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체제의 폭력 >

이것이 현재 교역자수급위원회 과정자격시험이 휘두르고 있는 힘이다. 공정하지 못한 자가 공권력을 사용하여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애를 쓸 때, 교단의 체제보다는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사용될 것을 찾아 감리교회를 떠난다.

목회자의 질적 향상을 위해 보다 엄정한 시험과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관기관의 입장이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목표한 질적 향상을 위한 절차가 마련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후보 목회자들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제반 여건들을 마련하고 공정한 평가를 하고 있느냐의 것이다. 앞의 문제는 시험과 심사를 행하는 이들의 질의 문제이고, 뒤의 문제는 시험과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이들의 여러 환경들이 고려되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심사자들의 질 문제는 감리교회가 갖추지 못한 자체 자정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존의 체제 안에서 부적격자들을 속아내는 일에는 무능하면서도, 이제 목회의 길에 들어서는 힘없는 청년들을 향해서는 무자비한 공정성을 내세울 수 있는 용기는 이제 웃음거리도 되지 않을 코미디다.

인턴의 과정 또한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대학원 졸업생들이 감수해야 할 ‘사례’와 ‘노동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인턴 시험을 이미 치루고 진입한 준회원들에게 질적 향상이란 명분으로 엄격한 시험을 시행하는 것은 제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의 폭력 외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공정성을 시행하려면, 먼저 교단 목회자들에 대한 자체 자정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그래서 후배들이 이 공정성의 힘을 비웃을 여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목회자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험은 목회자의 질이 어떤 원인으로 저하가 되는지를 공정하게 연구하는 단계부터 진행하고 나서 나와야 할 결론이다. 감리교 목회자의 질이 떨어진다. 내가 본 선배 목회자들도 다른 교단 목회자들보다 자질 부족이 눈에 띈다. 우물 안에서 서로 큰 목회한다지만, 감리교 웬만한 교회들이 장로교 교회의 반절보다도 못한 현실에서, 또한 요즘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추태들 속에서 목회자 자질 문제는 심각하다.

그런데 이 자질 문제는 이제 진입하고 있는 어린 전도사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질 시비는 이미 목회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목회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질적 향상을 위한 대책부터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목회자의 질이 시험을 통해 향상된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공공권력의 시행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면, 시험이 목회자의 질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근거를 대야 한다. 막연히 목회자라면 이런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느냐라고 말하지만, 그런 근거없는 주장들이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어처구니 없는 사태들을 야기할 때 폭력이 된다. 정책이 폭력이 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공정하려면, 자신의 절차 시행이 어떻게 근거가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고, 연구하고 숙고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경시험 절차는 매년 기관장들의 변덕에 따라서 바뀌어 간다.

또한 생산되는 목회자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엄격하게 시행되는 성경 시험의 문제는 그 시험문제들이 목회자들이 갖추어야 할 지성과 영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60%의 객관식 문제와 40%의 암기 문제가 출제된 중에서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하다는 기준선을 정해 놓았는데, 몇장 몇절 그리고 간략히 나오는 힌트를 보고 성경구절을 적어야 하는 시험은 암기력 테스트이지 지적 능력 시험이 전혀 아니다.

목회자라면 성경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시험 기관의 논리적 모순이다. 성경을 아는 것과 성경 시험을 보고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별도의 일이라면 우습지 않은가? 성경 구절을 많이 외우고 있으면, 성경에 대하여 좋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에 근거한 목회자의 질 평가 기준일까? 암기되어야만 이해된다고 하는 것은 그러한 능력으로 발달된 이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활용하여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일 뿐, 결코 암기 능력과 그 사람의 지적 영적 능력과는 의미 있는 연관관계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연관관계를 주장하려면 근거 있는 연구를 통한 자료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러한 근거는 없다.

결국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을 시험을 통해 탈락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이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탈락시키려고 작정하고 시험을 시행하면, 탈락시킬 사람은 만들어지는 것이 시험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목회자의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연회총무들의 발상 자체가 이미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관심하고, 기성세대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목회지 창출에는 무능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기존 인턴 제도를 통해 목회자가 될 수 있는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이 숫자는 감리교 3개 교단신학교들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보다 적다. 이미 수급 조절 명목으로 합격자의 수가 제한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목회자의 질적 향상을 명분으로 몇 해 전부터 성경시험에 대한 기준만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나머지 시험들의 경우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왜 수급 조절이 이제 목회를 시작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만 무자비하게 이루어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문제 있는 목회자들에 대한 교단의 자체 자정 능력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수급의 문제가 있다면, 교단 목회자들의 은퇴연한 축소 문제는 왜 제기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를 물어보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젊은 세대의 숫자를 제한해서, 기존 세대의 은퇴를 보장하려는 수급조절 정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감리교회를 급속히 쇠퇴하게 만들 정책에 불과할 것이다. 불필요한 제제로만 충실한 교단의 수급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독립교단으로 가서 목회하면 되기 때문이다. 감리교회를 지킬 가치가 있는 교회로 만들어가는 것은 ‘전도사들에 대한 수급조절능력’이 아니라, 기존 목회자들이 귀감이 될 만한 모범을 먼저 보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