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촌동생이 지난 주 별안간 세상을 떠났다.나이 마흔 세 살로 아직은 한창 때인데 처와 어린 남매를 남겨두고 그만 간 것이다.불현듯 찾아온 폐암과 그 합병증으로,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그렇게 되어 안타까움이 컸다.인생의 덧없음을 새삼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나는 문상을 다녀오면서 엉뚱한 생각을 했다.그가 수백억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 놓았기때문이다.

고모부가 아들에게 그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돌아가신지는 10년이 흘렀다. 그는 지난 '50 년대에 다니던 고려대학을 중도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돈벌이에 뛰어들기 위해서다.고학을 하다 돈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는 나무장사를 시작으로 건축자재와 연탄사업을 열심히 했다. 검소하게 살며 돈을 버는대로 저축했다. 결혼한 뒤에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일했으며, 모은 돈으로 수도권 변두리 땅을 사들였다.그는 땅 사는 재미로 산 듯하다. 지난 '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과 부동산 호경기를 힘입어, 사 놓은 땅값은 치솟았다.

그렇지만 그는 사치와 낭비는 몰랐다.땅부자가 너무 절약하며 산다는, 친척들의 말을 나는 예전에 종종 들었다.하지만 인색하지는 않았다. 어릴 적 고모댁에 드나들며 죽 목격한 일이지만, 그는 시골서 올라온 가난한 처가 식구들을 많이 보살폈다.고모네는 서울 공덕동 언덕배기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살았다. 그 집에 빌붙어 학교나 직장에 다닌 친족들이 열 손가락 꼽을 정도다.나의 두 형님도 그에 속한다.

아무튼 그런 세월 속에서 모은 재산을 물려받은 사촌이 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그 돈 내게 있으면 잘 쓸텐데...,복지관도 짓고 장학사업도 하고. "

그러다 복지관,장학사업은 어느새 '집도 더 넓히고, 차도 바꾸고,해외여행도 할텐데'로 제멋대로 변질되어갔다. 수 백억을 떠올리며 그 생각의 뒤를 쫓아다니기는 지속됐다.머릿 속이 번잡해진 내 안에는 어느덧 바람이 일어 탐심의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했다.내 마음은 검약과 정직을 신조로 살아온 그동안의 삶이 초라해보이는 지경까지 금세 달려갔다.탐심은 나의 삶을 조롱하고 경멸하기도 했다.이제까지 잠복해 있던 돈 욕심이 일제히 귈기해 영혼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연막탄을 뿌리며 이성과 생활규범들을 순식간에 허물고 침투한 그 놈은 영혼을 심히 어지럽혔다.

마음의 수양을 긴 세월 동안 쌓은 사람이라도 그 흔들림은 찰라적으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을 청했다.하지만 잠은 올 기미가 없었다.마침 걸려온, 귀가가 좀 늦을 거라는 딸의 전화에 나의 언성은 평소와 달리 거칠었다. 자정이 지나 한 시간도 더 잡아먹은 뒤에야 그 탐심이란 놈은 나를 잠에 놓아주었다.

새벽 5시, 화들짝 놀라 깼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을 꾸다 깬 것이다. 그렇게 강렬하고 자극적인 꿈은 처음인 듯했다. 지금도 생생하다. 소름이 끼친다.

내 손에 쥐어진 삽의 날카로운 삼각 끝날로 땅에 있는 큰쥐의 목을 쳐, 두 동강 내는 모습이었다. 위로부터 힘껏 내리 찍은 날에 의해 절단된 목은 뻘건 피를 막 머금고 있었다.잠시 뒤, 피를 머금은 쥐의 목,절단된 양면이 코앞까지 크로즈업되는 광경이 꼭 생시와 같았다.

앉은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시간이 흐르면서 그 꿈의 의미가 서서히 다가왔다. 그 꿈 이후 내 안에서 활보하던 그 탐심은 사라졌다.탐욕의 입맛도 똑 떨어졌다.

탐욕의 목을 자르는 칼 하나씩 저마다 갖고 산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 탐심은 우상숭배니라(골3:5)



김달성목사(부평동지방 십자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