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복음을 통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여야 함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복음을 전파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저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복음 전파란 비신자들에게 구원의 길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신자들이 구원의 삶을 살아가도록 주 예수님을 전하는 것도 복음 전파입니다. 이 글에서 복음 전파를 전자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원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고 구원 얻기를 원하십니다. 복음 전파를 통하여.

예수님은 사도들을 세우시고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들은 교회의 터로서 사도적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교회사 학자들은 로마에서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국교가 되지 않았다면 복음이 온 세상에 더욱 강력하게 증거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틀리지 않은 말이기에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대의 복음 전파를 잘 분석하면 이 시대에 복음을 전파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도들이 죽고 난 후에도 복음은 힘있게 전파되었습니다. 로마 황제들을 통한 핍박이 시작되었어도 복음 전파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강력하게 복음이 전파되었습니다. 사도들과 같은 순회 전도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들을 통하여 사도 시대와 같이 복음이 전파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며 삶의 자리에서 신실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도들과 같은 순회 전도자들은 줄어들었습니다.

그 당대에 하나님 나라를 지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부부 관계나 부모 관계 그리고 주인과 종의 관계에 대한 말씀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며 하나님 안에서 생명을 얻고 성령의 다스림을 받아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지혜롭거나 능한 자,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않다고 한 바울 사도의 진술은 약한 자, 천한 자, 멸시 받는자, 없는 자들이 많았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복음이 더 잘 수용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을 향한 섬김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 당대에 교회에게 주어진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당시의 사회적 가치에 비해 질적으로 높았습니다. 비록 하나님의 때가 아니어서 노예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노예들에 대한 태도는 그 시대에서 보면 파격이었습니다. 교회가 그 시대의 정신에 비해 질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그 말과 삶으로 복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복음 전파는 강력한 힘을 지녔습니다.

그 원리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이 시대의 정신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그 말과 삶으로 복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조선 왕조 말기에서 지금까지 엄청난 사회적 격동을 겪었습니다. 일제에 의한 강점기, 해방과 미군정 주도의 남북 분단, 남한에서는 이승만 정권, 동족상잔의 전쟁, 독재 정권, 민주주의의 정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서는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교회가 각각의 시대에서 그 시대의 정신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각각의 시대에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하나님의 의에 대한 바른 의식을 가지고 그 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의는 신자의 인격과 삶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모든 세계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부정 선거를 하고(이승만 정권) 반대 세력이라고 여겨지면 용공으로 몰아서 인권을 유린하는(박정희, 전두환 정권) 모습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의를 구현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힘없는 노동자들을 짐승이나 노예와 같이 취급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에 대해 침묵하는 것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거대 기업의 총수 자리를 꿰차고서는 돈으로 사람들을 매수하여 자신과 일가의 욕심을 채우는 모습에 대해 침묵하는 것일까요? 결단코 아닙니다.

그리스도교라고 하면 로마가톨릭과 개신교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양자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위이시며 한 분이신 하나님을 신앙한다는 면에서 같기에 그리스도교라고 불립니다. 양자는 모두 복음 전파에 대한 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로마가톨릭은 하나님의 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의와 직접적으로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편입니다. 개인 전도에 그렇게 열심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개신교는 개인 전도에 힘을 쏟는 편입니다. 사활을 걸고 힘을 쏟는다고 말할 수 있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불의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침묵하며 보신에 힘쓰는 상황입니다.

어느 쪽이 복음 전파에 있어서 더 풍성한 결실을 거두고 있을까요? 로마가톨릭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는 점점 더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 사실 자체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대조적인 현실의 밑바탕에 사회의 불의에 대한 태도가 있습니다. 불의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로마가톨릭과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개신교회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현함은 개인적인 영역으로 한정되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사회와 국가 그리고 온 세계에서 드러내고 구현하여야 하는 가치입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체제에 비해 질적으로 더 높은 가치이기에 그것을 추구하는 삶은 진보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현실로 인해 진보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서 거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복음을 개인에게 국한시키고서는 진보를 좌파라면서 매도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악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하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동족 상잔의 한국 전쟁에서 북한군에 의해 가족이나 일가 친척이 비참하게 죽거나 어떤 형태로든지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오직 반공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북한이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악행임은 분명합니다. 기독교의 정신인 용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반공으로 똘똘 뭉쳐서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쪽과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하고 교류하면서 사상과 삶의 차이를 좁히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쪽, 어느 쪽이 더 복음적일까요? 불문가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는 동떨어진 교육을 통하여서나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 스스로 이념화되어 더 효과적인 복음 전파를 가로막는 신자들은 회개하여야 합니다. 무지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악행을 인식하고 그 길에서 돌이켜야 합니다. 그 행한 대로 갚으시는 하나님의 심판대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되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돌이켜야 합니다.

교회는 복음에 합당한 복음 전파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추구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평화의 사도로 부르심을 입었음을 깊이 자각하고 평화를 구하는 실질적인 삶을 바탕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