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대안학교

흔히 대안학교라 하면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에게 조차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십여 년 전 도시적 물질문명의 대안으로 농촌으로 돌아가 살기를 그리워할 때 대안교육에 대한 꿈 또한 키웠었다. 그때 만나 도움을 받았던 곳이 민들레다. 어느 날인가는 아껴주시던 교수님 한분이 넌지시 “아이를 긴 안목으로 교육을 시켜야지 당장의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아직도 그 말은 마음속에 담고 있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단체사진 ⓒ 최상득

요즘은 대안교육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 편하게 공유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의 문제점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인가 대안학교 중에는 재정 상태가 열악한 곳이 있어 기부금과 입학금을 빼놓고도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경우가 생겨 재정적인 부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교육의 목적과 방향, 일방적인 길은 아닌지, 학비와 함께 문턱은 또 얼마나 높은지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속한 달란트를 제대로 찾아주는 교육과정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안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제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간직한 내면의 문제를 잘 풀어가는 과정도 대안교육의 장점 중에 하나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청명한 하늘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 ⓒ 최상득

현재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있는 학교는 200개가 넘는다. 참고로 대안학교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유형별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큰 기준은 인가 여부다. 인가 대안학교는 30%, 미인가 대안학교는 70%를 차지한다. 인가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와 똑같은 학력이 인정된다. 일반학교의 공통 교과목 과정을 그대로 따르면서 특성화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함께 운영한다.

반면 미인가 대안학교는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교육 당국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기 때문에 인성을 매우 중요시 한다. 하지만 학교과정을 마쳐도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삶’과 ‘꿈’이 있는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지난 2010. 10. 8(금) ~ 9(토) 1박2일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에서 열린 학부모 워크숍을 주선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30여분의 학부모와 정태일 교장(사랑방교회 목사) 및 4분의 교사가 참석하였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박진석 학부모 특강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장면 ⓒ 최상득

우선 박진석 학부모의 저녁식사 초대로 학부모 대표와 교사가 안성 서일농원에 모여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풍요로운 식사를 마음껏 즐겼다. 소나무정원이 잘 가꾸어진 식당 한켠에는 2000개 이상 되는 장독 항아리가 정열되어 있어 장관이다. 1983년 부터 된장을 주제로 운영되는 최대 농원으로 슬로푸드를 체험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두움을 뚫고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생태마을 더불어의 집으로 향했다.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은 박진석 학부모가 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와 더불어 영농조합의 마을 만들기로 탄생하게 된 생태건축마을이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 ⓒ 최상득

정확한 위치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로 이곳에 흙과 볏짚으로 짓는 집,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 House)가 여럿 건축되어 있다.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비우고 수련하고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스트로우베일하우스는 방음, 단열, 보온 효과를 느낄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건축공법이다.

이곳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육면체로 압축 성형한 볏짚(Strawbale)으로 뼈대를 삼고 황토 흙을 4차례 미장해 만든 벽체가 특징이다. 전에는 '저소득층 자녀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시로 생태건축 워크숍도 열고 있기도 하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용설리 호수전경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용설리 호수전경 ⓒ 최상득

한적하고 자연환경이 우수한 이곳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생태체험이나 쉼터 등 모임장소로 원한다면 누구든 이용할 수도 있다. 부지를 공짜로 빌려 집을 지을 수도 있는데 건축물은 자기 돈으로 지어야한다. 지은 집을 상시 생활터전으로 삼고 싶다면 소정의 조합비를 내고 '더불어 영농조합'에 가입하면 된다.

안성의 산골짜기로 한 가정 두 가정 모여드는 멋쟁이학교 학부모들의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늦은 9시를 넘겨서 박진석 학부모의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 소개가 있었다. 강당과 숙소, 식당, 각각의 흙집 등을 들러보는 곳곳에는 사연이 숨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흙이 주는 생명의 기운, 행복의 기운이 어렵사리 이곳을 찾은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찾게 해주는 듯 하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어머니의 집)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달님의 집) ⓒ 최상득

이어 강당에서 정태일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으로 멋쟁이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자세한 소개가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말씀과 중국으로 간 멋쟁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잘 적응해 가고 있는데, 간혹 학생과 학부모간의 불필요한 연락으로 분위기를 헤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특강은 이곳 생태건축을 기반으로 생태체험 마을을 추진하는 '더불어 영농조합' 대표이자 목사이기도 한 박진석 학부모께서 해주셨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사회복지 활동을 해오던 박진석 학부모는 7년 전 용설리 산골짜기에 3천평 부지를 마련하고 '더불어의 집'을 시작했단다. 한때 사회복지네트워크방송국 사장까지 맡은 네트워킹 전도사이기도하다.

여기서 '더불어 영농조합'은 '더불어의 집'을 중심으로 박진석 학부모와 스트로베일의 이웅희 대표 등 20가정이 모여 만든 영농조합이라고 한다. 사회복지운동가, 생태건축가, 환경운동가, 기독교인 등이 생태를 화두로 뭉친 곳이다.

드넓은 청정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용설리를 기반으로 생태건축 등 생태적인 프로그램을 테마로 한 '호수 생태체험마을'을 구상,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흰 무궁화 꽃을 주제로 한 테마마을을 꾸미고 있었다.

자신보다는 아내가 더욱 생태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과 땀 흘리는 노동의 즐거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성취감, 그런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이 집을 지으면서 덩달아 커졌다고 했다. 앞으로 사람은 집을 짓지만 결국 집은 사람을 짓는다는 말로 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임을 경험을 통해 일러주었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스트로베일하우스 ⓒ 최상득

깊은 밤, 교사와 학부모는 따로 자리를 잡았다. 학부모들은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진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더욱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우리아이는 물론 이웃의 아이까지도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사랑의 문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이해의 문화, 학부모로서의 바람 등을 나누며 모두가 돌아가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학비 또한 일률적이기 보다는 차등을 두고, 작은 행사부터 솔선수범하는 마음에 동감하면서 학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멋쟁이들만의 자긍심에 관심을 갖자는 의견, 고학년일수록 속이 꽉 찬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 학교를 좀 더 너그럽게 지켜봐주고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학교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아 주고,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아이들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보다 친밀한 유대관계를 지속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함에 동감 했다.

작은 학교이면서 행복한 학교인 멋쟁이학교가 다양성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여 공유하는 작업으로 매년 똑같은 여행지나 행사코스, 숙박지가 안되도록 자체적인 지원방안도 검토 되었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용설리 호수마을을 향하여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용설리 호수마을 '허브와 풍댕이' ⓒ 최상득

자정을 넘겨 이어지는 뒷풀이, 찜질방 수준의 뜨끈뜨끈한 위쪽 황토방 두 곳은 엄마들이 차지하고, 아래쪽 황토방과 전망 좋은 방에서는 아빠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새벽4시까지 워크숍에서 나누지 못한 얘기들로 밤을 지새웠다. 예로부터 모든 일들은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다. 밤새 섬기고, 봉사하고, 남의 고민을 들어주었던 시간이었다.

둘째 날 하늘은 맑고 청명했다. 이른 아침부터 바삐 떠나는 학부모를 배웅하고, 밤을 줍고 산책을 하시는 넉넉한 학부모를 겹쳐본다. 삶의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세상, 참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아이들보다도 어쩌면 학부모들의 삶이 더 절실하기에 먼저 귀 기울이는 일에서부터 부모교육도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도 어쩜 아이들과 똑같은 학습자이다.

아침은 간단한 다과와 포도로 즐겼다. 그리고는 용설호수 주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처음에는 무척 멀게만 느껴졌던 호수둘레가 한 바퀴를 도는 순간 가깝고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안성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며, 호수의 한적함, 다양한 건축물들, 허브와 풍뎅이 부부의 귀농이야기 등도 재미있지만 여행은 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한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자연산 미꾸라지 특식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자연산 미꾸리 특식 ⓒ 최상득

정말 1박2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점심때는 된장국과 함께 생각하지 못했던 미꾸라지 튀김이 주인장의 배려로 즉석에서 요리되었다. 마음이 아름다운 멋쟁이학부모와 함께 점심을 대하니 훨씬 입맛이 당긴다. 우리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멋쟁이 파이팅을 우렁차게 외치며 더불어의 집 숲 속에 박진석 학부모 부부를 남겨두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학부모 워크숍을 가지면서 기존 학교와 가정,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부모라는 서로간의 처지를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 안성 생태문화마을 더불어의 집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화이팅! ⓒ 최상득

‘학부모’나 ‘학교’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지내왔던 것은 아닌지, 고단한 삶을 위로하지 못하고 고난의 길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닌지, 다소 절실한 의사소통이 요구되지만 그러한 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닌지, 때론 말할 기회보다 들을 기회만 제공한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어느 대안학교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혹시 '학부모'에 대한 ‘교육’만 있고, 한 인간으로서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이들은 충분히 말하고 느끼도록 해주면서 어른들에게는 자꾸 직설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채로운 학습 기회를 주면서도 어른들에게는 단조로운 강의 방식을 고수합니다. 어른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이런 조급증은 더해 갑니다.”

앞으로 멋쟁이학교의 학부모가치는 큰 것,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부터 대화하고 만나고 시작하는 실천에서 찾아야겠다. 삶이 학교가 되고, 마을이 교실이 되는 학교를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너무 많은 일들을 감당하기 때문에 쉬 지칠까봐 염려가 된다. 교회와 학교, 수업, 상담, 작업, 회의 등 업무가 많으니 쉴 틈이 없어 보이기에 하루속히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학부모의 관심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멋쟁이학교 학부모 감사(장지영 어머니회장과 박진석 생태문화마을 대표) ⓒ 최상득

▲ 멋쟁이학교 학부모 워크숍을 마치고... ⓒ 최상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