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이제 그만

드디어 두 감독회장이 취임하는 날이 다가왔다. 지난 8월 20일 종교교회와 임마누엘교회에서 28회 총회가 열렸다. 양방이 추대하는 감독회장 취임식을 각기 거행한 것이다. 그동안 감리교단은 서로가 상처를 주고받으며 긴 시간 호된 훈련을 겪었다. 무려 22개월이 지났으니 그간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이날도 약간의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같은 날 총회 측과 본부 측 감독회장취임식이 거행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감리교역사는 훗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곳 종교교회에서는 1,389명의 총대 중 등록 1,229명, 재석인원 650명으로 성원 되었다.

법과 질서의 잔치

다행히 이곳 종교교회에서는 모두가 하나같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감리교단 미래를 열어가자 했다. 오랜 시간 갈등과 분열의 부끄러운 모습을 한국교회와 157만 성도 앞에 사죄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한 죄를 내려놓자 다짐했다. 당연히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는 곳이면 그간의 부끄러운 모습을 씻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날 취임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은 임영훈 감독이다. 며칠 전 용감하게 핸들을 꺾어 죄인 된 자리에서 치욕의 시간을 마감하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돌아온 임감독의 결단에 필자도 찬사를 보냈다. 풍전등화 같은 감리교단 회복을 위해 작은 밀알이 되기로 다짐했기에 말이다. 분명 그 결심이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한 결단으로 회복의 열매가 풍성하기를 바란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반드시 죽어야 만이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잠시 후 이규학 임시 감독회장의 설교가 시작 되었다. 설교 중 그간의 상처들로 인해 기쁨과 감격은 교차하고 있었다. 감리교회는 법치의 교단이며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위한 훈련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중보 기도한 바울처럼 북한선교와 평화통일을 위해 교회가 목숨을 걸어야 하고 이를 위해 초대교회 영성을 회복하자 선포했다.

북한선교와 평화통일 소망에 화답하며, 매 번 전시위협에 시달려야하는 현 시국을 생각하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찌하여 국민이 전쟁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정치도 이러한 회개와 함께 말씀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단절과 응징으로 담을 높이는 것은 교만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분명 말이 아닌 말씀임을 믿음의 사람들은 문설주에 새겨야 한다.

이날 본부 측 분위기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부어주며 감독회장 취임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신경하 전 감독회장은 “먼저 어떠한 사업이나 계획보다 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고수철 목사는 “인류의 역사는 분열과 통합의 역사다. 이제는 분열을 끝내고 통합을 이루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전용철 목사도 한목소리를 내며 “감리교인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와 주님의 사랑으로 위기를 넘어 웨슬리 전통 위에 선교하고 봉사하는 감리교회로 거듭나자”고 기도했다.

이곳 종교교회에서는 모두가 초대교회로 돌아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단으로 거듭나자 다짐하는 자리였다. 다행히 말씀이 거하는 곳에서는 부끄러움을 알고 죄인임을 알고 있었다.

취임사에 나선 강흥복 신임 감독회장은 “법과 질서를 확립해 감리교회를 강하게 하고, 영성을 회복해 감리교회를 살찌게 하며, 살맛나는 감리교회를 만들어 새롭게 교단을 이끌어 나가자”선포했다. 식이 끝나자 감독회장은 휘장을 흔들며 수많은 카메라 후레쉬를 받았다. 마치 대종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주연급 스타로 보였다. 그러나 때로는 스타도 스스로 타락하기 쉬우니 저 빛만큼 신임감독은 교단과 성도들로부터 빚진 자의 심정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종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군중들의 잔치

종교교회를 나와 필자는 또 다른 곳 임마누엘교회 상황도 궁금했다. 들려오는 소식에 경품잔치로 축제가 한창이라 했다. 이날 하나님께서도 양방을 주관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다. 과연 어느 쪽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셨을까?

나 홀로 당선자인 김국도 목사도 자신만이 감독회장직을 감당해야한다는 합당성을 내세웠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신 계획임을 선언하며 지금까지 자신을 지지해 준 총대들과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성도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또한 추락된 감리교 위상을 다시 높여 정계 재계 등 모든 분야를 감리교회가 장악해야 한다.”했다. 가만히 새겨보니 왠지 감독회장 취임사가 아닌 대권후보자들 선거공약 같다. 그런데 이 말에 "아멘"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니 이곳 또한 모두가 하나 되어 기쁨을 나누었나 보다. 참으로 극과 극을 이루며 경품행사까지 실시한 이곳도 성황을 이루었다 한다.

그러나 말씀으로 하나가 된 곳과 말로 하나가 된 곳은 분명 다름이 있었다. 어찌 감독회장 취임식에서 정계, 재계 등 모든 분야를 교회가 장악하자 해서야 되겠는가. 교회는 권력과 물질을 장악하는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줄기다. 장악하고 높아지려 하는 순간 주님은 간곳없고 사람이 주인 노릇하는 우상을 섬기는 곳이 된다. 진정 하나님의 몸 된 교회는 권세와 권력을 장악하는 곳이 아니라, 복음 없는 곳에 선교와 나눔을 실천하는 곳 일 것이다.

아버지의 잔치

예견대로 총회 측과 본부 측 의견대립은 시작되었다. 취임식을 마친 강흥복 감독회장이 광화문 본부 16층에 첫 출근하여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업무를 시작하려 했지만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미 예상된 문제지만 앞으로 두 감독회장이 지금의 감리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사뭇 긴장감도 돈다. S목사가 법으로 선거무효를 이끌어냈기에 법으로 시작한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 그 누구도 또 다시 물리적인 행동이나 추악한 욕설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어폭력과 공갈 협박으로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들은 그간의 기록과 동영상을 보고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반복되는 추태라면 엄벌에 처하는 교법을 행사해 법과 질서를 회복해야 할 때다.

하루속히 감리교 전통성을 잃지 않고 공정하게 가는 길을 찾자. 이제 그만 군중 잔치를 끝내고 아버지가 베풀어주는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다. 어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품이 그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