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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자기를 빛내 줄 악세사리 쯤으로 여기는가?
‘개혁이 무슨 동네북인가?’라는 글을 썼더니 어떤 언어개념이 부족한 분이 토를 달았다. 글에 대하여 토를 다는 것은 그의 자유이다. 그런데 글의 취지나 더 나아가 글 속의 특정단어의 뜻도 해독하지 못한 채 험한 댓글을 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언어의 혼란이 심하다”고 했더니, “개판이라는 용어를 쓰는 당신이 언어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장본인이 아닌가?” 하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한심한 노릇이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글을 쓰는 사람은 최소한 한글을 해독할만한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말하는 ‘언어의 혼란’이라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하여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다든지 전혀 본말이 전도된 말을 한다든지 본뜻과는 전혀 무관한 말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감리교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더니 어떤 분이 자기의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분은 28회 총회 선관위원 중의 한 분으로 특히 K목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분인 듯하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자중해야 할 때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을 감독회장으로 옹립하려고 온갖 불법적인 처사를 감행함으로 감리교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한 선관위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내가 왕년에...” 하면서 무용담 비슷한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1.“전두환 때에.... 축복설교가 주류를 이루던 때에 나는 그런 것(불의하게 재물을 모으는 것)을 축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2.“광주사태의 부당함을 설교하였고 문익환목사님의 방북사건에 시국기도회가 있어 기도자로 나서기도 하였다.”
3.“당국에서 나를 잡으러 왔으나 피했다”
4.“그 날 이후로 동네에 ‘빨갱이목사’라는 소문이 퍼졌고, 그 일로해서 그 이후로 교회에서 쫒겨났다”
5.“나는 빨갱이인가? 그렇다 빨갱이다”
나는 그분의 그러한 글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So What?"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의 주장을 보면, 어두운 시절에 나름대로 소위 ‘운동권’ 모양을 갖추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과거의 그랬던 것을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나 자신 그 어두운 때 고민하며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제발 자신의 과거이력을 현재 행태의 변호구실로 삼지 말라. 그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렇게 정의롭게 행동하고 바른 말을 하던 과거와, 법도 상식도 없는 말을 되뇌이며 K목사를 추종하기에 바쁜 오늘의 차이는 어찌할 것인가?
과거의 이력은 자신의 삶의 자화상인 것이다. 과거의 이력이 자랑할 만한 것이라면 그것이 현재로 이어질 때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운동권’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싫다. “나도 옛날에는 운동권이었다”며 자기의 과거 이력을 자랑하는 사람, 운동한다며 폼 잡다가 결국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사람...
어느 한 사람의 과거이력과 현재의 삶이 괴리되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깊은 사정으로 인하여 방향을 전환하였거나 또는 과거나 현재 둘 중의 하나가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과거에 운동권이었다가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이유와 내용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친구 하나는 열심히 ‘운동’하던 운동권이었다. 그런데 그는 30여년의 목회 여정 가운데서 여러 가지 신앙체험을 하면서 지금은 오직 기도와 전도 밖에 모르는 목사가 되었다. 지금은 운동권이 아니다. 나는 그의 입에서 “나도 운동권이었다”며 으스대는 말이나 “내가 운동권에 몸 담았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진짜 운동권이었던 사람은 “왕년에 내가...” 하면서 말하지 않는다.
운동권을 무슨 계급장인양 착각하지 말라.
운동권이 자기를 치장해주는 악세사리인 줄 아는가?
어둡던 과거 치열하게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헌신하였던 운동권을 그런 식으로 값싸게 만들지 말라.
나는 한 번도 운동권에 속한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운동권에 대해서 나는 일정부분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 나는 용기가 없어서 운동권에 들지 못하였었기 때문이다. 군부독재 시절, 그들이 감옥에 가고 고문당하고 심지어 죽어갈 때, 나는 조용히 나의 목회만을 하였다는 것이 때로는 미안함과 열등의식마저 들게 한다.
나는 어느 한 개인을 공박하기 위하여 이 글을 쓰지 않는다. 다만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쓰는 말들이 너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나 자신 자랑할 만한 이력이 없다. 그러나 나를 내세우기 위해 남을 팔아먹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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