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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2,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해 본 분단민족의 비애2003년에는 스파이였지만 2010년에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방현섭  |  racer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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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5월 16일 (일) 23:50:09
최종편집 : 2010년 05월 17일 (월) 14:01:10 [조회수 : 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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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헌책방을 빙자한 문화공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하 이상북)에서 ‘경계도시2’ 공동체상영회가 열렸다. 이상북을 운영하는 윤성근 사장 부부는 우리 좋은만남교회에 작년부터 출석하고 있다. 독립영화 혹은 인권영화를 배급하는 달시네(Dalcine)인가 하는 곳과 제휴를 맺어 매월 한 번씩 이상북에서 영화를 상영한단다. 이번이 첫 달인 것 같은데 송두율 교수 이야기를 다룬 경계도시2가 그 작품이다.

경계도시는 그 1편이 2002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극장에서의 상영은 불발이 된 듯하고 아마도 KBS에서 방영한 것 같은데 방영하고는 좌경시비에 휘말려 욕을 많이 보았다고 하는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1편은 거의 사장되다시피 하고 그저 공동체상영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한 것 같다. 그리고 작년에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제작되어 상영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홍형숙 감독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첫 장면은 2003년 독일에서 시작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입국하게 되어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한국에 입국할 결심을 하는 송두율 교수 내외의 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37년 만에 한국에 들어가게 된 부부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만 대체로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송두율 교수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정의한다. 남과 북의 경계에 서서 둘 사이의 중재자, 화해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건이 되는 북한에 드나들면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보려고 애썼다. 반면 남쪽은 송 교수의 입국 자체도 불가능했다. 이런 언밸런스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북한과 교류를 갖는 과정에 원하건 원하지 않건 김철수라는 인물이 되었고 그것이 한국사회에서는 ‘역대 최대의 고위급 간첩 사건’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좋은 뜻으로 송 교수를 초청했던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총공세와 언론의 마녀사냥에 허둥대며 이 문제가 송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며 송 교수에게 굴종을 요구한다. 송 교수는 노동당 입당에 관한 몇 차례의 사과와 독일국적 포기 등을 선언하기에 이르지만 결국 구속되어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송두율이라는 사람은 남한사회에서 간첩이 되었고 죽일 놈, 빨갱이가 돼버렸다. 일이 그렇게 진행되자 한국사회는 어느새 송 교수 사건을 망각하고 법원은 송 교수의 무죄를 선언하고 석방하지만 이미 보수진영은 원하는 것을 다 얻은 뒤였다.

영화에서는 송 교수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 훈수를 두고자 한다. 송 교수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진보진영의 수많은 인사들, 심지어는 보수진영의 괴수라고 할 만한 박홍 신부까지 그렇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양심에 비추어 양심에 따라 고백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명이 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독일에서 37년을 살아왔던 송 교수가 남한의 상황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자문하게 된다. 독일이 비상식인가, 남한이 비상식인가?


법원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송 교수 석방을 요구하던 집회를 보며 행인인 듯한 사람들이 말한다. 송 교수의 사과는 위장이고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김정일한테 보내라고 야유한다. 독일에는 국가보안법과 같은 것이 없다고 하니 세상에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독일이 제정신인 나라냐고 기세등등 반문한다. 상식은 이미 짓밟혔고 오직 교육된 이념과 증오심만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데 송 교수는 착각해도 한참을 착각했다. 그러나 철학자로써 그의 착각은 납득할만한 것인 반면에 그에 대한 비난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송 교수는 김일성 장의위원으로 북한에 초청되는데 이때 이미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불렸던 것 같다. 송 교수는 자신이 김철수라고 불리게 된 시점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증언을 한다. 이 점에서 그는 비도덕적이라고 매도된다. 그러나 경계인으로써 송두율에게 있어 그 시점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 증언으로 한국의 진보진영조차 그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송 교수 내외를 윽박지르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물론 쟁점이 아니다. 쟁점은 송 교수가 북한을 위해 봉사했느냐 아니냐이지 언제부터 김철수라고 불리고 있음을 자각하였는가가 아니다. 결국 대법원의 판결대로 이미 교수로써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이 인정되었고 그는 쓸쓸히 37년 만에 밟은 고향땅을 떠났다. 수갑을 찬 그에게 기자가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꾸하고는 차를 탔다. 가슴이 아팠다.

송두율 교수는 무죄가 확정되고 석방되는 자리에서 남한의 언론에 당부한다. 진실을 말하고자 노력하라고. 그것이 2004년이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으나 이 나라의 언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 촛불항쟁 2년을 조명하는 기사에서만 봐도 충분히 증명된다. 남을 짓뭉개고서라도 성공을 해야 한다는 천민 자본주의의 강박관념 때문인지, 아니면 한 개인이 저항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탐욕의 카르텔 때문인지 언론은 달을 보고 울부짖는 개마냥 철저히 가진 자, 권력자들의 편에서 펜대를 굴리고 있다.


영화의 카피처럼 송두율 교수는 2003년에는 스파이였지만 2010년에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60년을 산 민족에게 결국 경계인은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이쪽이 되든지 저쪽이 되든지 오직 한 편만을 선택할 것이 강요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결단은 인정되지 않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질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한국에서 진보적으로 사는 법이라는 것도 영화에서 보여주었다. 물론 비관적인 어조로. 이 기구한 민족의 운명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영화를 소개하는 이가 ‘영화를 다 보면 아마 담배와 술이 땡길 것이다. 그처럼 답답한 영화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겠다. 송두율 교수는 그의 탁월한 저서에서 보인 모습처럼 영웅이 아니었다. 그저 분단현실 앞에서 온갖 비상식과 인신공격의 뭉둥이찜질을 당하는 가련한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저 가련하지만은 않았다. 영화 내내 그는 자신을 향해 내뱉어진 온갖 욕설과 비난에 이상하리만치 응대하지 않았다. 속 시원히 설명을 해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끌려갔다. 그것이 학자의 모습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자기가 유대인의 왕이라고 했다, 성전을 헐면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했다’고 자신을 고소하고 고발하는 사람들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한 어린양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한민족의 문제는 논리와 이성으로 논쟁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이 분단모순에 다가가야 하는 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몽둥이찜질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갈 때 분단은 극복될 수 있다는 역설과 신비가 언 듯 뇌리를 스친다.


경계도시2는 이제 공동체상영시즌으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 사십 분이나 하는 런닝타임이 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렇기 때문에 전략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주위에 공동체상영에 관한 공지가 있다면 꼭 한 번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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