농 사무국장 이재성 씨는 “서울로 투쟁하러 간다”고 밝혔다.

어느 사회든 기득권에 밀린 소외된 자가 있기 마련. 그걸 당연하다 하지 않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울고 웃고,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것. 얼핏 보면 좋아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를 ‘정의로운 악역’을 기꺼이 그들은 감당해내고 있다. 또한 그들이 지난 시절 갈고 닦은 투쟁의 에너지로 우리농촌 살리기에 돌입하고 있으니 고마울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