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평화운동으로서 화해를 위한 회복적 정의/실천(Restorative Justice/Practice)운동의 대두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 대표
남북평화연구소 소장

문제 의식

▲ 박성용 목사

그러한 회복적 정의/실천을 오래 보존해 온 사례는 기독교 내부의 자비와 사랑의 하나님이해에 근거한 '적 사랑하기'를 실천해 온 평화교회의 전통속에서 실현되어 왔다. 예를 들어 “가해자-피해자 대화 모임”(메노나이트), “(재소자를 위한) 삶을 변혁시키는 새로운 평화훈련(AVP; Alternative to Violence Project; 퀘이커) 등의 프로그램은 기독교가 국제 시민사회에 제공한 대표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례 모델들이다. 이는 바로 예수와 사도바울에서 새롭게 정초된 기독교의 근본 메시지에 대한 생활화의 결과이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종교적 제의 중심으로 거룩의 울타리를 설정하고, 로마의 평화가 군사적이고 강제적인 힘의 통치와 적의 징벌을 통해 이루었던 것에 대한 제 3의 길로서 예수는 신의 사랑과 은총에 근거한 자비의 통치를 일상화하는 데서 종교적 제의를 넘어서서 화해로서 거룩의 삶을, 섬김과 용서, 섬김을 통해 무력적 강요의 지배질서가 아닌 파트너쉽과 포용이라는 새로운 탈지배적 평화를 제시하였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예수의 산상수훈은 온유와 가난, 신뢰와 포용의 새로운 현실을 향한 철저한 사고와 행동의 제자직을 요청한다. 보복과 처벌의 일상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기는 “적을 사랑하고 적대자를 위해 기도하는” 자비의 실천을 요구하고, 이는 신의 은총과 자비에 대한 그 분의 의지가 우리를 그런 삶으로 부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에 따르면 적을 복속시키는 다윗의 메시야 통치가 아니라 그분의 왕적인 권위는 오히려 치유와 겸손의 왕이며, 양을 인도하는 선한 목자와 같은 돌봄으로서 왕적인 통치를 제시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의 체험은 바로 평화형성의 힘이 이러한 신적인 권위와 의지에서 나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신의 선제적 행위로서 자비의 현실성을 기반으로 성전에 예물을 드리는 것보다 화해의 우선성을 강조하고, 땅에서 맺고 푸는 것이 하늘에서도 맺고 풀어지는 것이며, 일곱 번씩 일흔 번의 용서와 주기도의 우리가 먼저 용서함을 통해 하나님이 용서해주심이라는 철저한 ‘이 지상에서 실천적인 제자직’으로서 새로운 기독교 운동이 예수를 통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사도바울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제자직의 신분은 정확이 예수의 자비의 해석학을 반영한다. 엡 2장: 14-18과 골1:18-22에 따르면 하나님의 화해의 선제권이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시며, 따라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자 화목케 하신 분이며 따라서 제자직도 화해의 대리자가 되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군사적 전쟁, 폭력 그리고 모든 적대감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는 하나님의 갑옷 -진리, 평화, 정의 등을 입음-이며 이는 초기 3세기 동안 초대 교회들에게서는 명확히 이해되어 온 바이다. 가해자와 적대자에게 승리를 통해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과 가해자로 하여금 선을 행하도록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고 다가가는 것은 사랑과 자비가 신의 본성이자, 그리스도의 요구이고, 이를 통해서 거룩한 분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진실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의 평화운동 전통을 보면 화해, 용서, 회복을 위한 실천을 위해 국가의 전쟁과 징집의 반대 그리고 이를 위해 기꺼이 순교하기, 전쟁 희생자들에 있어 적까지 돌보기와 정신적 외상 치유 프로그램의 실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재산 몰수의 허용, 감옥의 인권유린에 대한 치열한 호소와 개선에 대한 집요함,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조차 돌보는 시스템 구축, 재산의 사회적 환원과 유산으로 자식에게 안 물려주기, 각종 갈등해결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 평화구축을 위한 구조적 시스템의 가동 등등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가장 음지속에 그리스도의 빛을 끌어들이는 작업들을 해왔다.

종교계, 시민사회 그리고 교육계에서 회복적 정의(혹은 사법), 회복적 실천 그리고 회복적 서클(혹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운동은 희년사상(구약), 샬롬의 통치(신약)을 기반으로 기독교 평화운동의 긴 역사적 전통에서 형성되어 온 것으로 특히 70년대부터는 교육운동, 사법개혁운동, 공동체운동, 시민사회운동에서 새로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 현장과 대상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으로 관계의 단절과 소외, 차이의 차별, 두려움과 분노에서 오는 타인에 대한 적이미지화, 지배적(power-over) 힘을 통한 질서의 유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꽤하는 근본 패러다임으로서 회복적 정의를 추구한다. 이 회복적 정의는 신의 실재(존재적 터전),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 태도(인식론적 측면) 그리고 일상과 관계의 모든 영역에서 빛의 증거(실천행위)를 하나로 꿰뚫는 복음적 실천운동(한 예로서, 평화교회의 “Speak Truth to the Power"운동)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평화운동으로서 회복적 정의 활동의 가시화

회복적 정의문제가 서구에서 70년대에 다시 구체적으로 점화하기 시작한 것은 평화교회들이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Speak Truth to the Power"라는 신앙의 생활실천운동을 통해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면서 감옥의 비참함과 구조적인 불의 시스템에 대한 개혁운동이 점화되면서부터이다. 국가재판에 의한 처벌과 구금위주의 가해자에 대한 응보형 형벌주의는 피해자의 의문과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와 정시적 치유 그리고 공동체로의 복귀를 상실하게 되면서 범죄와 재범율을 높이는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성찰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더욱 중요한 위기 의식은 이러한 법적인 처벌이 더욱 더 개인, 공동체 그리고 사회의 안전(security)를 더욱 멀게 하며, 악을 선으로 대응하라는 근본 가르침의 새로운 통찰인 악한 자로 하여금 선을 행하도록 하는 갈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의 문제에 있어 무력감과 치유와 회복에 대한 신의 의지에 반하여 그 어떤 행위에도 불구하고 신의 자녀라는 근본 인식에 위배되는 사회적 관행이 복음적 기독교인들의 양심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현 재판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쌍방이 보다 만족스러운 정의를 이루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접 대면하여 문제를 해결(“가해자-피해자 대화모임”)하거나, 갇힌 자의 낮은 자존감과 폭력적 대응태도를 전환시켜 자기 긍정과 타인 배려 그리고 신뢰의 강력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화 프로그램(“삶을 변혁시키는 새로운 평화훈련AVP"), 갇힌 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복귀와 그들의 가족을 돌보는 여러 사업들 (쉼터, 직업훈련, 갇힌 자 가족 도우미 자원봉사 시스템)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70년대의 국제적인 회복적 정의/실천/서클 운동은 한국의 기독교 뒷배경을 가진 평화훈련단체들에 의해 2000년에 들어오면서 수용되고 여러 회복적 정의 실천 훈련 프로그램들의 진행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최근 5년내의 일이다.

또한 이 운동을 가시화하고 연대적인 공동협력을 위해 2009년 말부터 기독교 교정선교단체들(예, 세진회)과 평화훈련단체들(예, 비폭력평화물결, 평화여성회내갈등해결센터, 한국비폭력대화센터,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은 “회복적 정의 네트워크”(www.rj.or.kr)"라는 연대체를 형성하여 제도, 실생활에서 회복적 정의/실천의 확대와 전문 진행자의 양성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 영역의 확대와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사업을 공통의 중심과제로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는 회복적 정의/실천은 사법, 교육, 시민사회에 광범위하게 그리고 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그 효율성을 답보하게 되고, 이는 어느 소수의 개인이나 단체의 힘으로는 어려운 공동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와 인식 그리고 가치의 근본변화를 가져오는 곧, “내가 누구이고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으며,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에 대한 영적, 인식적, 실천적 전환(transformation)이 요청되는 운동인 것이다.

회복적 정의 네트워크는 현재 12월 둘째 주에 있을 “회복적 정의 전문진행자 양성 국제 워크숍”을 통해 해외 가해자-피해자 중재조정자의 배출과 이들의 전문심화 훈련과정을 통한 실무능력의 증진과 현장파견, 각 단체의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의 공유와 상호 힘 불어넣어주기(empowerment), 중장기적 과제로서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들의 훈련 코스 설립과 상설과 전문과정인증제의 실시에 대한 시스템 구축 등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내의 운동에서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공동체 구축과 훈련 시스템의 토대마련을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Northeast Regional Peacebuilding Institute(NARPI; www.narpi.net)"의 출범이다. NARPI는 2005년부터 실시한 기독교평화훈련단체들의 “기독교평화아카데미”의 경험과 유엔사무총장이었던 코피아난이 시민사회에 제시한 무력분쟁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과 책임에 대한 호소로 만들어진 “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GPPAC)”의 지역적 평화운동의 경험이 응결되어 2007년부터 기획되어져서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몽고, 러시아 등의 6개국의 단체들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2011년에 지역의 평화활동가와 실무자들에 대한 재충전과 미래 평화활동가의 양성을 위한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풀뿌리(bottom-up) 훈련과 범아시아 정체성에 근거한 평화운동의 확대를 지원한다. 그중의 핵심 과제가 바로 아시아 지역에서 회복적 정의의 실천과 그 훈련 프로그램의 확산이다.


회복적 정의/실천으로서 기독교평화운동의 미래 전망

이렇게 됨으로써 이제 회복적 정의 관련한 이 운동은 과거의 기독교평화운동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운동의 상당수가 개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과 헌신에 의한 정치적 영역에서의 저항과 대안의 모색에 중심이었고, 그 개인의 역할의 사라짐과 더불어 그 운동체의 지속성도 사라졌었다. 그리고 그 운동도 거리에서의 캠페인과 이슈 파이팅, 비판과 해체에 무게 중심이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대두되는 회복적 정의운동의 경우에서는 어느 한 개인이 아닌 회원 개인과 단체간의 자원과 비전의 공유와 탈지배적인 의사소통에 근거한 공동의 지도력(shared leadership)을 통한 의사결정, 대안을 향한 협력과 기여의 에너지에 바탕을 둔 ‘활동형’ 구조적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활동가의 훈련과 현장파견에 대한 집중적인 노력과 그 우선성이라는 실천지향, 현장중심의 능력배양(capacity-building)과 학습 공동체 구축(learning community-building)이 형성되어질 것이다. 또한 회복적 정의운동이 지향하는 기독교평화운동은 기독교의 정체성를 갖고 타 단체를 이끄는 선도성(initiativeness)을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공동관계와 파트너쉽을 통해 이끎이 아닌 연결과 협력, 이념적/신념적 우선성에서 종교의 영역을 넘어 실생활의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응용과학에로의 화육과 구성원 모두의 지혜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시스템의 작동에 기반을 두게 되는 새로운 실험적 모색을 하게 된다.

그동안 기독교 평화운동은 수많은 역경을 거치면서 소수의 헌신적인 지도자들의 노력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는 주로 정치적 거대담론과 저항의 영성에 바탕을 두고 실시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들의 고령화와 더불어 새로운 세대의 진입이 없는 커다란 괴리가 있어서 현재 위기감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독교 평화운동내에서 회복적 정의/실천의 새로운 움직임은 그 구조적 폭력과 내면적 폭력에 대한 생활실천적인 특징, 공동성과 폭력의 현장인 감옥, 학교, 시민사회, 종교계에 대한 접목, 그리고 주된 목표인 사회변화의 능력과 도구 부여라는 새로운 신념적 및 기술적 접목이라는 새로운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통해 변혁과 비전 창출이라는 운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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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샬롬의 통치’가 우리의 실제 생활과 관계 그리고 제도적 수행에서 새로운 육화(embodiment)를 향해 보이지 않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약동을 꿈꾸고 있는 다. 이것의 징조는 뿌리에 있어서 일반이 쉽게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예언자적 눈을 가진 이는 화해와 회복을 위한 여러 실제적 프로그램을 통해 다가오는 이 “회복적 정의/실천/서클”의 도전은 마치 엘리야가 구름 한 점을 보고 앞으로 다가올 폭풍우를 예감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 던질 그 파장은 만만치가 않을 전망이다. 학교와 종교계 그리고 사법계와 지역현장에서 갈등조정자들의 활동과 그들의 네트워크 (예, 각종 중재조정 위원회, 폭력전환과 예방 모임 등), 여러 회복적 훈련 프로그램의 가시화(예, AVP활동가모임, 교사의 마음비추기, 비폭력 대화, 비폭력 영적 수련, 트라우마 힐링, 그룹 프로세싱), 회복적 서클의 확대(쉼터, 구체적인 각종 회복적 실천 자원봉사자 모임, Clean Committee모임, 공감파트너모임) 등이 몇 가지 그 결실들에 대한 예들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 동력과 추진의 흐름은 자이언트들이 아니라 작은 자들의 헌신과 소망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역사의 징조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조용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수의 작은 자들에 의해 그리고 새로운 방식인 공동의 실천적인 노력에 의해 세력화되어가고 있다.

20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