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앞 바다에서 일몰입니다. 준하와 인하와 함께

성전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려는 데 누군가가 부른다.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돌아서려는데 또 부른다.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고 다시 돌아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다시 돌아서려는데 들어서려다가 돌아다보았더니 활짝 피어난 양란이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닌가 ! 아니 하얀색에 옅은 분홍색과 보라색이 가미된 예쁜 꽃이다. 정말 아름답다.
"너였니? 나를 부른 게 "
"응"
꽃은 금방 수줍음에 얼굴이 붉어진다.
"사실, 오늘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거든, 오랜 기다림 속에서 내가 꽃으로 피어난 날이거든, 그런데 당신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나의 모습을 외면했지. 그래서 불렀어. "
아차, 싶었다.
"정말 아름답구나. 그런데 어떻게 그리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니?"
"응, 나의 꽃이 아름다운 것은 전적으로 저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덕분이지? 나는 한 번도 예쁜 꽃을 피려고 생각한 적이 없어. 다만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맛있게 먹고 햇살이 내리면 햇살을 맞았지. 하늘이 내리는 은총을 마음껏 먹고 마셨더니, 어느 날 내 몸에 꽃대공이 쑥 나오는 게 아니겠어. 그리곤 놀랍게도 이토록 황홀한 꽃을 피웠지? "
계속해서 꽃은 말을 이었다.
"사실, 나는 나인 것을 감사하고 나다움에 성실히 살았을 뿐이야. "
"너다움이라고. 너다움이란 어떤 것인데? "
"글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모든 만물은 저마다 타고난 자기다움이 있어. 하나님은 같은 종류라도 똑같은 것을 만들지 않았어. 모든 만물은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독특한 존재야. 그러니 저마다 자기다움이 있지."
신앙이란 내가 나인 것을 감사하고 나다움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양란을 통하여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네가 부럽구나. 나도 너처럼 하늘의 은총을 받아 성실히 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
"물론이지. 결과는 항상 그분의 몫이야. 열매는 그분의 은총이지. 우리는 다만 오늘을 살 뿐이지. 오늘을 성실히 산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꽃이고 열매야. 빈 마음이 정말 중요해. 그런데 너희 인간들은 막중한 사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망치는 주범이 되었구나. 그것은 인간이 하늘의 뜻을 거역하고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이지. 결과에 매이지 않으면 정말 자유하지, 사실 결과에 매이지 않으려면 하늘의 뜻을 온전히 따라야해. "
"내가 열심히 살면서도 힘들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구나. 결과는 그분의 은총이라고. 대단한 발견이구나. 이 자명한 진리를 외면하고 결과에 매여 살았다니. 이 어리석음이여."
"아니, 모든 만물은 다 저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살고 있어. 인간만이 결과에 매여 사는구나. 불순한 의도가 거기서 나오고 있구나. 어리석은 인간이여"
"나도 너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하늘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바람을 먹고 햇살을 받아들이면 될까?"
"물론이지. 그런데 꼭 명심할 것은 아름답게 피어나려는 의도를 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피어난 것이 모두 헛되거든. 아니면 그 피어난 것이 네 삶에 큰 걸림돌이 되지?"
"그렇구나. 고맙다. 결과에 매이지 말고 하늘의 뜻을 붙들고 성실하게 살면 자기다움으로 피어난다니. 오, 아름다운 삶이여, 자유여"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내려주신 하나님의 은총이 내 마음에 솔솔 내렸다.

▲ 지난 10월 몇 분들과 지리산 생태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내년부터는 5월과 10월, 년 2회 지리산 생태기행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