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와 기자제휴 된  김세진 기자의 기사입니다.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 대는 /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 시인은 '향수'에서 그의 고향 옥천을 그리면서 '꿈엔들 잊힐리야' 하며 노래했다. 하지만 몇 십 년 전 그가 격찬했던 '옛이야기 지줄 대며 휘돌아 나간다'는 실개천은 이제 옥천에 없다.

옥천을 가로지르는 금구천은 멀리서 봐도 기름이 떠 있었다. 냄새도 역하다. 개천 양쪽에는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다. 그곳에서 술 마신 사람들이 노상 방뇨를 하기도 한다. 폐타이어가 버려져 있고 부서진 의자들도 아무렇게 나뒹군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병이 있는 것은 기본이다.

읍내 사람들 아무도 개천을 청소하지 않는다. 그래서 옥천의 청소년들이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이들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타난다. 이들이 '옥천홀리클럽봉사단'이다.

청소하느라 욕보네

이들은 지난겨울에는 옥천 시내를 청소했고 올 4월 들어서는 개천을 청소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현장 조사를 나갔는데 생각 없이 지나칠 때는 잘 안 보였던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 쓰레기도 있고 이끼도 지나치게 많고 거품이 떠다녔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아이들이 직접 청소하기로 했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남녀 청소년들은 이날도 주님의교회에서 모여 출발했다. 봉사단 단원들이 다 이 교회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중 네 명만 교인이다. 주님의교회는 일종의 센터 역할이다. 출발하기 전에 이곳에서 모여 봉사단 조끼를 입고 쓰레기봉투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곳에 돌아와서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활동 일지를 정리한다.

이날 계획은 장화와 집게, 장갑 들을 갖춰 청소하러 나가는 것이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미리 현장 조사를 했을 때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았다. 가져오기로 해 놓고서는 정작 당일에는 모두 빈손으로 왔다. 누군가 가져오겠지 생각했다.

할 수 없이 맨손으로 청소했다. 막대기 등의 도구를 이용해서 쓰레기를 집었는데도 결국 손이 까매졌다. 형이 아끼는 옷을 빌려 입고 나왔는데 구정물이 묻었다. 새로 산 신발은 유리 조각 때문에 구멍이 났다. 청소거리가 많아서 한 시간 남짓을 했는데도 120미터밖에 못 갔다.

서로 개천 한가운데 들어가서 쓰레기를 주우라고 떠밀기도 하고, 폐타이어 하나 개천에서 건져 내고는 같이 딸려 나온 이름 모를 생물을 살려 주느라 부산했다. 쓰레기봉투가 찢어지고 구정물이 튀자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욕보네" 하며 격려하자 아이들이 환하게 "고맙습니다" 하고 화답했다. 다훈이(16)는 "칭찬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어른들이 알아주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 옥천홀리클럽봉사단 아이들이 개천에서 주운 쓰레기를 분리하면서 더럽다느니, 많다느니 말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들도 공을 쳐다보는 눈빛은 진지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 재남이는 축구반 반장답게 매주 축구 경기가 끝난 후 아이들이 버린 물병을 치운다. ⓒ뉴스앤조이 윤희윤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돕는 '청소년 성취 포상제'   청소년과 만나고 싶어 했던 오필록 목사는 좋은 매개체를 발견했다. 감리교에서 온 메일을 열어 보니 '청소년 성취 포상제'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세계 130개국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감리교에서도 도입하니 원하는 목회자는 시작하라고 했다. 포상제는 청소년이 네 가지 영역에서 균형 잡히게 자라도록 돕는 제도다. 신체 단련, 자기 계발, 봉사 활동, 탐험 영역에서 자신이 정한 일정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네 가지 영역에서의 활동을 적어서 보고하고 포상 담당관들은 이를 돕는다. 각 영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청소년 개인이 결정한다. 줄넘기를 해서 신체 단련을 할지, 등산을 할지, 배트민턴을 할지, 좋아하는 언어를 공부해서 자기 계발을 할지, 악기를 배울지, 연극을 할지 등을 자신이 결정한다.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인영이(19)는 만화를 보다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도움이 필요해 학교 선생님을 찾아갔고, 전국에서 하는 일본어 연극 대회에 나가서 연극도 했다. 옥천 주님의교회는 '청소년 성취 포상제'를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다. 이전부터 하고 있던 축구단은 청소년 신체 단련 영역으로 넣었다. 봉사 활동 영역을 위해서 '옥천홀리클럽봉사단'을 만들었다. 자기 계발 영역에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어서 주일 오후에는 악기 교실을 열고 있다.         ▲ 옥천교회 연합 찬양단 리더 이보권 씨(36·가운데)는 옥천의 청소년들에게 기타를 무료로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씨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기쁘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옥천에 있는 교회들의 연합 기관인 프레이어찬양단원을 초청해 원하는 아이들에게 기타와 드럼 연주법을 가르쳐 준다. 목표는 명확하다. 3개월 내에 교회에서 반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매주 주님의교회와 주사랑교회에서 번갈아 가면서 악기를 배운다. 물론 모든 것은 무료다. 청소년들도 그냥 와서 배우고 선생님들도 좋은 뜻으로 봉사한다. 주님의교회는 청소년의 학부모를 초청해 '청소년성취포상제'에 대해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오 목사는 인근 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포상제를 도입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중에는 일정 교육을 받고 아이들의 활동을 돕는 포상 담당관이 된 사람도 있다. 축구단에서 코치 역할을 하는 천성수 씨는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았다. 오필록 목사는 "주입식 교육만 받는 아이들이 포상제를 통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경험을 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지지하지 못하는데 포상 담당관은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가끔 오 목사도 애가 탈 때가 있다. 포기하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만나면 그렇다. 그런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하고 동기 부여한다. 어른들이 말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은 아이들도 또래가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전을 받는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이 변하는 것이 오 목사는 뿌듯하다. 옥천에 있는 교회들의 연합 기관인 프레이어찬양단원을 초청해 원하는 아이들에게 기타와 드럼 연주법을 가르쳐 준다. 목표는 명확하다. 3개월 내에 교회에서 반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매주 주님의교회와 주사랑교회에서 번갈아 가면서 악기를 배운다. 물론 모든 것은 무료다. 청소년들도 그냥 와서 배우고 선생님들도 좋은 뜻으로 봉사한다. 주님의교회는 청소년의 학부모를 초청해 '청소년성취포상제'에 대해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오 목사는 인근 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포상제를 도입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중에는 일정 교육을 받고 아이들의 활동을 돕는 포상 담당관이 된 사람도 있다. 축구단에서 코치 역할을 하는 천성수 씨는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았다. 오필록 목사는 "주입식 교육만 받는 아이들이 포상제를 통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경험을 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지지하지 못하는데 포상 담당관은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가끔 오 목사도 애가 탈 때가 있다. 포기하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만나면 그렇다. 그런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하고 동기 부여한다. 어른들이 말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은 아이들도 또래가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전을 받는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이 변하는 것이 오 목사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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