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 148쪽에 적힌 내용입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민족성을 언어, 종교, 의복풍습, 매장풍습, 세부적인 금기식품 등 수많은 방식으로 표시한다. 초기 이스라엘인이 된 고원지방의 유목님과 농민이 남긴 단순한 물질문화 유적은 그들의 언어 갈래, 종교의식, 복장, 매장풍습을 뚜렷이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식생활 습관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한 가지 밝혀졌다.

고원지대에 있는 초기 이스라엘인들의 작은 마을 유적에서 발굴된 짐승 뼈 무더기는 한 가지 중요한 면에서 그 지방의 다른 곳에 있는 정착지 유적과 다르다. 즉 이스라엘인의 거주지에서는 돼지의 뼈가 발견되지 않았다. 여러 고원의 초기 정착지에서 발견된 뼈 가운데에는 돼지 뼈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후 철기시대 이후의 여러 정착지에서도 돼지 벼가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조시대인 철기시대 고원지대에서는 돼지를 요리하여 먹거나 사육하지 않았다.

같은 시대인 척리시대 1기의 해안지방 블레셋인 거주지에서 발굴된 동물 뼈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돼지 뼈의 수가 놀랄 만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초기 이스라엘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으나 블레셋 사람들은 분명히 먹었다. 또 우리가 단편적인 자료를 토대로 결론 내릴 수 있는 바와 같이 요르단 동부지역의 암몬인들과 모압인돌도 돼지고기를 먹었다.

돼지고기를 금지한 풍습은 환경적 혹은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돼지고기를 금지한 풍습은 요르단 서쪽 고원지방과 여러 마을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구체적인 정체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단서일 가능성이 있다. 원조 이스라엘인들이 돼지고기를 금기식품으로 정한 것은 그들의 적인 주변의 부족들이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주민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구분되는 음식조리 관행과 식생활 풍습은 민족간의 경계선을 만드는 두 가지 방식이다.

일신교 숭배와 출애굽 및 하나님과의 언약에 관한 전통은 훨씬 후대에 덧보태진 것이 분명하다. 상세한 율법과 식생활 규칙을 담은 성경 원전이 만들어지기 500년 전에 이스라엘인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식품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대의 유대인들이 그러하듯이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고고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오래 된 이스라엘인의 문화관습을 지속시키고 있다.”

원조 이스라엘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은 고고학적인 근거가 있는 사실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저자는 일차적으로 추측을 합니다. 그가 제시한 가능성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얼마나 유치한 추측인지 모릅니다. 적인 주변의 부족들이 돼지고기를 먹었기에 그들과 다른 민족임을 드러내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니요? 같은 고기를 먹으면 같은 민족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것으로 어떻게 다른 민족임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일까요? 아무리 우리 눈앞에 없는 고대인이라고 해서 그런 기본적인 생각도 없는 사람들로 만들 권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이주해 온 민족이 아니라 원래부터 가나안에 살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말은 가나안의 민족들과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혈통에 있어서 차이가 없고 사는 지역도 같았는데,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주장하는 바와 모순되는 글을 적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뒤에서는 그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 근거로는 일신교 숭배와 출애굽 및 하나님과의 언약에 관한 전통은 훨씬 후대에 덧보태어졌음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경 비평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모세 오경으로 불리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가 주전 700년경에 기록된 것이라는 입장의 반영입니다.

그런데 이런 입장은 비평주의 신학자들의 입장일 뿐입니다. 신학계에서는 이러한 입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 오경으로 불리는 책들이 모세에 의해 쓰였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입장에 의하면 원조 이스라엘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 것은 아주 잘 설명됩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세우신 언약의 한 내용으로 돼지고기를 금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런 면에서는 잘 지켰습니다. 돼지고기 외에도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이 있었기에 얼마든지 먹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위의 다섯 책들이 모세 오경이라고 불린 것은 그 책들을 처음에 간직하였던 유대인들로부터입니다. 그런데 비평주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가설을 앞세워서는 다 뒤엎어버립니다. 그리고는 학계를 지배하고 정설로 만들어 그것과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입니다.

문서설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토라가 몇몇의 일관성 없는 각각의 독립적인 문서들이 채택되어 조합된 모습으로 작성되었다는 이론을 말합니다. 이론적인 배경은 가설입니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을 엘로힘으로 기술하는데 2장은 야웨로 기술하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저자의 작품이라는 식입니다. J(야웨스트), E(엘로히스트), D(신명기 작자), P(제사장적 편집자). 이 설은 점차적으로 19세기에 걸쳐, 4가지 주요 자료, 일련의 편집자들에 의해 최종적인 형태로 조합된 것이 되었다는 설로 발전되었습니다.

창세기를 생각하면 아주 긴 글입니다. 그 글은 하나의 형식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이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기술에 있어서도 그 내용으로 인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아니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창세기 1장의 경우에는 천지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기술이기에 전능자를 뜻하는 엘로힘을 사용하였습니다. 창세기 2장의 경우에는 언약 관계가 수립되어 언약에 대한 반응을 말하기에 야웨를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님을 가리키는 단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차이가 생기는 것이 정상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그런 행태- 자유주의 신학에 입각한 현대 신학-를 수용하고 열심히 추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성경의 가르침의 사실됨을 부정하는 데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정강길님의 태도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받아들인 그러한 내용들에 대해 알면 다 자신과 같이 수용하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내용임에도 “자연세계의 일반법칙을 넘어서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신념에 부합되면 수용하는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살았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 조상들이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전혀 신빙성이 없는 것입니다. 그 조상들은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다가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살았습니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하였을까요? 성경(서)의 증언은 아주 명백합니다. 그 증언을 거부한다면 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능한 어떤 설명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적은 일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경(서)에 기록된 내용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를 주기장창 반복하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떤 책을 읽어보라는 것도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그런 류의 내용일 여지가 많은데도 그런 글을 적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일 뿐입니다. 자신이 스스로의 입장을 밝히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글과 같이 자신이 소화한 내용들을 밝히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없이 회피하기만 하면서 여전히 나의 입장은 정당하다는 태도는 너무나도 비합리적이고 비신사적인 것입니다. 웬만하면 그런 태도에서 벗어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