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개요 >

○ 조사기간 : 2010. 7. 31. - 8. 2.
○ 피조사자 : 총 83명 (파키스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총 6개국)
○ 조사대상 : 아산지역 외국인 이주노동자
○ 조사방법 : 한국어, 영어 설문지 활용하여 직접 본인 기입(타 언어권 노동자들에 대해 통역 지원을 통한 조사 진행). 설문지 회수 83부.
○ 평등캠프 참석인원 : 파키스탄 18, 필리핀 61, 네팔 9, 캄보디아 8, 러시아 4, 인도네시아 4, 중국 1, 스리랑카 13 등 총 118명
○ 남, 여 구분 : 없음

< 조사 결과 분석 >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제도적 개선을 이룬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과 인권침해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 분류를 통해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고통과 차별
조사결과에 따르면, 40%의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근무 중 폭언, 욕설을 경험하였다고 답하였다.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입국 직후 약 1년간은 이러한 폭언, 욕설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한국말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러한 언어적 폭력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회사에 입사하여 일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나타난다. 회사 입사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 근무내역과 일치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서는 관계당국 차원의 세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의 실태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근무시간이 근로계약의 내용과 달랐다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작업 내용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외국인등록증, 통장 등에 대한 회사측의 강제압류 경험자 비율은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에 대한 일상적 인권침해가 매우 많은 사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건강권 및 작업안전 문제 심각
법적 규정인 연 1회 이상 건강검진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 이들의 비율이 61%에 불과하여 10명 중 4명 가량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매월 2시간씩 받아야만 하는 작업안전교육은 70%가량이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과 작업안전이 심각하게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고용주의 의무규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셋째, 기숙사 이용료와 임금 공제의 부당성
월급에서 기숙사 이용료를 공제하는 회사들의 기숙사 중 34%가 개인주택, 다세대주택 등 주택법상 허가받은 주거시설이 아니며 임시로 설치한 컨테이너 또는 공장 내 사무실 등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또는 공장 내 사무실은 현행 주택법상 주거시설로 허가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창고 또는 사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에 외국인들을 채우고, 기숙사 사용료 명목으로 이들의 임금에서 돈을 떼는 행위는 법적, 인도적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없으므로 부당행위라 하겠다.
임금을 부당하게 공제당했다고 답한 이들은 다양한 사유를 제시했다. 기본급 21%, 기숙사 사용료 14%, 잔업수당 12%, 휴일근로수당 및 야간수당 11%, 이 외에도 전기세(7%), 수도세(3%), 청소 및 오물수거비(3%) 등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공제당했다고 답하였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급여에서 공제하는 내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수도 있겠으나, 회사측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제하거나 임의로 공제하며 불만을 사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급여 및 국민연금 등에 대한 이해 부족
이주노동자들 중 자신의 임금 중 수당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해본 적이 없다는 이들의 응답이 46%에 달하였고, 매월 임금에서 공제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공단에 납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답한 이들은 50%에 불과하였다. 국민연금의 경우 회사측에서 이를 정기적으로 공단에 납부하지 않아 몇 년치 연금 납부액 백만원 이상을 귀국 시 찾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의 홍보 부실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회사를 믿었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지탄을 받았던 산업연수생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을 ‘학생’ 신분으로 입국시켜 노동권을 박탈한 채 일을 시켰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인권침해와 송출비리를 양산하였다. 고용허가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투명한 송출과정을 통해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일상속에서 언어적 폭력, 차별, 부당한 임금공제, 열악한 기숙사 환경 등 다양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광범위한 전국적 실태조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항목별 조사 결과 >

1. 한국생활 중 가장 힘든 점

언어소통이 힘들다고 답한 이들이 29%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또한 힘든 일 19%, 장시간 근무 14% 등 일이 힘들다는 답변이 33%에 달하여 열악한 노동환경이 중대한 문제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힘들다는 답변이 20%로 나타나 힘든 일 19%, 인권피해 18%의 비율을 넘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에서도 가족 동반 권리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인권피해 경험

40%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폭언, 욕설을 경험하였다고 답하였다.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언, 욕설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들이 25%로 나타난 것은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작업이 강요되거나 휴일 강제근로 등 부당한 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적폭력/희롱 피해에 대한 답변 13%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세밀한 실태조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근로계약서와 실제 작업의 일치 여부

모두 일치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26%에 불과한 것은 놀라운 결과이다. 당연히 일치해야 할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 노동 과정에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답변이 매우 많은 것을 볼 때, 이들이 가진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큰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4. 연 1회 이상 건강검진

정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이들이 61%에 불과하였다. 이는 10명 중 4명 가량이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5. 월 2시간 안전교육 실시 여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이 70% 가량이나 되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과 법적 개선방안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6. 신분증, 통장 압류 경험

강제압류 경험자의 비율이 30%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관계자에게 이러한 실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압류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 및 처벌이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7. 임금 부당공제 내역

이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부당공제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주노동자들 중 급여 내역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부 회사측에서 정확히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여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급여내역서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조차 있기 때문이다.


8. 급여에서 기숙사 이용료를 공제하는 경우의 숙소 현황

콘테이너 22%, 개조된 사무실 12% 등 전체의 34%가 주택법상 주거시설로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임대주택이나 여관 등 타인에게 임대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시설이 아니며, 단지 회사에 속한 부대시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컨테이너의 경우 창고로 이용되거나 물품 운반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이주노동자들을 채워넣고 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9. 숙소 불편사항

사업주로부터 제공되는 숙소에 대한 불편사항은 전체적인 답변이 고루 다양한 답변이 나왔으며, 이는 8번 문항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쾌적한 환경의 주거시설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결과라고 판단된다. 그 중 냉·난방 및 화장실 시설이 열악하다는 답변이 49%로 나타났다.

10. 수당 적정성 확인 여부

확인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46%에 달하여 이주노동자들이 급여의 내역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확인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에서 나타나듯 이주노동자들이 회사측에 대해 급여의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11. 국민연금 정기납부 확인 여부

50%가 확인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하였다. 이는 사실 중대한 문제이다. 회사가 자신의 급여에서 공제한 국민연금 부담금을 공단에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귀국 시 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피해가 다수 나타나고 있음을 볼 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2. 3년 근무 후 미등록자 발생의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