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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1일 (화) 00:00:00 [조회수 : 3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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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쟁이를 잡으러 먼 길을 가던 열성유대주의자 바울이 다메섹 길에서 승천하신 예수의 음성을 듣고 빛을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예수의 음성을 듣지 못한 일과 비슷하지. 바울이 선택된 자이기에 예수를 보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나는 길을 가면서 바울은 자신이 잡으러 가는 사람들을 미치게 한 예수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음성을 들었다고 생각을 해. 이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은 뉴톤과 같은 맥락 같아. 평범하게 살아온 누님은 5년 전의 그 처녀의 모습이 자신만의 사진이 되었던 모양이야.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생기게 한 나 자신이 죄인인 셈이야. 누님의 마음의 병은 나 때문일세. 이 일은 다음 기회에 잘 설명을 해 주겠네.”
5년 전의 처녀는 누구이길래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아저씨를 죄인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으나 다음 기회에 말을 하겠다는 아저씨의 말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에 자네가 나섬으로 어머니의 병이 나을 수가 있다면 자네가 나를 좀 도와줄 수가 있겠나?”
다시 엄숙해진 아저씨는 오늘의 만남의 목적을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나의 어머니의 병이므로 내가 돕는 것은 당연한데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당연한 일이죠. 어떻게 하면 됩니까?”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번제를 드리라.”
아저씨는 소문대로 완전히 예수쟁이가 된 것 같았으며 철수가 영화에서 본 아브라함의 이야기 같았는데…. 아니 아저씨의 고백인지도 모른다.
“요새 누님이 재미있는 연속극을 보지 않고 방에 계시는 것은 성경책을 읽고 있을 것이야. 나의 경험일세.”
어릴 때 막걸리 지끄기를 먹기 위해 큰 통에 숨어있다 할아버지에게 들킨 일을 시작으로 파란만장 한 경험을 한 병춘 아저씨의 근황은 예수쟁이가 되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가 돌아가서 초신자는 남의 죄를 보는 눈이 열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볼 수 있어야 하기에 자연적으로 성경을 뒤적이게 되네. 그런데 100년 전에 중국성경을 토대로 번역을 한 한글성경이 신교육을 받은 세대에게는 읽기가 상당히 힘이 들기에 자연적 자네에게 물어볼 것 일세. 이 부분에서는 교회의 보수는 양반병과 같아.”
아저씨의 앞부분 설교는 잘 모르겠으나 철수도 몇 번 뒤적여 본 성경은 고문책이었고 맞춤법이나 표현이 이상하여 덮어 버렸기에 뒷부분의 말은 동감을 하였다.
“저는 성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모르면 배우면 되지 않나.”
지금 아저씨는 자신에게 전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머니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교회를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다음 주일부터 어머님과 함께 교회에 가면 되겠군요. 아침 몇 시에 시작을 하나요?”
“당연하지. 아울러 자네는 신학대학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네. 누님에게 붙은 귀신천사가 원하는 일일세.”
귀신천사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며 교회 출석 정도가 아니라 신학대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폭탄 선언에 철수는 한참이나 아저씨를 쳐다보면서 농담이길 바랬으나 아저씨는 더 이상 입을 열지를 않았다.
“확고한 믿음이나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 신학대학원에 간다는 것은 위선이 아닌지요?”
항상 의리나 정의를 부르짖는 아저씨를 설득하는 방법은 이 일이 위선임을 알려 주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믿음이 무엇인가? 신앙심이 무엇인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을 서로 믿는 것이 믿음일세. 단지 영적인 부모와 영적인 자식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종교일세. 어머님과 성경을 같이 배운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1년만 다녀보게나. 3년에서 일년은 부모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자네라고 나는 믿고 있네.”
이때까지 철수가 가장 아끼는 옷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유난히도 추운 겨울에 어머님이 손수 만들어 주신 군고구마 장사들이나 입는 털옷인데 덕분에 급우들이 ‘군고구마’라 놀러도 겉은 고구마처럼 불에 타서 검은 색이나 속은 어머니의 사랑처럼 따뜻하기에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상대는 목적을 세우면 꼭 이루는 집념의 사나이기에 사랑론에만 빠져서는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정신을 집중해 본다.
“아저씨, 미안한 말이지만 아저씨가 죄인이면 본인이 신학대학원에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늦게 목사가 된 훌륭한 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죄의 전갉. 자네의 말이 맞네. 나도 생각을 해 보았으나 나의 팔자는 다른 방향에 있는 것 같아. 지금 세계적으로 기독교는 보수세력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네. 다행히 한국교회는 보수진영이 중심이기에 흔들릴 것 같지 않지만 한국에도 20년 전에 자유주의가 침투를 하여 자라고 있기에 장담은 못하네.”
죄의 전가에 대한 이야기 하려던 아저씨가 철수는 생소한 보수신학과 자유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데 자유주의 신학도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요?”
자유라는 단어는 항상 젊음의 상징이었고 매력적이기에 알코올의 힘을 얻는 철수는 대꾸를 해 보았다.
“자네, 자유주의 신학에 대해 알고 있나?”
예상치 못한 철수의 반격에 의외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는 질문을 한다.
“신학의 분야에선 모르겠지만 저의 상식으로는 보수는 고인 샘물이고 자유는 길을 잃고 흐르는 시냇물이라 생각을 합니다. 우리 역사에선 대원군이 보수였고 민비가 자유주의였다고 생각을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망하여 후손들은 갈라져 서로를 인정치 않는 독재의 길을 가고 있죠.”
“자네가 생각하는 방법은?”
“보수에 기반을 둔 개혁입니다.”
술이란 청량제는 정신을 둔화 시키면서도 평소의 자신의 소신을 정확하게 표현을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한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고 아버지가 요셉이거나 다른 남자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기독교는 사상최대의 사기꾼이요, 성경은 가장 더러운 인간들이 지어낸 소설책이 됩니다.”
“옳거니! 자네의 표현대로 보수신학은 고여있는 샘물과 같은데 자신의 원천인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새 물은 퍼 내면 퍼 낸 만큼 솟는다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가두어 두려고만 하니 갇힌 물은 썩기 마련이네. 반면에 자유주의 신학은 샘물의 원천은 상관없이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면 깨끗해진다는 과학적인 사상이기에 성경을 분석을 한 결과 예수를 훌륭한 도덕가라는 관점에서 출발을 하네. 자네의 지적대로 앞으로 기독교는 보수 속의 개혁이 필요하네. 교회가 부자들의 성전이 아니라 가난한 자의 집이며 자신이 죄인이라 통곡하는 자들의 집이 되어야 하네. 이 일은 하나님이 택한 자에 의해 진행이 되네.”
교과서에 실리지도 못하는 수 많은 경험과 부동산에서 앞을 바라보는 인정 받은 눈, 어머니의 사랑을 강조한 아저씨의 설득에 집안에는 한국공대 대학원에 다닌다는 거짓말 아래 택한 자(?) 철수는 1년이란 조건아래 간단하게 신학대학원으로 안내를 받았다. 세상 지식보다 신앙을 점검하는 신학대학원은 철수가 교회를 다닌다는 조건으로 아저씨의 교회에서 적어둔 추천서와 철수의 학력으로 무난히 통과를 하였는데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학교를 입학 해 온 철수에게는 약간 김이 빠지는 것이었다.
신학대학원생들의 구성은 신학대학 졸업생과 일반대학 졸업생이 반반의 비율이었는데 신학 대학생들의 절반의 탈락은 세상 사람들이 비난을 하는 신학대학의 병폐를 보는 것 같았으며 성경 외의 그들의 학문 수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리고 육체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도 남들보다 몇 년을 더 공부를 하며,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엄격한 시험을 통과를 하여야 하는데 반해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대학의 과정을 인정해주는 편리한 제도는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주일에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로 향하는 어머님의 기쁨을 볼 수가 있었기에 참을 인(忍)을 하루에 3번씩 외치며 6개월을 다녔던 것이다.
1970년, 철수가 신학대학원 일학년인 여름 방학 때 전방에서 복무하는 불알친구인 용준이 첫 휴가를 나온다는 소식에 서울에 살면서도 면회를 한번도 못 갔기에 철수는 자신이 직접 가서 아예 전방의 부대 앞에서 기다리기로 작정을 하였다. 북쪽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동년배의 젊은이들이 짧은 머리와 새까만 피부에 눈만 반짝이는 자세로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군대를 가지 못한 자신의 몫을 그들이 대신해 준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바로 출발을 하였는데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부대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보통 휴가병은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을 하는데 용준의 편지에 남은 식구들의 점심을 해 주고 싶음으로 서울에 늦게 도착을 할 것이라는 말을 믿었으나, 혹시 길이 엇갈릴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보초에게 물었더니 별난 휴가병은 설거지를 끝내고 나온다며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용준은 군대에 가기 3일 전부터 친척들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모두가 용돈을 쥐어 주며 돈을 숨기는 방법까지 가르쳐 줄 정도인 것은, 나라의 어려운 형편에 군인들은 거의 굶어야 했던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입대 전날, 용준은 친척들이 준 많은 돈과 철수의 호주머니와 숨겨둔 비상금까지 다 털어 유흥가와 사창가를 어깨동무하며 다녔고, 새벽에 둘은 집으로 돌아와 용준의 어머니에게 큰 절로 작별 인사를 하였는데 부산에서 논산으로 가는 부산진역 광장의 집결장까지 따라 나서려는 홀어머니를 용준이 겨우 달래자 자식의 성격을 잘 아는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용준 몰래 철수에게 돈봉투를 쥐어 주셨다.
이른 아침의 집결장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가족과 친구와의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 조국에 대한 남자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재집합’이라는 신호에 용준은 철수에게 악수를 청하자 철수는 굳은 악수를 하면서 왼손으로 호주머니를 더듬었다.
“철수야! 놔 뚜라. 우리 엄마가 준 돈으로 서울 가는 차비하고 날 기억하면서 혼자서 한잔해라. 밥 주고 입혀주고 담배까지 주는 군대에 무슨 돈이 필요하노. 남으면 첫 만남에 멋지게 한잔 빨자.”
부잣집의 막내아들에 홀어머니 품에서 자랐기에 온실에서 벗어나고자 중고시절을 3년이나 운동선수를 했으며 ‘연애당에 가나?’라는 엄마의 놀림에도 교회를 꾸준히 다닌 용준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고생을 통하여 더욱 강해지고자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아직 배우지도 못한 군가지만 반공정신으로 철저히 무장된 국민들이기에 어릴 적부터 저절로 배운 군가를 힘차게 부르는 신병을 태운 기차는 논산 훈련소로 향하고 철수는 자신의 새로운 운명이 기다리는 서울로 향했던 것이다.
“니, 수업료 두툼히 갖고 왔나?”
거의 8개월 만에 만난 용준의 첫 말이다. 중고시절을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자신이 편지를 3번 보내면 한번 꼴로 답장을 하는 용준이었지만 8개월의 군대생활도 편지를 통해 대충 알고 있었다.
“충성! 군인과 목사는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한다.”
방문자의 신고를 받은 용준은 싱긋이 웃으면서 힘차게 서로 껴 안았는데 사나이들의 포옹은 힘차게 부디 치는 것이고 남녀의 포옹은 살며시 하나가 되는 마음을 확인하는 출발점인 것이다.
용준 이등병은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소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서는 대포집의 문을 힘차게 열고는 큰 기름통을 뒤집어 만든 몇 개의 테이블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자 평일이라 테이블에서 잡담을 하던 아가씨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아줌마요! 술 한상 멋지게 채리고 이뿐 자야들 보내 주소.”
용준 휴가병이 사령관보다 더 자신 있게 외치는 것은 신병의 첫 휴가는 부대 문을 나서기 바쁘게 고향으로 향하지만, 항상 마지막 비상금은 숨겨 두는 알뜰한 친구가 자신을 마중하러 부대까지 왔다는 것은 수업료를 두툼하게 가져 왔다는 사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는 못 가더라도 군대 앞의 술집 색씨와는 놀아 봐야 된다이~.”
이 방면에는 철수를 항상 리드하던 용준 말이 맞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이었을 때 먼저 총각 딱지를 덴 용준의 안내로 사창가에 총각을 떼려 갔을 때, 용준이가 콘돔을 꼭 사용하라는 지시를 어긴 덕에 어머니에게 면목이 없던 생각을 하면 신학생이라도 도리가 없이 복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철수는 드럼 치는 솜씨로 젓가락을, 용준은 밀가루 반죽하는 솜씨로 숟가락 2개로 각설이 타령을 부르며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어 보았고 아가씨들의 뽕짝 노래에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장단을 맞추며 음식상이 부서져라 수저를 두드리면서 젊음을 발산하고도 부족한지 여인숙에서 작부를 껴 안고 밤을 새운 후 잠이 깬 곳은 서울의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날이었다.
서울의 철수 어머니와 자신의 누나에게는 귀대하는 길에 인사를 하기로 하고 졸병은 급행열차를 타면 안 된다는 용준의 말에 따라 이웃의 청량리로 가서는 시간이 남아 있기에 전방에서는 먹기 힘든 추억의 생맥주를 마시며 편지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용준이가 대학 재학 중이라 행정반에 배치를 받았는데 사정을 하여 식당으로 배치를 받은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나야 남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운동을 했으니 체력이야 걱정이 없으며 빵집 아들이니 빵장사를 해야 하므로 짠밥을 만드는 법부터 배우고 싶습니다 하고 했더니 정신이 좋다며 승낙을 하더라.”
용준은 주어진 조건 내에서 자신의 목표를 세웠으나 철수는 아직도 믿음에 대해 어린애와 같았기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 남았노? 30분! 충분하다. 니 여기서 잠시 음악을 감상하고 앉아 있으래이. 내 총알같이 다녀올게.”
용준이가 오줌 마려운 개처럼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 나가자 철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일주일 정도 부산의 용준집에 머물겠으며 용준의 부산집에 시외전화를 하여 오늘 밤 중앙선을 타고 내려간다고 연락을 해 줄 것을 부탁을 하고는 용준이가 메모지로 D.J에게 신청한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을 들으며 한 여고생을 둘이서 사랑하다가 우정에 금이 갈뻔한 추억 속에 빠졌다.
“전방부대보다 588부대가 역시 세련미가 있네. 가자! 시간 없다.”
추억 속에서 용준 몰래 여고생의 손목을 잡으며 분위기가 익고 있었는데 어제 밤의 폭격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한번 더 폭격을 하고 온 용준이 시간타령을 하는 것은 바람난 처녀가 때마다 새끼를 낳는 암캐를 나무라는 모습과 같았다.
중앙선 완행열차는 졸병과 젊고 가난한 피서객을 잔뜩 실었기에 수학여행 분위기였으며 느릿느릿 동해안을 끼고 달리기에 또 한번 손바닥이 불이 나도록 기타 반주에 박자를 맞추며 한 잔의 술을 곁들이며 말년 청춘을 만끽할 수가 있은 것은 용준의 말대로 중앙선을 선택한 덕분이었다.
“부탁한 사제팬츠 어데 있노?”
부산역에 내려 목욕탕에 가기 전에 용준은 철수에게 양품점에서 삼각팬츠를 하나 사 줄 것을 부탁을 하였던 것이다. 전방 대포집에서 흥이 났을 때 더운 날씨라 팬츠만 입고 춤을 추는 용준의 팬츠는 광목으로 만든 사각형이었으며 특이하게 줄로 사각형의 작은 봉지를 달고 있었다.
“너 팬츠의 줄에 달린 작은 봉지는 무엇이니?”
목욕을 끝내고 사제팬츠로 갈아입는 용준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 귀한 물건 속에는 빈대나 이가 싫어하는 물질이 들어 있데이. 군대에서 기합보다 더 무서운 것은 빈님과 이님이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헌병에게 최후에 걸리는 것은 삼각형의 사제팬츠 때문인기라. 목욕탕을 나가면 즉시 택시를 타고 엄마에게 가자.”
화류계에 조예가 깊은 용준이가 철수에게 준 2번째 정보는 남자는 바람을 피우면 팬츠의 안팎이나 앞 뒤가 바뀌기에 꼭 주의를 해야 한다고 것인데, 총각 때는 부모님에게 걸리면 기압으로 끝나지만 이 훈련을 소홀히 하면 결혼해서는 이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론이었는데 순진한 철수에게는 여자들은 팬츠 앞에 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리도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지금 사제 삼각팬츠로 갈아입는 용준의 심정은 벌레 제거제를 단 광목팬츠를 보면 고생하는 아들을 안타까워 할까 봐 효성에서 나온 준비인 것 같았다.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이나 최고의 정복자 징기스칸도 압축된 식량 덕분으로 성공을 하였다는 군대 주방 쫄병의 열변처럼 언제 한국군은 먹는 장비의 현대화가 이루어질까?
“충성! 어머님께 신고합니다! 이용준 이등병. 논산에서 6개월 훈련을 받고 부대에 배치되어 100일 만에 포상휴가를 나왔습니다.”
자신의 제과점에서 눈이 빠지게 막내아들을 기다리던 용준엄마는 입구에서 큰 소리로 신고를 하는 아들이 너무나 대견스러웠으며 일하는 여자 종업원들도 자신들의 치마를 들추기를 좋아하던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이 씩씩한 사나이 모습으로 무사히 온 것에 박수를 보내 주면서 며칠 전부터 치마대신 반바지로 바뀐 유니폼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병역의 의무는 젊은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총을 들고 상대를 죽이는 연습이나 하고 족구나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미련한 비난도 있지만, 국토분단의 현실 속에는 당연한 일이며 통일이 되더라도 이 작업이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은 경제원칙이나 수학적인 수치보다 젊은이들에게 조국애를 심어주며 역경을 감수하는 자가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와? 우리 아들 이빨 하얀네. 역시 군대가 좋기는 좋다.”
유난히 양치질을 싫어하는 용준의 습관을 다 아는지라 모두들 군대가 좋다는 용준엄마의 말에 동감을 함은 매일 저녁이면 아무리 고단해도 얼굴을 단장을 하고 자는 엄마에 반해 일주일에 한번 양치질을 하는 막내아들은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야! 수고가 많았다. 목사가 되려고 대학원에 갔다메. 이 까마귀가 방해 못하게 해라이.”
“까마귀가 까마귀를 전도를 했으니 우리 둘은 영원한 한 쌍의 비둘기가 될 것입니다.”
철수의 아리송한 대답에 멍하게 쳐다보던 센스가 빠른 용준엄마의 연타가 이어진다.
“자야들아! 까만 앙코빵하고 콜라, 하얀 크림빵하고 합동 사이다로 까마귀와 비둘기의 만찬을 하자.”
“나는 얼굴도 기억을 못하지만 이 오징어 튀김을 먹을 때마다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데이.”
“아버님도 너처럼 깜상이었어?”
“아이다. 까만 것은 엄마 피다. 우리 엄마가 마누라를 고를 때는 꼭 물 속에 잠갔다가 꺼내어 보라 하더라. 이는 여자들 화장에 속지 말라는 말이다.”
살아계신 어머니에게 첫 인사를 한 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부산 근교의 공동묘지를 찾은 둘은 간단한 예식을 치루고 상에 올렸던 오징어 튀김과 소주를 나누어 먹고 있었다.
“너거 아버님은 무엇을 제일 좋아 하셨노?”
“막걸리.”
“맞다. 할아버지가 양조장을 하셨으니 당연한 일이데이. 그런데 니는 아까부터 무엇을 생각하며 멍청하게 먼 산만 보고 있노?”
용준의 질문에 철수는 대답 대신 한 젊은 여인이 갓난 애기를 등에 업고 무덤에 비스듬히 쓰려져 있는 비석을 붙들고 통곡을 하는 공동묘지 중간 산기슭의 한 무덤을 가리켰다.
“저 무덤 자리는 내가 군대 가기 전에 이곳에 왔을 때 두 사람만이 조촐하게 장례를 치루었는데…. 비석을 세우지 않고 비스듬히 무덤에 기대어 놓은 것은 묘지비용을 아직까지 완불하지 않았다는 관리소의 횡포인데… 참 딱한 일이네.”
사람이 태어나면 죽는다는 사실은 불멸의 원칙이며 삶이 고난이라는 사실도 누구나 인정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가난한 백성은 막대한 병원비와 장례비용으로 남은 자들에게 부담을 주기에 한을 간직한 채 눈을 감으며 남은 자는 돈에 대한 집념을 유언으로 받는 현실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분배 정신인 사회복지보다 성적표에 만 몰두한 무식한 지도자와 이에 현혹된 백성들 때문이다.
용준의 쓰러진 비석에 대한 설명에 철수의 머리 속을 스치며 가슴을 뜨겁게 하는 바람이 일었다. 죽은 자의 이름표인 비석을 바로 세울 능력이 이 여인에게 없으며 더욱 불쌍한 것은 같이 슬퍼할 이웃이 없기에 여인의 눈물은 회개의 눈물 대신 세상을 저주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며 아무 걱정 없이 자는 애기까지 동참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팔자대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혈연의 힘이 있는 자, 똑똑한 머리로 노력하여 학벌이 있는 자, 주먹이 세어 조직을 가진 자, 이들은 자신들끼리 똘똘 뭉쳐 세상을 살아가는 무리였기에 폭 넓은 분배정신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이 조직조차 끼일 수가 없기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니는 이제 예수쟁이 분단장은 되겠다.”
비상금 총책이 비상금을 다 털어 정문에 있는 묘지관리소에 여인의 비석 값을 지불하는 용준을 보면서 철수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오늘은 오징어 튀김도 맛있었지만 같은 장소에 묻힌 이웃의 슬픔을 덜어주었기에 제일 기쁜 날이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으며, 예수님이 구원자임을 믿는 가난한 자들이 모여 이웃에게 예수님 정신인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십자가의 동산을 세워 여인은 부모님 말에 불순종 하였던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등에 업힌 애기는 이웃의 사랑으로 비석이 바로 선 사실을 배우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수의 다짐 속에 두 친구는 어깨동무를 하며 공동묘지를 내려 왔다.
주일날에 용준이가 다니던 교회의 대 예배와 학생부 예배에 참석을 하였는데, 철수에게는 고 1 여름방학에 부산에 놀러 와서 교회에서 마련한 중고등부 하기수양회에 참석한 것이 교회의 첫 방문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 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 하리라
designtimesp=9631> (창2:25)
“저는 지금도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란 조각품을 생각할 때 마다 혼자서 빙긋이 웃곤 하는데 아마 여러분도 미술시간에 ‘내 빤쯔 어데 갔노?’라는 우스개 대답에 똑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더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에덴동산에서는 벌거벗은 남녀가 서로 부끄러워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악과 사건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벌거벗음을 알고는 부끄러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해답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있는 것 같군요.
사람은 유일하게 하나님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형상이란 말은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보이지는 않으나 하나님의 품성대로 만들어 졌다는 말입니다. 외래어로 이미지(image)라는 단어가 여러분들이 이해를 하기 쉬울 것 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눈에는 자신들이 벗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이란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으나 불순종 이후 하나님의 형상이란 옷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 금방 시들 무화과 나뭇잎으로 자신의 몸을 가렸는데 이를 ‘자기의 의’라 말하며 하나님은 짐승을 죽여 오래 견디는 가죽옷을 입혀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의’인 구원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침투한 악은 탐심을 갖게 하였고 외모에 치중을 하기에 인류의 역사는 근육질의 로뎅을 만든 것입니다. 중세기의 교회가 외모에 치중하였기에 돈을 탐하여 무너졌고 현재는 화려한 조각품만 남았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친구도 사귀고 체력도 단련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귀중한 시점에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외모를 보지 않고 마음을 볼 수 있는 지혜로운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
자신의 근육처럼 세상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던 로뎅의 반성이라는 옥목사님의 설교에 이어 광고 시간에 군복을 입은 용준을 소개를 하고 신학생의 신분으로 변신한 철수도 소개를 하자, 후배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맨 뒤에서 ‘오! 주여!’를 힘차게 외치는 여자의 소리가 들리자 철수는 얼굴이 벌개지고 실내는 8년 전의 신화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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