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말이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물리 법칙들이 생명의 출현을 허용할 만큼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원자핵의 구성 요소들을 묶는 힘, 곧 원자를 깰 때 극복해야 하는 핵력인 강력의 값은 0.007이다. 그 값이 0.006이면 우주에는 수소밖에 없을 것이고 그 어떤 흥미로운 화학 작용도 빚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 값이 0.008이면 수소는 모두 융합되어 더 무거운 원소가 될 것이다.

수소 없는 화학 작용은 우리가 아는 형태의 생명을 발생시킬 수 없을 것이다. 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많은 우주가 거품 방울들처럼 '다중 우주'를 이루어 공존하기 때문이다. 관찰 가능한 우리 우주처럼 어느 한 우주의 법칙들과 상수들은 규칙들이다. 다중 우주 전체는 다양한 규칙 집합들을 지닌다. 그런 가운데 소수가 생명이 발생할 조건을 맞추어 조율되었다." (227쪽)

다중 우주론은 우주가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과 조건에 의해 통상적으로 갈래가 나뉘어,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우주가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중 우주는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여러 우주가 동시적으로 생성되었고 그것들이 거품 방울들처럼 공존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우주의 생성 자체는 무에서 빅뱅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 다중 우주가 이루어진 것인가? 우주 물리학에 의하면 그 답은 후자이다.

강력의 값이 0.007이라는 것은 다중 우주가 먼저 존재하고 난 후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강력의 값이 0.007이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다중 우주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중 우주의 어떤 우주에서는 강력이 0.007이 아니고 지구가 있는 태양계는 강력이 0.007인 것이 아니다. 다중 우주 전체의 강력이 0.007이다. 강력이 0.006도 아니고 0.008도 아닌 0.007인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다중 우주를 제시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이는 우주의 편평도 문제인데, 좀 더 살펴보자. 우주가 계속 팽창할지 다시 수축할지를 결정하는 밀도를 임계 질량 밀도라고 한다. 1세제곱미터 안에 수소 원자 5개 정도 들어 있는 정도이다. 임계 밀도로 우주의 질량 밀도를 나눈 값이 1보다 작은 우주는 계속 팽창한다. 1보다 크면 결국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게 된다. 1이면 편평한 우주이다.

예를 들어 우주의 나이가 100만분의 1초였을 때 편평하게 만드는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당 447,225,917,218,507,401,284,016그램이다. 이 값에서 끝자리 수 하나만 달라져도 편평한 우주는 어림도 없다. 임계 밀도에서 더 많이 벗어나 밀도를 사용하면 우주는 너무 빨리 팽창하거나 수축해 버린다.

현재 관측을 통해 알고 있는 우주의 물질 밀도는 1세제곱미터 안에 수소 원자 0.2개 정도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우주의 밀도는 임계 밀도의 4퍼센트로서 열린 우주이다. 즉 태어나고 발전해 나갈 확률이 거의 없는 말이 안 되는 우주인 것이다.

이석영 박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에서 편평도 문제가 급팽창으로 해결되었다고 말한다. 편평도의 경우에 급팽창으로 편평한 우주를 만들기에 적합한 임계 밀도와 같도록 만들고 그 이후에는 계속 편평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복잡한 수식을 써야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180쪽) 1세제곱센티미터당 447,225,917,218,507,401,284,016그램이라는 값에서 끝자리 수 하나만 달라져도 편평한 우주는 어림도 없었는데 한 번의 급팽창으로 그 수가 정확하게 맞춰졌다는 말이다.

신이 정확하게 맞추어 창조하였다는 말이 훨씬 개연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이후 시점에는 편평한 우주이어야만 한다. 편평하게 유지된다고 하였기에 우주의 밀도가 임계 밀도와 같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주의 밀도는 4퍼센트이다. 급팽창으로 초기 우주의 편평도를 맞추었지만 지금의 우주 밀도를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