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해석이 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2000여년 전에 쓰인 글입니다. 그 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당대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인식, 하나님의 행하심과 뜻에 대한 이해가 그 당대의 사람들에 의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당대의 사람들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기록되었습니다.

만약 2000여년 전의 고대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합시다. 그 문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언어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 언어의 법칙도 알아야 합니다. 사용된 단어가 그 당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 당대의 세계관을 파악하고 글에 어떻게 담겼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 후에 현대인의 관점에서 그 내용들을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꼭 필요한 중요한 일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자유주의 신학을 토대로 한 현대신학에서 나름대로 그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신학적 흐름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경 연구도 동일하게 그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강길 님의 글들도 그러한 작업에 해당됩니다.

그러한 작업들은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동일한 텍스트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작업들이 의미가 있지만 각기 다른 결론들이 다 수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용될 수가 없습니다. 재평가를 통하여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용하여야 하는 옳은 것과 수용할 수 없는 그른 것을 밝히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정강길님의 작업은 자유주의 신학을 토대로 한 현대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가 초자연적인 일들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열 재앙은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홍해 도하에 대한 기록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가나안 정복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로 기록된 내용들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동정녀 탄생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을 기록한 이들의 신앙고백이라고 합니다. 곧 기록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초자연적인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제 때문입니다.

반면에 제가 따르는 입장에서는 초자연적인 일들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일들을 행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생하였다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일들을 행하실 이유가 있었고 필요를 따라 그렇게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시고 그분이 그러한 일들을 행하셨다면 그 내용들이 사실이 아닐 이유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수용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한 이들이 수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면에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 초자연적인 일들을 거부한다면 설명을 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초자연적인 일들을 행하시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지만 하나님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초자연적인 일들을 행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시고 기록된 그러한 초자연적인 일들을 행하셨는가 아니면 행하지 않으셨는가를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관계를 명백하게 밝히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이 시대의 누구도 목격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주장이 옳은가를 유추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뭔데?”라는 질문을 하면 됩니다.

이집트 탈출에 있어서 열 재앙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뭔데? 홍해 도하에 있어서 기록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뭔데? 동정녀 탄생이 아니다. 그렇다면 뭔데? 예수님의 부활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뭔데? 이 질문은 기록된 기적 전후의 문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심판으로서 열 재앙이 아니라면 뭔데? 자연 현상일 뿐이라면 어떻게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자연 현상이라면 복구를 위하여 이전보다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노예들에게 더 많은 일들을 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하여야 하는 노예들을 내보내었다. 이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미치지 않았다면 불가능합니다. 설령 그가 미쳐서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신하들의 반대로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왕과 신하들이 집단적으로 미쳐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왕과 신하들이 집단적으로 미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켜주었다. 이는 열 재앙보다 더 놀라운 이적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간섭하셔서 홍해를 건너게 하신 것이 아니면 뭔데? 조수간만의 차이었다면 어떻게 이스라엘이 홍해를 무사히 건너서 가나안을 향하여 갈 수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이집트 군사들도 동일하게 홍해를 건넜을 것입니다. 복수를 위하여 뒤를 좇아간 이집트 군사들입니다. 이스라엘과는 달리 창칼을 들고 전차까지 갖추었습니다. 도륙만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집트로 끌고 가서 노예 생활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아무런 해도 받지 않고 가나안으로 갔다. 이 또한 군사들이 집단적으로 정신 이상에 빠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나님의 역사로 홍해가 갈라지고 바람으로 바닥이 건조해져서 이스라엘이 건너고 물이 다시 흘러서 뒤따라오던 이집트 군사들이 수장되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이적입니다.

동정녀 탄생이 아니라면 뭔데? 하나님의 독생자가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 성육신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와 성 관계를 가지지 않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되어 예수님이 탄생하셨다는 것이 동정녀 탄생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하여 태어나는 경우밖에 없습니다. 정자의 주인은 아버지이고 난자의 주인은 어머니입니다. 사람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고 태어났는데, 본래는 하나님의 독생자였다. 두 사람이 성관계를 통하여 자식을 낳았는데, 그 자식이 본래 하나님의 아들이었다는 말입니다. 이는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이적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지는 않았다면 뭔데? 예수님이 공생애 중에 하셨던 말씀도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에 의해 죽음의 권세가 깨뜨려지지도 않았다는 말입니다. 죽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수님의 죽으심이 대속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사람이 허물과 죄에서 놓이는 일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예수님이 사람다운 사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좋은 본이고 그가 보여준 본을 따르려는 것일 뿐입니다.

부활장이라는 고린도전서 15장을 읽으면 부활을 직접 경험하였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글 읽기만 되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어떻게든지 변경하려고 합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부활을 말하고 있지만 나- 또는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기록 자체가 부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그 본문을 읽고 예수님의 부활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해 문자주의라는 팻말을 덧씌워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초자연적인 일들은 사실이 아니라 신앙고백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뭔데?”에 대해 답변을 하여야 합니다. 현대인의 지성으로 납득이 되는 답변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 설명은 없이 신앙고백일 뿐이라는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기기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무조건 믿어라”에 해당됩니다.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운운하는 것이야 말로 놀랍기만 한 모습입니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한 가지 추가합니다. 기록된 내용이 가지는 의의를 무시하고 기록된 내용의 사실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의를 제대로 설명하기만 했다면 그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기록된 내용들이 사실이고 제대로 된 의의도 함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의의만 중요하고 기록된 내용이 사실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 박창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