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안성의 밤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안성경찰서에서도 "안성에서 단일 행사로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경찰추산 1500명, 지역신문 추산 2천여 명. 그렇다. 서울 같은 대도시야 그까짓 인원이라 하겠지만, 농촌도시 안성엔 가히 획기적인 일이다. 안성 내혜홀광장이 생긴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 관객들 이날 안성경찰측에서도 안성의 단일 행사로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찰추산 1500명, 지역신문사 추산 2천명이 안성 내혜홀 광장에 모여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축제를 벌였다. 사진은 안성의 명가수 강승주 씨가 무대 밑에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 송상호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안성 근교는 물론 대전과 진주에서도 모여들어. 

이날 모인 사람들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광명, 부천, 평택, 안중, 용인, 서울 등은 물론이고 멀리 대전과 진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 1회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의 당초 주제는 '투표합시다 6월 2일'. 목적은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축제로 승화시켜 즐기고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가파르게 하락하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참여를 약속하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 축제가 2달 전, 안성시민 4인(송상호, 유민규, 나성천, 신승한)이 자비를 들여 시작한 것은 씨앗에 불과했다. 안성시민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서울과 평택 등에서 이 축제를 위해 십시일반 금액으로 후원해서 만든, 그야말로 시민의 힘으로 만든 축제 한마당이었다.  

당일 선거일을 며칠 앞두어 선거유세와 선거운동이 많았지만, 주최 측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단호했다. 선거 운동을 하려고 축제장에서 기웃거리는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이 행사는 특정 정당과 무관합니다. 어느 정당이나 후보를 막론하고 장내에 들어오시려면 3가지를 금지 해주세요. 첫째, 후보자용 띠를 두르는 행위,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는 행위, 명함을 돌리는 행위 등입니다. 관람하시려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조용히 관람해주세요"라는 주최 측의 마이크 방송이 여지없이 흘러나갔다.

▲ 투표선서 생애 처음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하게 된 한경대학생 이건호 씨(20세)와 정현경(22세)씨가 "올 6월 2일 뿐만 아니라 평생 신성한 권리인 투표행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 송상호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축제장 밖에서는 선거후보자 측에서 열심히 선거운동 하느라 마이크로 떠들어대고, 축제장 안에서는 그것과 일절 상관없이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이 '투표하자'는 마음으로 축제를 하느라 마이크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의 소리가 훨씬 컸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워낙 많았고, 주변에서 눈치 없이 선거운동 하다간 오히려 표가 깎일 거라는 후보자들의 심리가 작용하여, 축제는 선거운동에 전혀 지장 받지 않고 신나게 진행되었다.

시민 4명이 불을 지피고, 시민 다수가 불을 키워가고.

이날 자원 봉사에는 안성 및 평택 등의 중고등학생, 지역 대학생, 서울과 수원에서 온 시민단체 회원, 안성의 주부와 남성, 안성 모범운전자회 등과 안성경찰서 경찰 등이 하나가 되어 행사에 힘을 보탰다. 또한 안성 지역의 문화단체의 공연과 사회자의 진행도 대부분 무료 출연으로 이루어져서 그야말로 시민들의 힘으로 이룬 시민들의 축제였다.  

이날 축제에 안성 지역의 문화단체 '행복나눔복지센터'의 북난타, 죽산 광선초 가야금 연주, 안성 통기타 가수 임병철, 일산 치어리더 '레인보우', 안성가수 염정미와 강승주, 댄스팀 정크팸과 중앙대 '꿈틀이', 한경대의 그룹사운드 'AM'과 랩 '45', 지역 직장인의 연주 모임인 '연사모'의 두시밴드, 안성 농협의 밸리댄스 그리고 초대가수 서인국의 무대가 펼쳐졌다. 공연내내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투표하자 안성시민'이란 구호와 함께 투표가 독려되었다. 놀면 즐기며 '투표 운동'을 하고 있었다.

▲ 시민4인 이날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바라는 말을 발표한 4명의 시민과 사회자다. 장애인 대표로 정토근 씨, 청소년 대표로 김하늬 양, 남성 대표로 정동관 씨, 여성 대표로 최현숙 씨가 자원했다. ⓒ 송상호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자원봉사를 하던 한 서울 시민은 "조그만 도시 안성에서 큰 바람이 불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이 만든 '광장문화'의 씨앗을 심은 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번 욕하는 것보다 한 번 투표하는 게 낫다.'

생애 최초로 이번 6.2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경대 학생 이건호(20세) 씨와 정현경(22세) 씨는 이날 축제 순서에서 '정치인을 백번 욕하는 것보다 한 번 투표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기억하자며, "올 6월 2일 뿐만 아니라 평생 신성한 권리인 투표행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또한 이날 안성의 소녀로 후보자에게 바라는 말을 했던 안성초등학교 6학년 김하늬 양은 "'안성시장님이 되실 분에게 바란다."며 '학교 무료급식과 학교 도서관을 늘려달라는 것과 안성 시내 공원을 많이 만들어 달라"는 야무진 주문을 했다.

장애인 대표로 나선 정토근 씨는 "유권자들이 선거 때엔 악수와 공약을 남발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장애인으로선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 달라."며 당부했고, 주부 최현숙 씨는 "경제적 논리보다 안성의 자랑인 자연을 100년 앞을 내다보고 잘 보존하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한다"고 평소 바람을 전했으며, 남성 대표로 나선 정동관 씨는 "윗물이 흐려도 우리 시민이 투표해서 맑게 해나가자"며 결의를 다졌다.  

특히 이날 관객의 80% 이상이 이번 6월 2일에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었지만, 이들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꼭 투표를 하겠다'는 결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들에게 이번 6월 2일엔  꼭 투표하라고 조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자리를 일어섰다. 

▲ 서인국 이날 공연 중 맨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슈퍼스타 K '출신 가수 서인국이 춤과 노래를 하는 중이다. 서인국 때문에 청소년들이 대거 몰려왔지만, 이들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투표할 뿐만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부모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송상호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대전에서 온 '사탕발림'이란 닉네임을 가진 한 40대 여성은 다음카페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http://cafe.daum.net/ansungfestival에다가  "서인국씨 이날 정말 멋지던데요. 좋은 행사 마련해준 주최 측에게도 감사드립니다. 6월 2일 투표, 덕분에 꼭 해야겠다 마음먹고 돌아왔습니다."라고 행사후기를 남겼다. 이 정도면 당초 목적을 충분히 수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