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는 일종의 법정스님 신드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메마른 사회속에서 박탈된 도피처로서 법정스님의 글을 위로받는 소스가 없어졌다는 박탈감에서 오는 허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유소유 혹은 과소유인데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반사적 심리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지요.

법정 스님이 입적한 후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의 유언에 따라 <무소유>를 포함한 모든 출판물을 절판한다는 소식에 전국의 서점과 헌책방에서는 때 아닌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소장가치와 돈을 벌기 위해 무소유의 초판을 비롯해서 법정스님의 책을 구하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1993년에 출판된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이 옥션에서 110만5000원에 경매가 됐다고 합니다. 또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는 <무소유> 중고 책 한 권의 경매가가 21억 원까지 치솟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정스님께서 이 사실을 안다면 환장할 일입니다. 정말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맘몬신을 섬기는 속물들은 법정스님을 모독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을 구하느라 야단을 친다는 뉴스는 보아도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실천 하겠다고 작심을 하거나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법정스님의 책을 소장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진실로 법정스님을 존경하고 그분의 책속에 묻어 있는 사상에 동의하고 따른다면 이런 난리소동을 벌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교의 근본 사상은 공(空)입니다. 무소유는 당연한 실천인데 왜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새삼스럽게 세간의 화제가 될까요? 그건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무소유가 신선하게, 새롭게, 경이롭게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소유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를 넘어 신자유주의 시대에 산사에서 속삭이는 무모한 무소유가 어떤 인간의 원초적인 향수를 자극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목사의 법정스님 무소유 사상을 비판 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분의 논리가 수긍이가는 점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하나는 알고 하나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정스님도 인간입니다. 그분도 전적 타락의 죄성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한국교회안에서 법정스님 보다 더 무소유로 실천하며 살아간 인물도 많이 있지만 왜 법정스님과 같이 사회에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건 기독교가 종교로서의 보편적 가치와 신선함을 상실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너무도 속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독교가 신선하고 새롭게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독교의 정체성이 퇴색되었기 때문이지요. 목사의 사회적 가치가 너무 평가절하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영적 공동체이기 보다는 마케팅적 아니면 다단계적 공동체, 추잡한 공동체, 말썽 많은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게 인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라는 집단이 이익집단으로, 장사하는 소굴로, 말 많은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신학교 나왔으니까 목사로, 당신은 헌금 많이 했으니 장로로, 장로부인이니 체면치례로 권사하고, 당신은 신앙생활 오래 한 반면 헌금을 많이 못했으니 장립집사로 신앙의 소꿉놀이하는 실체를 일반 사회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기에 법정스님 같은 분들의 무소유 사상에 심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불교는 이미 기본점수가 주어졌습니다. 산속의 자연환경 속에 파묻힌 지리적 환경의 격리된 신비감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조용한 산사에 풍경소리, 나무와 풀들, 나비와 새소리, 바위하나, 돌 하나에도 도시사회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에너지가 있는 반면 교회는 그런 요소가 전혀 없다는 데 원천적인 불리함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산사에서 진행되는 탬플 스테이가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만약 교회가 기도원 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대중들에게 여론조사를 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아마도 시끄럽게 기도하고 입에 게거품 물고 무당 푸닥거리 하듯 설교하는 장면을 연상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태적, 치유적, 영성적, 수행적, 실천적 개념의 새로운 기도원의 정립을 모색 해 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교에서도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절과 땡 중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관광지 입장권의 수익을 둘러싼 잡음들. 조계종의 총무원장의 감투자리의 잡음, 조계종 폭력사태 등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개 되고 있는 조계사와 봉은사의 알력이 그렇습니다. 불교의 내막이 이러하기에 법정스님과 같은 분이 위대하게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법정스님도 물론 전적타락의 죄성의 그늘에 있는 죄인이기에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감추어진 모습도 많이 있을 겁니다. 허지만 억지로 폄하하지는 말자는 거지요. 법정스님 자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텅 빈 충만을 느끼라면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러시아로 인도로 해외여행을 안방 드나들듯이 하시는 법정스님께서는 일반 아둥 바둥 살아가는 서민들을 향하여 소유하는 것은 집착이고 탐욕이니까 버려라, 버려라, 버려라, 버리고 텅 빈 충만을 느껴라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따짐은 교회 안에서 부터 먼저 따져야 하는 게 순서입니다. 교회안에서 목사들이 설교와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것을 방치하고 법정스님의 언행 불일치를 따지는 것은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입니다. 그런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사람들이 할 일입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사회 사람들이 오히려 공정한 비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 안에도 법정스님보다는 오히려 평생 외국을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무소유를 실천한 한국의 프란시스코라 불리는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 같은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맨발의 천사 최춘선 할아버지 같은 분이야말로 무소유의 실천가인 셈입니다. 장기려 박사님도 계십니다. 그렇다면 왜 법정스님과 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을까요? 그건 우리 교회전체의 원천적 책임입니다.

한국교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신뢰도 추락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교회와 먹사들의 말잔치의 인플레에도 그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어떤 브랜드 명품목사가 죽었다 가정한 후 그 분의 설교집이 무소유 책처럼 세간의 관심을 받을까요? 죽었다 깨어나도 아니 예수님이 재림 하신다 해도 불가능 합니다. 그만큼 교회의 신뢰도와 목사의 존경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법정스님과 같은 잔잔하고 간결한 삶의 언어로, 깨우침의 복음으로, 자연의 언어로, 수필 같은 복음의 진리를 메마른 사람들의 폐부 깊숙이 숨어들게 할 목사가 있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오로지 복 받아라, 출세성공해라, 돈 벌어라, 헌금 많이 해라 등등의 세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설교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저질스런 개그로 코메디로 복음을 개그화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속에 지구환경을 아우르는 생명체를 귀히 여기는 생명사상과 환경보존의 당위성을 고결한 언어로 돈으로 얼룩진 세속의 사람들을 삶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글로 펼친 목사는 전무합니다. 은퇴후에 산속에서 조용히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자신이 살아온 신앙세게를 반추하여 감성적이고 잔잔한 수필 같은 신앙의 언어로 쉽고 간결한 필체로 무소유와 같은 글을 쓰는 목사님이 등장하기를 고대합니다.

온통 돈이 최고인 가치로 생명까지도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 사람들의 더럽고 때 묻은 마음을 씻어주고, 위로해주고 예수그리스도 진리를 쉽고 알아듣기 쉽게 언행일치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와 닿기 보다는 불신의 집단으로 인식되는 마당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한국교회가 사회의 희망의 등불이 되고 신선함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교회의 이미지, 복음의 이미지를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