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8   02:09:45  앙코르와트는 나의 말을 들어주려나요.

카오산거리는 밤 12시가 넘어가지만 아직도 시끌벅적입니다.

네온싸인 불빛에 잠 못드는 방랑은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 인터넷카페에서 발길을 멈추고요.

내일은 태국을 떠나 캄보디아로 가는 날입니다.

어쩌면 태국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은 아쉬움이 많이 남고요.

그 유명한 해변들은 커녕 푸른바다한번 구경하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려니 저도 참 한심합니다.

사실 거의 일주일을 여행자거리에서만 탱자탱자 보냈거든요.

갑자기 혼자된 외로움이 느껴지네요.

보고싶은 사람들도 많이 생각나고요.

하지만, 내일은 앙코르와트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설레는 마음입니다.

늪에 빠진 듯 카오산로드에서 빠지질 않는 무거운 발을 끙끙대며 끌어올려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어 보려합니다.

앙코르와트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문화유산이라던데, 사실 전 그곳에 대해 잘 모릅니다.

어마어마하고 멋지고 아름답다던데....

하여튼 드디어 저도 그곳으로 향합니다.

부디, 게을러지고 지쳐가는 제 마음을 다시 새로움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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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21:06:05  구름따라 바람따라 베트남까지,,

3일간 앙코르와트를 돌아보았습니다.

첫 만남은 어리둥절이였지만, 마지막날 해질녁 다시 만난 앙코르는 신비로웠습니다.

앙코르와트도 훌륭했지만,

석양에 미소짓는 바욘사원이 가장 제 마음에 남은 것 같습니다.

한낮에 갔을땐 사원의 얼굴상들이 무표정해보이기만 했지만,

해질 무렵, 그들은 정말 평화로운 미소를 짓더라고요.

여튼, 딱 3일이란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앙코르와트에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했습니다.

단 하루를 머물렀지만,

뚜얼슬랭박물관과 킬링필드는 정말..... 뭐라 할수 없네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어놀던 고등학교가 한 독재자에 의해 고문과 살육의 현장으로 변해버리고,

수천명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평화로웠던 초원은 무참히 살해당한 8000명의 사람들의 한이 서린 무덤이 되어버렸고요.

우리나라 서대문형무소보다도 더 참혹한 일이 동남아시아의 한 조그만 나라에서 일어났다니,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할수있는 일이란 잠시 고개숙여 고통속에 돌아가셨을 사람들을 위해 묵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베트남에 도착했습니다.

도로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많습니다.

4차선도로를 가득 메울정도로요.

정지신호를 기다리던 수백대의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질주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장관입니다.

오늘은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그 유명한 베트남의 땅굴을 가보려고합니다.

200km가 넘는다던데 기대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땅굴에 숨어살아야만 했던 베트남사람들에게 미안한맘이 들고요.

우리나라도 미군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견했으니까요.

어쨋든 현재 베트남사람들은 어떤외국인이든지 호의적인것 같습니다.

휴,, 천상 저하고 여행기는 먼산입니다...ㅎㅎ

하여튼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 11회 풀꽃상선정회의가 일주일앞으로 다가온것 같던데,

참여하지 못해 정말 아쉽습니다.

제 11회 풀꽃상선정회의도 아름다운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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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9  00:52:07   오늘은 왠지

어제는 여행을 시작한지 7개월이 넘은날입니다.

이젠 여행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여행이 된것 같습니다.

요즘엔 왠지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무더운 더위와 끝없는 이동에 지쳐버려서일까요?

아니요. 그런건 아닌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걸요.

아,, 중국에 가보고 싶어라.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제는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이 생겼습니다.

영어도 공부해야겠고, 책도 좀 읽어야 겠고, 음악도 들어야 겠고, 악기도 배워야 겠고, 춤도 춰봐야 겠고,,,,,등등..

사실, 돈을 버는게 일단 닥친 문제이긴 하지만요.

7개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곰곰히 돌이켜봅니다.

첫 인도에 발을 딛고, 다람살라에서 명상도 해보고, 리쉬케쉬에서 요가도 해보고,

인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하고,

그리고, 인도를 떠나 네팔로.. 안나푸르나, 랑탕계곡.. 결코 잊을수 없는 멋진 트래킹..

태국에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못이기다, 꿈꾸던 신비의 앙코르와트로...

그리고 이곳 베트남으로...

별로 한 것도 없어보이지만, 사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웃음이 터질듯 재미난 일도 많이 생기고, 가끔은 짜증과 화도 내고...

ㅎㅎㅎ

아직도 갈 길이 멀었는데,,, 왠 신세타령인지...거 참..

그냥 오늘은 신세타령이 하고 싶은 날이네요...

아이구,, 내 신세야~~~

이런,,,, 너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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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1  신비로운 작은 동네, 호이안

저녁 7시 나짱 출발, 아침 7시 호이안 도착.

12시간이나 걸리는 먼길을 달려 조그만 동네 호이안에 도착했다.

버스안 차창밖으로 저 멀리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의 아침햇살이 호이안의 첫인상이다.

여행사에서 추천하는 좋은호텔들을 내버려두고, 혼자서 구시가지로 향한다.

호이안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될만큼 아름다운 동네란다.

이미 베트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되어버린 곳이라 구시가지 건물들의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니,

거의 다 레스토랑, 기념품점, 갤러리 등이다. 아무래도 이곳도 돈폭풍에 휘말려든지 오래된것 같다.

하지만 이른아침이라서인지 조그만 거리엔 사람들도 오토바이도 많지 않다.

오래된 향기를 내뿜는 목조건물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두꺼운 나무문을 굳게 닫고 있어서인지 거리는 200년전으로 그 모습 그대로 인듯하다.

걷다가 걷다가, 시장골목 바로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났다.

오랜 목조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곳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향기를 아직도 머뭄고 있는 곳이었다.

나무대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더욱 신기하다.

한가운데 제사를 드리는 제단이 있고, 양옆으로 그 옛날의 도자기와 그림들을 전시해놨다.

일하는 아가씨가 내 방을 안내해준다.

집한가운데는 정원도 있어 초록빛 나무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조그만한 우물도 있다.

넓지 않은 우물이지만, 깊이는 꽤 깊다.

내방은 정원앞 첫방이다.

창문은 유리가 아닌 나뭇살로 만들어져 있다.

방안 역시 옻칠한 나무들로 기둥도, 벽도, 천장도 이루어져있다.

오래되어 보이는 조그만 장롱과 탁자와 의자도 있다.

나뭇창살 사이로 아침햇살이 환하게 비취온다.

예전엔 어떤 용도로 쓰였을지 궁금하다.

짐을 풀자 마자 동네한바퀴를 돌아본다.

도로는 참 좁다. 우리나라 한차선정도나 되려나.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좁은 도로사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전통모자를 베트남사람들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동네는 참 이쁘다.

키작은 목조건물들이 따딱따딱 붙어있다. 지붕은 기와인것 같은데 우리나라기와하고는 다른모양이다.

여유가 느껴지고, 평화롭고 한가로움이 절로 생기는 거리다.

단지 안타까운건 그 예쁜 건물들이 거의 다 기념품점이라는 것이고...

시장에 갔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똑같다.

물건을 사는 아줌마와 파는 아줌마들의 실랑이가 재미나다.

생필품, 과일, 채소, 고기, 의류, 문구류까지 안파는 것이 없다.

어디서 생선비린내가 풀풀 풍겨와서 그쪽으로 가보니 수산시장도 있다.

새우, 고등어, 갈치 우리나라에서 보던 생선들과 큼직막한 못보던 생선들도 있다.

방금 배가 들어왔는지,

한 켠에 물고기들을 가득 놓고 베트남아줌마들이 둘러쌓고 흥정을 하고 있다.

파는 아줌마는 한명, 사는 아줌마는 열명이 넘는다.

말은 못알아듣지는 파는 아줌마의 입심이 장난이 아니다. 주위에 아줌마들 목소리에 두배가 넘는다.

하지만, 사는 아줌마들도 배태랑들인가보다. 한푼이라도 더 깍으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가만,,, 생각하니 울나라 어느곳과 참 비슷하다.

어릴적 살았던, 전라도 벌교 그곳의 5일장의 시끌벅적함과 생선비린내가 많이 닮았다.

걷다보니 배가 고파진다.

시장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노점상으로 갔다.

여러가지 반찬과 밥을 파는 곳이다.

아줌마에게 얼마인지 물어본다. 5000동이랜다. 이 정도면 싼가격이라고 생각되 하나 달라그랬다.

사실,,, 음식종류가 많지만 뭐가 있는지 모른다. 그냥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르키면서 '아무거나 주세요' 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반찬을 많이 언저서 밥한공기를 가득 주신다. 아따,,, 맛나다.

밥먹고 나서 할일도 없고해서, 그냥 나무의자에 앉아 있는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옆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간다.

근데,, 웃기는건 2000동이상 내는 사람을 못봤다. 난 5000동 냈는데,,,ㅎ

아줌마한테 슬쩍 따져보니, 내껀 밥그릇이 크단다. 반찬도 많고,,,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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