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자 “[취재수첩] 은퇴비가 뭐길래”기사의 접근을 차단한 것에 대해 편집국장으로서 독자 여러분께 먼저 사과드린다.

기사가 나간 이 후 정판수 감독과 수원동부교회 전임자가 기사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였다. 확인결과 일부의 경우에 있어서 오류가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정판수 감독이 동부교회 교인들을 형사고발하였다는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영통땅 경매를 진행해 주기를 바라는 전임자의 편지가 보내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산에 대해 교회가 가처분 신청을 해왔기에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점도 기술했어야 했다. 책임소재가 규정되어지는 부분이라고 느껴지는 당사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였을 것이다.

자료의 해석이나 취재에 있어서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지 못한 것은 기자의 잘못이다. 결과적으로 논조가 기울어 졌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화 하여 정판수 감독과 전임자에게 누를 끼친점 사과드린다. 반론을 참고하여 기사를 재 작성하였다.

은퇴비가 뭐길래.

전임자의 은퇴금 문제가 발단이 되어 소송에 까지 이르렀고 은퇴비 지급을 주내용으로 하는 연회행정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연회의 감독으로부터 ‘담임목사 직임정지’까지 받게 된 목사가 있다. 수원 동부교회의 김진우 목사(47세)가 바로 그다.  

▲ 수원동부교회 전경(홈페이지에서)

▲ 2008년 8월 24일에 있었던 인사구역회 서기록의 마지막장 부분.

 
이 외에 은퇴비를 둘러싸고 소송까지 진행된 배경에 대해서도 양방은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임자측은 자신의 개인재산인 태화산 기도원 등에 대해 동부교회가 가처분을 내려 재산권 행사를 막은 것에 기인한다고 주장했지만 교회측은 전임자가 교회재산인 영통땅을 담보로 은퇴비조 7억원을 무단 대출해 갔기에 교회재산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발전되어 소송이 진행됐고 그 가운데 은퇴비 지급을 요하는 청구소송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법원은 영통땅이나 은퇴비 지급건에 대해서는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기도원에 대해서는 전임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양방은 패소한 부분에 대해 항소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 영통땅 경매를 진행해 주기를 바라는 전임자의 편지. 교회가 대출금을 갚겠다는 것을 막으려하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전임자는 자신의 재산에 대해 교회가 가처분 신청을 해와 이에 대응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교회는 전임자가 7억을 무단 대출해 갔기에 가처분으로 재산을 지키려 했다고 증언한다. 이처럼 사안마다 양방이 이유를 대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직임정지 되자 수원동부교회의 성도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들고 일어났다. 성도 50여명이 지난 4월 경기연회가 개최되고 있던 00교회에서 “우리교회는 전임자의 은퇴비를 결정한 적이 없다. 7억원씩이나 지불할 형편도 안된다. 담임자를 복권시키라”는 구호와 함께 피켓, 현수막 등을 동원하여 시위를 벌이는 등 정판수 감독의 행정조치에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김진우 목사는 정판수 감독의 직임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올해 3월 법원에 ‘담임목사자격존재확인가처분’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교회일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다. 김진우 목사는 이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를 하지 않았으며 다. 이후 연회심사를 받았다.

▲ 지난 4월 경기연회장소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원동부교회 성도들

 


설교목사의 파송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발전되었다. 정판수 감독은 2010년 3월에 내려진 김진우 목사 직임정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7월 11일 주일에 직권으로 안양지방의 조 모 목사를 ‘설교목사’로 수원동부교회에 파송하며 문제가 더 복잡해져 갔다.

김진우 목사를 지키려 하는 교회측과 진입하려는 조 모 목사 측간에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서로 권한이 있다며 각자가 상대방에 대한 업무방해와 예배방해로 고소하는 등 그야 말로 접임가경이 되어갔다. 조모 목사는 동부교회 교인 12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하였고 이에 맞서 교인 2명이 조 모 목사와 정판수 감독을 예배방해로 고소하였다. 조 모 목사는 최근 고소를 취하했다.  

▲ 7월11일. 교회로 진입하려는 조 모목사를 교인이 막아서고 있다.

▲ 파송장

총회행정조정 위원회 그리고 가처분 기각

은퇴비를 둘러싼 수원동부교회의 분쟁은 결국 총회행정조정위원회에 회부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김진우 목사가 지난 5월에 신청한 총회행정조정신청은 감리교 사태의 영향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25일서야 1차 행정조정위원회가 열렸고 3일뒤에 2차로 열렸다.

이 자리에 정판수 감독이 참고인으로 소환되었으나 그는 출석하지 않았다. 출석하지않은 이유에 대해 연회본부측은 총회행정조정위원회측에서 연회행정조정위원장이 참석해도 무방하다고 하여 위원장과 연회총무가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 위-위조됐다고 주장하는 1월11일 구역회 서기록의 감리사 사인. 아래는 법원에 제출된 심문조서 사인. 김진우 목사는 두 사인의 필체가 같다고 주장한다. 국과수의뢰를 기자가 해보려 했으나 형사고발사건이 아닌경우 일반인의 감정의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홍감리사는 행정조정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없고 심사위에서도 제출한 사실이 없고 경기연회심사위원회에서 법원에 요청하여 받은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이 최근(10월 21일) 연회에서는 연회특별심사위원회를 열어 연회재판위원회에 김진우 목사의 면직처분을 구하는 기소결정을 내렸다. 총회차원의 행정조정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보지 않고 연회는 연회대로 ‘김진우 목사 치리’를 강행한 것이다.

총회행정조정위원회는 김진우 목사로부터 진술을 듣고는 김진우 목사 담임직임정지를 내린 정판수 감독의 행정명령이 ‘무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총회행정조정위원회는 행정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연회심사위원회를 진행시킨 것은 조정을 기피한 것으로 본다며 조정을 29일자로 종결하였다. 이에 대해 정판수 감독은 총회행정조정이 “구속력이 없기에 조정을 안받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연회행정조정은 어떤 구속력이 있어서 직임정지까지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조 모 목사와 정판수 감독은 공동으로 지난 8월 수원지방법원 31민사부에 ‘김진우 목사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줄 것과 교회 출입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수원지법 2010 카합277)’을 신청하였다. 11월 17일에 나온 결과는 모두 기각이었다. 그러자 정판수 감독은 “사회법은 사회법일 뿐”이라며 이 결과에도 무게를 두지 않았다.

결과는 기각이었지만 판결문에 말미에 보면 “...연회의 재판위원회에서의 결정 또는 본안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당장 채무자의 직무집행을 정지하지 아니하면 채권자 연회에 회복하기 곤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등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 하고 있어 연회재판에서의 결과에 따라 이 후 판결은 달라질수도 있어 보인다.



연회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이 연회 감독으로 취임한 김철한 감독은 “교회법대로 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회법과 총회행정조정위원회로부터 비교적 유리한 판결을 받아 든 김진우 목사지만 연회에서 재판위원회가 구성 되어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현실을 불편해 한다.

김진우 목사는 오늘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임자에게 은퇴비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소신이었을 뿐이다.”며 자신의 지난 행적에 애써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법과 상식이 무엇인지 혼돈스럽기만 하다”고 해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의 부당함을 애둘러 표현했다.

반면 지도자나 조정을 담당했던 이들의 편에서 보면 김진우 목사가 절차와 교회형편, 그리고 법을 강조하며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이 극히 이기적이고 반항적으로 비쳐졌을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은퇴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 모습이나 일이 되어지도록 타협하고 좋게좋게 넘어가는 법이 없던 그간의 행적으로 보건데 은퇴비를 줄 마음이 없는, 예의를 모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비상식적인 목회자로 인식되기도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중재자로 나서게 된 김철한 감독은 “은퇴비는 존경과 감사, 배려가 담겨야 한다. 드려서 기뻐야 하고 받아서 감사해야 할 일이다. 교회를 살리고 갈등도 풀어야 겠다. 중립을 지키겠다” 면서 합리적으로 중재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연회재판 일정은 12월 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은퇴비 7억!!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은급법을 자랑하던 감리교회에 언제 부턴가 교단에서 마련한 노후대책 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아 은퇴비니, 원로 생활비니 하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심심찮게 교회 갈등을 일으키는 소식도 들려 왔다. 비슷한 시기에 후임자가 은퇴비를 책임(?)지고 부임하는 현상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은퇴 이후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인다고 전하고 있다. 일생을 교회에 헌신하고 물러서는 댓가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책을 교단이나 교회가 내 놓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아무리 시스템의 부재로 돌린다 해도 은퇴비를 둘러싸고 양 측이 사회법과 교회법을 오가며 다투는 모양새까지 정당화하진 못한다. 은퇴비 지급건을 두고 연회와 총회 그리고 사회법정의 판단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은퇴비가 7억원이나 된다는 것은 지나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해도 은퇴비문제로 소송까지 일어나는 일은 도무지 상식적이지가 않다. 자기 몫을 자기가 주장한다는 사실도 매우 불편하다.

소명감 하나로 목회현장에 뛰어든 대부분의 목회자나 목회자의 청빈한 삶을 기대하는 평신도들에게 이런 다툼소식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깊은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다. 더욱이 사회적으로도 성직매매나 교회세습 등 교회의 사유화, 맘몬화 현상을 비난하며 선교를 어렵게 하고 있는 때에 은퇴비를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다.

한국 교회의 현실은 기독교 인구가 감소할 때 74%나 증가한 가톨릭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독교가 물량주의를 앞세운 부패 이미지로 치닫고 있는 데 비해 가톨릭은 사제들의 삶 자체가 청빈하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