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에 각 연회별로 실시되었던 감리회 준회원 과정고시에서 불합격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허입연급과 준회원 1, 2년급 등 전체 대상자 971명중 244명이 올해 성경고시에서 낙방한 것.

심각한 것은 불합격자에게 재시험 등의 구제계획이 없어 이들은 모두 올해 진급에서 누락되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불합격자 250여명은 성경고시에서만 나온 것이기에 논문이나 신학과목 등의 시험에서도 불합격자가 더 나오고 있어 실제 올해 진급에 실패하는 준회원 목회자는 300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게 시험을 치른 준회원들의 예상이다. 이는 전체 진급대상자의 30%, 예년도의 10배가까운 수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불합격한 준회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진급누락시켜 목회자 수급조절을 하려느냐’ 하는 조롱에서부터 ‘안수받는걸 전제로 수련목 마치고 이미 개척을 시작했다’하는 읍소, ‘수련목인데 시험공부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는 해명, ‘성경시험에 떨어져 교인들에게 권위가 안선다’는 푸념,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하는 항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처지의 불합격자들이 올해 과정고시 시행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있다.

위 합격자 수치는 성경고시에 한하며 연회별로 세미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동부연회는 응시 86명에 합격 64명으로 합격율74%라고한다.

특히 외국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수련목회를 하며 준회원 진급중에 있던 목회자도 몇몇 불합격한 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연 이번 과정고시가 준회원 목회자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실력을 제대로 평가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대부분의 불합격자가 나게 한 성경고시는 고시 전에 미리 내준 예상 문제집에서 성경암송 40% 포함, 신. 구약 각각 100문항씩을 출제하여 120분간에 써내 60점이상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단순암기식의 성경시험으로 목회자의 질이나 성경지식을 포괄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다.

서울의 어느 수련목회자는 “성경을 아는 것과 성경을 외우는 것중에서 어느것이 더 목회자에게 유익한가. 성경 구절을 많이 외우고 있으면, 성경에 대하여 좋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에 근거한 목회자의 질 평가인가?” 며 성경시험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채점을 담당한 어느 연회의 총무는 “이번 성경시험은 성경에 대한 준회원들의 지식이나 태도를 측정하는 가장 낮은 방식의 평가였다. 최소한 이정도는 통과해야 하지 않는가. 안일하게 시험에 대비한 것 아니었냐”며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였다.

올해의 성경고시는 예전과 달리 10개연회과정고시위원회가 공동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공동으로 채점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껏 연회별로 관리하다 보니 시행방식에 차이가 있어 타 연회와 형평성이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연회는 엄격하게 시행하고 어떤 연회는 너그럽게 시행하는 행태를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채점상의 부정이나 봐주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연회의 답안지를 채점하는 교차채점방식을 도입했다.

감리사정책협의회에서도 “의사나 법학도도 다 외워서 자격을 얻는다. 목회자가 성경을 몰라서야 되겠느냐”며 성경고시를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고시 대량 불합격자사태로 준회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데에는 확실하게 성공한 것 같으나 누락 당사자들의 애처러운 사정들도 외면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이 숫자는 내년의 목회자 수급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서 차질도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연회의 고유사업을 연합으로 시행한 것이 불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서울연회가 내년부터 단독으로 과정고시를 주관한다고 보도했던 내용은 사실과 다름으로 해당 문구를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