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신학과 영성신학의 만남의 의미

과정신학과 영성신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필자는 과정철학/과정신학의 핵심원리와 영성신학의 핵심원리가 신(하나님)과 우주 만물의 긴밀한/신비한 관계를 말해주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양자의 만남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화이트헤드는 신(하나님)의 실재를 두 본성의 결합으로 설명하는데, 제일 본성은 “절대적으로 풍부한 가능태의 세계”(unlimited conceptual realization of absolute wealth of potentiality)이라고 말하여 우리 인간의 사유가 미칠 수 없는 영역임을 말하고, 제이의 본성은 우주 만물 속에 내재하여 만물의 모든 창조 과정(생성 변화과정)의 참여자 혹은 주관자/역할자(혹은 내재적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신의 제일 본성과 제이 본성은 둘이면서 하나인 불가분리의 긴밀한 관계로 보고 있다. 이 말을 아주 쉽게 설명하면 신과 세계(우주 만물)는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리의 긴밀한 상호관계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과정철학 및 과정신학의 핵심점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사유는 세계의 큰 스승들의 깨달음과 종교적 통찰의 공통된 견해들이기도 하다. 즉 불교의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원리, 도교의 궁극적 실재인 도(道)와 만물과의 관계, 신유교의 무극으로서의 태극과 거기에서 파생한 만물과의 관계 등도 신의 존재에 해당하는 궁극적 실재와 만물과의 긴밀한 상호관계성을 말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디.

그런데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기독교의 영성의 대가들이 하나님과 창조세계인 우주 만물 사이에 불과분리의 신비한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는(전통적 신학에서는) 신과 인간, 신과 우주 만물은 양자 사이에 질적 차이가 있음으로 해서, 무한한 간격이 있어, 영원히 이질적인 관계로 보는데 반해서, 영성의 대가들은 신과 우주 만물 곧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양자 사이에 불가분의 내적 혹은 본질적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교부 이레니우스를 비롯하여, 닛사의 그레고리, 에바그리우스,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지트, 고백자 막시무스, 마이스터 에크할트, 그리고 최근에는 떼야르 드 샬르댕과 한국의 류영모 선생을 들 수 있다. 물론 신을 존재의 근거(ground of being or being-itself)로 보고 만유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본 폴 틸리히도 여기에 속한다고 말 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마이스터 에크할트는 신과 만물의 관계를 설명함에 있어, 신은 만물을 통해서 자신을 현시하며, 동시에 만물은 그들의 창조주인 신을 표현하는 수단들이라고 말하여, 신과 만물은 서로를 들어내는(표현하는) 상호관계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신과 만물과의 관계는 이것이 없이 저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저것이 없이 이것을 이해할 수 없는 분가분의 관계로 본 것이다. 이것은 화이트헤드가 신과 세계의 관계를 하나님이 만유 안에 있고 만유가 하나님 안에 있는 상호 내재적(mutual immanence) 혹은 상호 표현적 관계로 본 것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참조, Process and Reality-과정과 실재, 마지막 장, “신과 세계”).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과정신학(혹은 과정철학)과 영성신학은 아주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양자 사이에는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사료된다. 그런 점에서 영성신학과 과정신학은 제휴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면 과정신학과 영성신학의 제휴는 왜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바로 이것이다. 즉 나를 포함한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하나님의 실재(즉 하나님이란 어떤한 존재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나의 존재의 문제, 그리고 내가 속한 이 우주가 왜 존재하며 그리고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답을 여기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rkch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