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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26일 (월) 00:00:00 [조회수 : 3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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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과장 면담 보고전을 써주지 않으면 입실을 거부하겠다는 고집 때문에 나는 징벌 2개월이란 처분을 받았다. 결국 징벌위원회에 가서 그토록 원하던 보안과장을 만날 수가 있었고, 강력하게 부당함을 따졌지만, 이미 정해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신보다 연하인 보안과장 앞에서 교도주임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벌벌 떨며 보고를 하였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폐쇄적인 교도소의 운영이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어 낸듯하다.. 결국 나는 매서운 겨울날 시승시갑을 한채 좁디좁은 공간에서 두달을 보내야 했다.
나는 분노 하였으며, 교도소장이 순시가 있을 때에 벌떡 일어나서 노상면담을 신청했다. 교도관들은 기겁을 하였고 말렸지만, 나는 억울함을 하소연 하였다.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중에 보안과장이 나를 불렀다. 커피한잔을 권하며 애로점을 물어 보았다. 내 마음을 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징벌이 끝나고 나서 어려운점을 도와 주겠다고 약속 하였다. 잠시 풀었던 시승시갑을 다시 하니 로마시대의 노예처럼 되었다. 뚜벅 뚜벅 걷다가 징벌사동으로 들어 가는데 10미터 전방에서 누군가가 날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의 손목도 수갑을 찬채 였다.
나는 그 때 그의 눈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슬픈눈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슬퍼 보였다. 꿈쩍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는 눈길.. 잠시동안의 그 시간이 몇년의 시간이 흐른것처럼... 그 모습이 너무도 슬퍼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에 담겨져 버렸다.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나를 자신처럼 불쌍하게 바라보는 눈길..내 얼굴과 너무도 닮은 그 사람...그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착시현상이 있었다. 교도관이 들어가자며 어깨를 툭 치기 까지 그와 나는 눈길이 마주 하였었다.
징벌방에 들어가기 전에 물었다. 그가 누구인가를 " 사형수 서00 "제주도에서 유아를 납치하여 돈을 요구하다가 살해 암매장 하여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집행만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것이였다. 돈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처럼 불쌍한 인간들이 또 있을까?몇백억 몇천억원을 도적질 해먹어도 사면복권되고 경미한 처벌만 받으면 되는데 무지하고 배운것이 없어 그런 극단적이고 무지한 방법을 통해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탈피하려하다니.. 한마디로 불쌍한 인생들이다.그날밤, 낮에 마신 커피 때문에 단 한순간도 잠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새웠다.머리속에서는 사형수의 얼굴이 떠나지를 아니하고...형언할 길없는 고통의 밤이였다.
나또한 어렸을 때에 강도가 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가출하여 거지처럼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해 비참한 삶을 살며 궁색하게 살아가던 내 모습이 싫어서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내 친구들중에는 나보고 함께 강도짓을 하자고 제안한 친구도 있었다. 그 때 그 어렸을 때에 가출하여 방황할 때에 그런 제안을 받아 들였다면 나 또한 사형수로써 비참한 삶을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tv광고는 결코 틀린말이 아니다.
그 사형수를 보고난후에 내 모습이 사형수로 나타났다. 철장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사형수의 몰골이라는 착시현상이 떠나지를 아니했다. 이제 머지않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사형수,,,그런데 나는 무엇을 위해 세상에 대한 불평을 하고 불만을 가진단 말인가?.. 징벌방에 갇혀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사형수에게 미얀한 마음이 들었다. 그 사형수의 모습이 내 모습이라는 느낌 때문이였을까? 나는 그를 위해 기도 하였다.. 할 수만 있다면 제발 무기수로 감형 시켜달라고.. 이 때까지 나는 이런 기도를 하고는 했다.. 물론 그 기도와는 상관없이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짓눌렀던 사형수 서00의 얼굴도 시간에 의해 사라졌다. 그 후 학과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 무지가 왜 범죄자를 양산하는가? 왜 많이 배운 자들은 사형수가 되지 않는가 ? 그런 의문들이 풀려질 쯤에 어느 책을 읽다가 보니 책속에 한장의 빛바랜 누런 메모장이 떨어져 나왔다.
" 내 고향에서 나와 잘 알던 친구의 동생이다..여러모로 신경을 좀 써주고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도와주었으면 한다. 신세진것은 나중에 내가 갚으마.. 199*- 년 0월 0일 서0빈...."
나는 사형수 서00이 처형 당하기 몇년전에 쓴 이 메모를 읽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이때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자였는데, 그가 쓴 글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다시 또렸하게 내 마음속에 담겨 있다가 떠올랐다. 나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의 얼굴과 모습이 이 그의 형체의 일부분인지, 그림자 인지.....모르지만.. 아직 까지도 그의 얼굴 모습은 잠시 잠깐 스친 사람의 얼굴이라고는 생각할 수없을 정도도 마치 일생동안 함께 마주보며 살아온 얼굴을 바라보는 듯이 너무도 선명하고 또렸하게 내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몇날 몇칠을 함께 딩굴며 잠자리를 했던 여인들의 얼굴은 기억하려 애써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잠시 잠깐 몇초동안 쳐다 보았던 한 사형수의 슬픈눈빛은 내 가슴속에 너무도 선명하게 깊게도 뿌리박혀 영원히 함께 할것처럼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이였다.한줌의 재로 변한 그 사형수처럼, 나또한 재로 남겨질 것 밖에 없는데, 무엇을 위해 헛되고 헛된짓을 날마다 하는지 생각하면 할 수록 "어이없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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