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굳은 표정의 이규학 직무대행이 먼저 감독회의실을 나왔다. 뒤이어 연회감독들이 고개를 저으며 더 심각한 표정으로 나왔다. 4시를 넘어 입장할 때의 밝았던 연회감독들의 표정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협상’이 깨진 것이다. 어쩌면 협상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 오후 4시, 앞선이가 박영태 감독(남부). 회의실로 입장하는 감독들의 표정이 밝다. 그러나...

17일(월) 오후4시부터 8시까지 감리교본부 감독회의실에서 이규학 직무대행과 신문구 감독(서울), 임영훈 감독(서울남), 전명구 감독(중부), 원종국 감독(동부), 조문행 감독(충북), 박영태 감독(남부) 등 6인의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식사시간을 놓치면서 까지 장시간의 대화를 이어갔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감리교사태 해법에 대한 인식차이만 확인했을 뿐 아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선관위가 8월26일로 선거일을 발표하고 전직감독들은 5월 27일로 총회를 예고하는 등 정면충돌양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오늘 감독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대부분의 예상대로 도무지 만나지지 않는 평행선위의 감리교만 확인한 셈이 되었다. 오늘 회의는 재선거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직무대행에 비해 연회감독들에게 더 절실하게 비쳐졌다.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감독회의에서 이규학 직무대행은 재선거실시만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일 뿐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 기반한 설명을 하였고 이를 지지하는 신문구 감독(서울연회)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감독들은 행정복원을 위한 유일한 길은 총회를 여는 길 밖에 없음을 거듭 주장하며 직무대행의 동참을 촉구하였다.

감독들의 이 같은 호소는 앞서의 안산, 임마누엘 총회가 소집권자의 불법성으로 인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고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총회개최의 법적 근거로 내세워 지고 있는 총대 806명의 서명과 7개 연회에서의 총회개최 건의안 통과라는 명분으로는 충족되어 지지 않는 필요충분조건이 바로 법적 정당성을 가지는, 소집권자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직무대행의 참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도자들의 협력을 통한 감리교 회복’이라는 대의명분도 필요했다.

물론 위의 수치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회개최(소집?)를 서명한 총대 806명 중에는 별세, 은퇴, 오류 등의 결격자 139명이 있어 전체 총대원의 과반을 넘기지 못하며, 본지의 연회 취재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총회개최건의안이 통과된 연회가 7개라는 것도 주장과 달리 어느 한 연회도 의사정족수를 확인하지 않거나 넘기지 못한 상태에서 결의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설령 결의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충청연회는 중부연회의 경우(개혁법안건의안이 심사단계에서 폐기되었으나 재 상정치 못함)와 달리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깼다는 절차상의 문제로, 충북연회는 총회개최를 결의한 주체의 문제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물론 건의안을 다룰 총회가 열리지 못하고 소집권 문제도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총회개최청원건의안을 상정하고 결의도 이끌어 내려했던 행위는 ‘과반을 넘기는 총의는 (사회법에서든 교회법에서든)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기반한 정치적 행위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갖는 등 시간을 연장해 가며 ‘타결’의욕을 보인 감독회의였지만 높은 불신과 해법차이의 벽을 넘진 못했다. 행정복원에 국한하는 총회임을 합의하는 법원공증을 받자는 안까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회감독들의 약속은 ‘결제능력’이 의심되는 ‘당좌수표’ 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모든 불신의 주요한 기제는 김국도 목사였다.

연회감독들이 김국도 목사에 대해서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고 직무대행은 김국도 목사의 총회를 통한 ‘지위확인 혹은 자격획득을 위한 법개정 시도’ 등의 의심과 함께 ‘연회감독들은 김국도 목사를 넘을 수 없다’는 두 가지 뿌리깊은 불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대행으로서는 김국도 목사가 사퇴하지 않는 한 연회감독들이 내미는 카드가 모두 부도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감독회의가 끝난 후 직무대행은 “얼마전까지 사회권이 내게 없으니 서로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이제와서 내게 주겠다며 잘하겠다고 하는데 믿음이 가겠냐. 게다가 지난번에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해놓고는 기독교타임즈에 총회공고를 미리 냈더라. 이번에도 미주연회 다녀오고 보니 총회하겠다고 공고를 이미 내고는 날 찾아왔다. 이미 다 결정하고서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거냐”며 감독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었다. 연회감독들의 처신이 결과적으로 김국도 목사측과 연계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 총회를 주장했던 한 감독은 “5월 27일로 발표된 총회는 우리와는 상관없다. 이 문제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며 특정 측과 연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신들에 대한 직무대행의 의혹에 대해서 “특정인을 세우기 위한 총회는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심지어 “총회개최시 어떤 세력에 의한 방해가 있다면 우리들이 나서서 막아주겠다”는 발언까지 할 정도로 5월 27일 총회를 소집한 측과 거리를 두려고 애썼다.

여기에 더하여 총회와 재선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타협안도 제시하였다. “재선관위가 총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고 재선거 실시하되 연회감독선거도 시급하니 그 선관위가 연회감독선거까지 주관하면 되지 않겠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제안에 대하여 직무대행은 “나는 총회를 먼저 열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재선거를 실시해서 새로운 감독회장을 세우는 것만이 나의 소임이다”는 원칙을 고수함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감독회의를 참관하지 못했다. 간간히 문밖으로 격앙된 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창문틈으로 보이는 직무대행의 표정에서 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규학 직무대행이 이처럼 고집스러워 보일만큼 원칙을 강하게 견지하며 타협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게 법’이라는 대전제와 함께 이미 재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놓아 재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선총회 개최요구에 끌려 갈 이유가 없으며 5월 26일로 예정된 신기식 목사와의 합의조정이나 다음달 6월 8일로 예정된 직무대행자지위부존재확인 본안소송과 같은 변수에서 정국을 주도할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 오후 8시, 전명구 감독(중부)이 고개를 떨군채로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 뒤 이어 나오는 감독들의 표정이 입장때와는 정 반대다. 앞부터 조문행 감독(충북), 원종국 감독(동부), 임영훈 감독(서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