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안성시장 재래시장을 들렀다. 내가 지원하는 장애인 아주머니가 붕어빵 장사를 잘하고 계시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20일 전, 아주머니가 노점상 자리를 계약할 때도 글을 잘 모르는 아주머니 대신 계약서를 내가 작성했고, 일련의 상황들을 함께 했다. 사실은 아주머니가 며칠 전부터 한 번 들러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목사님,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나를 보자마자 아주머니는 울먹거리신다.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그랬을까. 아주머니가 풀어 놓은 이야기는 이랬다.

아주머니가 자리 잡은 안성시장 통 붕어빵 장사 자리 앞에는 계란빵 장수, 뒤에는 떡볶이 장수다. 무척 추웠던 지난 며칠, 양쪽의 가판대 노점상에게 "제발 전기 좀 같이 나눠 씁시다. 아니면 어떻게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제 발이 의족이라 너무 춥고 힘들어요"라고. 돌아온 대답은 "전기를 줄 수도 없고, 끌어 들이는 방법도 가르쳐 줄 수 없다"였단다. 더군다나 앞쪽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집은 시장 통 입구라 장사도 잘되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붕어빵도 구워 팔겠단다. 양쪽이 담합해서 아주머니를 밀어낼 작정인가 보다.

"목사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농협에 대출 받아서 이 자리를 준비했잖어유. 이제 여기서 나자빠지면 우리 가족 갈 데도 없는데. 주위 노점상들이 나와 내 가족을 죽일라 하니 워쩌면 좋대유. 누구에게 가서 말도 못하고, 생각다 못해 목사님을 불렀시유"

줄줄이 붙어 있는 노점상 가판대. 장애인 아주머니 자리 바로 옆 노점상 자리엔 전기 코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더 기가 찬 건 앞 쪽과 뒤 쪽에 노점상들이 안성의 같은 교회에 다닌단다. 아주머니는 속상해서 "도대체 교회에선 뭘 가르치는지"를 연발하신다.

양쪽의 노점상 하시는 분들에게도 가족도 딸려 있고, 생계도 유지해야 하니 조그마한 욕심을 부리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한 사람, 그것도 약자를 밀어내려는 마음이 안타깝다. 더군다나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그들은 교회에 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할 걸 생각하니 왠지 씁쓸했다.

그 다음날, 내가 요즘 일하러 다니는 공사현장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 집안에 돈이 궁해서 한 달 넘게 막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덕분이었다.

수도 배관 보온재를 씌우는 작업을 하는 4명의 아줌마 아저씨였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잘하곤 했다. 불편할 게 있을까봐 좀 신경을 썼다. 그 마음이 통했던지, 그들도 나에게 상냥했다.

오후 3시 쯤, 간식 먹는 시간. 그들이 나를 불렀다. 거기엔 간식 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래봐야 공사 현장 맨 바닥에다가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삶은 밤이 전부였다. 밤알이 아주 작았다.

"어디 산에서 주우셨나 봐요."

"아 네. 어제 이 아주마이가 공사현장 바로 뒷산에서 주워서리 쪄온 깁니다."

초라한(?) 간식 상에 기꺼이 함께 한 내가 고마웠던지 그들은 연신 흐뭇해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고 앙증맞은 밤을 까먹었다. 얼마나 꿀맛이던지. 세상 어떤 밤보다 벅차고 맛있는 밤이었다.

"아저씨, 아주머니들. 돈 많이 벌어서 돌아가세요. 다치지 마시고요."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인사 한마디였다. 중국에서 머나먼 한국 땅에서 막노동을 하며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는 그들에게 말이다.

어쨌든 이틀 동안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 '사람들이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그들 사이의 차이는 과연 왜 생겼을까.' 이런 정답 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