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는 써먹다 버릴 대상이 아닌 동역자


부교역자로 생활하면서 가장 속상했던 것 중 하나는 설교를 자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여간해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것이 한이 될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설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겠습니까. 정말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기도에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한 교회의 부교역자로 있던 중 개척에 대한 제의를 받았고, 햇빛이 한 줌도 들어오지 않은 지하의 작은 예배당에서 마음껏 설교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입니다. 두세 사람을 놓고 설교하였지만 제 안에는 얼마나 큰 기쁨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보통 50분 정도 설교를 했는데 수요 예배, 금요 예배, 주일 오전 예배, 주일 오후 예배 등 모든 예배 시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설교하였습니다.

개척 교회라 부교역자를 둘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마음속으로 특이한 결심을 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여 부교역자를 두면 설교할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것입니다. 제 속에 한이 맺혔는데 앞으로 저와 함께 동역할 부교역자들에게는 그런 한이 맺히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자가 되려고 목회의 길에 들어섰는데 기껏 교회에서 잡동사니 일들만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시간이 지나 교회가 어느 정도 여력을 가지게 되었고 부교역자들을 둘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섬기는 예수비전교회에는 두 분의 목사님과 한 분의 전도사님이 저와 함께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 했던 결심을 지키고 있는데, 수요 예배와 주일 오후 예배 시에 부교역자들이 설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벽 예배는 저와 부교역자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있고요.

어느 날 한 전도사님이 제게 말했습니다. 동기들을 만났는데 자신처럼 설교를 많이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동기들은 교육부서 외에 설교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전도사님에게 설교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빼 주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설교하는 것이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실 부교역자들이 설교하도록 할 때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교역자가 아닌 제가 설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설교를 해야 교회가 더 든든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설교 자리가 견습생 훈련시키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에 동의할 수 없었기에 부교역자들이 계속 설교를 할 수 있게 했고, 그것이 결국 교회의 자연스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저는 부교역자와 담임목사가 그 역할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다는 면에서 동일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자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되며 거꾸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굴종해서도 안 되는데, 그것은 둘의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동역의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부교역자를 뽑는 신문의 광고를 보면서 마음이 씁쓸해지곤 합니다. 1종 운전 면허 소지자,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 책을 쓸 수 있는 사람 등이 나열되기 때문입니다. 동역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부려먹을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과한 생각일까요? 부교역자는 실컷 써먹다가 필요 없어지면 폐기 처분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생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 일할 동지라는 의식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cafe.naver.com/internetministry)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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