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자 막시무스(580-622 AD)의 영성
The Spirituality of Maximus the Confessor

고대 후기 동방교회를 중심으로 전체 기독교 영성의 꽃을 아름답게 피어나게 하고 또한 영성의 불빛을 환하게 밝혀준 영성의 큰 별 셋이 있다. 그들이 바로 폰티쿠스 의 에바그리우스(Evagrius)와 디오니수스 아레오파지트(Dionysius Areopagite) 그리고 고백자 막시무스(Maximus the Confessor)이다. 막시무스는 고대의 기독교 영성 전체를 종합한 대통합과 조화의 영성신학자이다. 그의 영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나님과 세계(우주)를 이원론적으로 보지 않고, 일원론적으로 보는 통합의 영성(spirituality of unity), 곧 하나의 "우주적 영성"(cosmic spirituality)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제 막시무스의 영성의 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생애와 주요 저서

 
막시무스는 AD 580년에 소아시아 콘스타노플의 귀족가문에서 출생했다. 610년경 로마 황제 헤라클리우스의 초청으로 법정의 제일 서기직을 맡아 관료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4년간의 관직생활 후, 관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수도원 생활로 들어가기 위해서 그 고위직을 사임하고, 친구인 아나스타시우스와 함께 한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10년간의 예비 수도사를 거친 후 서기 625년에 정식 수도사가 되었다. 그후 그는 씨지쿠스(Cyzicus)에 있는 성 조지 수도원으로 옮겨가, 거기서 그의 영성의 대표작인 “앰비규아”(Ambigua)의 초안을 구상했는데, 이 책은 자신이 흠모하는 선배 성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지트와 그레고리 나찌안주스의 작품들의 알기 어려운 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것이었다. 그후 그는 한동안 크레테와 구부로에 있는 수도원에서도 생활했으며, 아프리카의 칼타고와 알렉산드리아 근교 유크라타스(Eukratas)에 있는 수도원에서도 수년간 생활했다.

막시무스는 칼케돈 신조를 철저하게 신봉한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안디옥 학파의 기독론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양성론(신성과 인성의 완전한 조화)의 열열한 지지자였는데, 당시 정치세력과 결탁한 교권자들이 그리스도의 인성은 신성에 흡수되어 신성만이 남았다고 주장하는 단성론(Monophysitism)과 단의론(Monothelitsm)에 반대하여, 끝까지 양성론과 함께 그리스도의 온전한 인성(Humanity)을 주장하였다. 그로 인해서 그는 많은 박해를 받았으나 타협하지 않았으며, 급기야는 심한 고문 끝에 흑해(Black Sea)로 유배되었으며, 거기서 그 후유증으로 그의 나이 82세 때인 서기 662년에 별세하였다.

막시무스는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위에서 언급한 <앰비규아, Ambigua>를 비롯해서, <신비신학, Mystagogia>, <지식의 수세기, Centuries in Knowledge>, <주기도문 강해>, <사랑 안의 4세기>, <시편 59편 강해>, <디오니수스 아레오파지트 연구> 등 다수를 남겼다.

2. 신과 우주만물에 대한 이해

(1) 우주 만물과 인간
한스 발다살은 막시무스의 영성신학을 한마디로 “우주적 영성”으로 명명한 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의 영성신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이 우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두었기 때문이다. 막시무스에 따르면, 현상세계인 만물은 우리 인간과 꼭같이, 죽음 후에 부활이 있듯이, 죽고 그리고 다시 탄생하며 낡은 것에서 새것으로 변형된다. 따라서 전체(전 우주)의 한 부분들로서의 작은 세계들인 우리 인간도, 죽은 후에 다시 썩지 아니하는 불멸의 실체로 다시 살아난다. 즉 영원한 영적 실재인 하나님의 광체의 조명과 내재의 힘에 의해서, 깨어지지 않은 유대(unity) 속에서 각기 자신의 몫을 지니게 되며, 육체는 영혼과 동화되고(conformed to the souls), 물질적 사물들은 정신적 사물들에 동화된다. 그리고 이것은 끝없이 지속된다.

(2)신과 세계(우주)와의 관계
막시무스에 의하면, 하나님과 우주 만물, 즉 가시적 세계와 비가지적 세계는 서로를 들어내는(나타내는) 두 다른 실재로서 어느 한 쪽도 배제할(빠뜨릴) 수 없는 긴밀한 상호관계이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1장 20절에서 한 “태초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란 말은, 창조 세계를 지적으로 깊이 관찰하고 곰곰히 음미하면, 신의 성품 곧 “신성”(divine nature)을 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신성 곧 신의 성품(진,선,미,애)이 신의 창조 세계인 “자연”(自然) 에 분명히 현시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바로 신의 창조세계인 “자연”이 신의 존재나 신의 성품 곧 “신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 혹은 자료가 된다는 의미이다. 노자는 그의 도덕경에서 자연 속에 만물의 근원적 실재이며 또한 궁극적 실재인 “도”(道 )가 현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여기 노자가 말한 “도”는 여로 모로 보아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성”과 매우 유사한 개념으로 보여 진다.

(3) 일자(the One)와 다자(the Many)
또한 막시무스에 따르면, 신과 세계와의 관계는 “일자”와 “다자”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신성 혹은 존재 자체 또는 존재의 근원적 원리를 나타내는 로고스(Logos)는 근본적으로 “하나” 곧 일자인데, 그 하나는 무수한 작은 로고이들(logoi)을 내포하한다. 따라서 그는 신과 세계(만유)와의 관계를 일자와 다자의 관계로 보는데, 그 근거를 바로 로고스와 로고이의 관계에서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로고이”(logoi)는 Platon 철학에서의 idea 혹은 form과 같은 각 사물의 존재의 원형들을 지칭하는 것이으로서, 이 “로고이”는 삼라만상의 존재의 바탕(원리)이 되는 것으로 이는 신유교(Noe-Confucianism)에서 말하는 "리"(理)와 매우 유사한 개념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는 곧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서의 모든 사물들(현실재, actual entities))의 바탕이 되는 “영원한 객체”(eternal objects) 혹은 “초발심”(initial aim)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4)신의 내재성(Immanence of God)
그리고, 신이 만물에 내재한다고 하면, 어떻게 내재하며, 그리고 신이 만물에 내재할 때에 신성이 여럿으로 분리됨을 의미하는가? 막시무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막시무스는 신(신성)이 만유에 내재한다고 하더라고 신(혹은 신성)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일자로서 그 단순성(simplicity)을 상실하지 않는 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신은 일자인 “로고스”(Logos) 혹은 "존재 자체"(Being itself)이기 때문에, 신 자신이 만유에 내재한다 하더라도, 전체로서 그리고 분리됨이 없이(as whole and undivided) 내재한다고 말한다. <참조, Cosmic Liturgy: The Universe according to Maximus the Confessor, Ignatius Press, 2003, pp.115ff.).

요컨대 막시무스가 이해한 하나님과 만물과의 관계는 궁극적 일자와 무수한 다자의 관계로 표현된다. 즉 그가 이해한 하나님은 궁극적 일자인 반면 무수한 다자로 구성된 만물은 그의 존재 구조에 있어서, 물질(matter)과 형상(eidos)의 양극성(polar)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현상 사물들은 각각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개체성을 지니며, 이것과 저것이 구별되는 것이다. 물론 일자로서의 신은 다자로서의 만물을 자신 안에 포섭한다. 그러므로 신과 만물은 둘이면서 또한 하나로서 일치를 이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고백자 막시무스의 영성은 신과 우주 만물을 상호 내재적 관계로 그리고 또한 “일자”와 “다자”의 관계로 보는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의 범재신론 및 양극신론과 상당히 일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3. 신과 인간의 통합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막시무스의 세상(우주 만물)에 대한 이해의 가장 중심적 신비는 바로 이 세상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근원적 수수께기들(riddles)에 대한 해답인데, 그것이 바로 “말씀”(Logos)이 인간이 된 한 실체(in the hypostasis of a single being) 안에서 영원과 시간, 무한과 유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즉 신과 인간이 하나로 통합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위에서 열거한 우리 인간의 끝없는 의문과 질문들에 대한 해답의 열쇠로서의 한 신비적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의미한다.

막시무스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어떠한 “영적인 존재”(a spiritual existence)가 아니라 전적으로/온전한 한 인간으로서의 실존(a completely human one) 이다. 그러나 그 실존은 “신화”(神化/theosis) 혹은 성화된 실존(an existence that is divinized)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의 “신화”(혹은 신성화/성화)로 말미암은 “신성”(divinity)은 어떤 의미로나 또는 어떤 경우에도 그의 “인성”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의 말이나, 호흡이나, 걷는 일이나, 잠자는 일이나, 먹는 일이나, 배고픔이나, 목마름이나, 마시는 일이나, 자는 일이나, 우는 일이나, 슬퍼함이나, 두려워함 등 이 모두는 그의 인간성의 표현들임과 동시에 또한 그의 신성(성화된)이 표출되는 장소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의 인성은 신성화된, 그래서 신성과 결합된 인성이기 때문이다. 막시무스는 이런 통합(unity)을 "유기체적 상호침투성"(organic interpenetration)이라 부르는데, 그런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는 "신인적 행"(theandric activity)라고 말할 수 있다고 보았다.

<평가>

요컨대, 막시무스는 영원과 시간, 하나님과 세상, 그리고 신과 인간을 이원론적인 대립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일치와 조화(통합)의 관계로 보는 조화와 통합의 사상가(영성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통합과 일치의 원리는 신성과 인성이 신비스럽게 결합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럼 점에서 막시무스는 철저한 그리스도 중심적 통합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의 이러한 하나님과 세상(우주 만물)의 조화와 일치의 통합주의적 사상은 동방교회의 영성의 대가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그리고 특히 오리겐과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를 위시해서, 닛사의 그레고리를 비롯한 가파도기아 교부들, 그리고 특별히 에바그리우스와 디오니수스 아레오파지트의 영성신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사료된다.

한스 발다살은 막시무스의 영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 평가했다:
“막시무스는 관상적이며 또한 성서적인 신학자이며, 아리스토틀 철학의 훈련(교육)을 받은 철학자이며, 닛사의 그레고리와 디오니수스 아레오파지트의 신플라톤적 전통에 서 있는 신비가(mystic)이며, 오리겐 계열에 속한 열렬한 말씀의 신학자이며, 에바그리우스적 전통에 서 있는 엄격한 수도사이며, 그리고 모든 것에 앞서, 칼케돈의 정통 기독론을 자신의 생명을 바쳐 지킨 철두철미한 교회의 사람이었다.”

막시무스는 영성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대에 살았다. 2백여 년간 지루하게 지속된 기독론 논쟁으로 인해서 교회는 활기를 잃었으며, 당시의 교회 지도자들은 예수의 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참 의(진리)와 사랑과 평화의 사람으로서의 예수의 참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사람의 모양만 지닌 신의 화신으로만 강조되어 있었다. 이런 때에 막시무스는 예수의 참 사람됨 곧 그의 인성을 강조하여 기독교의 복음의 원형을 살리려고 노력하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고초과 핍박을 당하기까지 하였으나 그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자기 입장을 주장해 나갔다. 그는 특히 창조자와 피조물과의 신비한 불가분리의 관계를 말해 줌으로써, 진선미의 신성의 표현인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무대는 바로 이 세상이며 자연이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자연을 대하고 자연과 함께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자연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막시무스에 따르면 이 세상(자연, 즉 우주 만물)은 하나님의 신성이 내재하여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활동무대이며 활동의 장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 현실 악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 해답이 바로 신의 내재성을 확실하게 알려준(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의 악과 부조리를 묵인하거나 방관하지 않았다. 그는 절망적인 사회현실 속에 있으면서도, 평화의 복음을 전했고, 또한 악을 악으로 대하지 않고 선(사랑)으로 대했으며, 불의와 거짓의 한 복판에서도 그것에 타협하거나 동화되지도 않았으며, 오리려 진리 편에 당당히 서서 진리의 사람으로 살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 세상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다 하더라도 이 세상이 바로 신의 활동무대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신의 내재성의 영성적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