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성직자를 스님, 기독교의 성직자를 목사라고 합니다. 불교의 성직자 호칭으로 승려 혹은 중이란 말이 있지만 보통 스님으로 존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교회 목사는 목사님으로 존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님과 중의 차이를 누가 설명하기를 깨달은 중은 스님이고 깨닫지 못한 스님은 중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님과 비슷한 말인 스승이란 말도 있습니다. 스승이란 스스로 깨닫고 아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종교를 초월해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분을 스승님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이 불법의 진리를 수행하는 스님의 대열에서 이탈한 중을 땡 중이라고 한다면 기독교에서 적용해 보면 복음을 깨달은 성직자는 목사로 복음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막 되먹은 삯군목사를 먹사로 표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미 우리사회의 여론형성이 그렇게 인지되어 있기도 합니다. 여하튼 인간세계에서는 깨달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사람이 있기에 불교에서는 땡중으로 기독교에서는 먹사로 비하하고 있는 가 봅니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청량제 역할을 하셨던 법정스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불교용어로 말하면 열반, 입적하셨습니다. 속속들이 파고들면 법정스님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표면상으로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숲을 보면 아름답게 보아지지만 정작 그 나무 밑에 가면 온갖 더러운 게 보이게 되는 것은 인간세계의 전적타락 죄성의 그늘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아뭏튼 법정스님은 보통 스님과는 다른 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마음을 담을 글로 대중에게 닥아 선 점이 다른 스님과 다른 부분이겠지요. 그런데 법정스님의 절판유언에 법정스님의 책들의 품귀현상과 무소유의 책이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우리사회의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이 답답함을 어찌 달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독교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지만 일말의 종교적 양심이 있다면 이번 법정스님의 입적을 보고서 많이 깨달아야 하는데 이런 반응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성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법정스님을 폄하하고 무소유의 삶을 대수롭지 않는 것처럼 비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신앙인이기 이전 인간으로서의 상식적, 보편적 삶이 얼마나 멀어져 있는 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산속에 있는 모든 스님들이 법정스님과 같은 스님이라면 구태여 법정스님의 이름이 부각되지 않았을 겁니다. 스님무리들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즉 희소성의 원리로 법정스님이 유명하시게 된 것이지요. 반면에 진짜 무소유로 사시는 스님들은 무소유로 산다고 말하지 않는 자체가 무소유의 삶이라고 하더군요.

자신의 존재를 굳이 들어 내지 않는 것도 일종의 무소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법정스님은 자신의 존재를 글로써 나타내려고 하였으니 유소유를 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명예나 인지수입으로 봐서는 보통 스님과는 다른 과소유를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던 법정스님은 글로 사부대중에게 인기를 끈 것은 사실입니다. 언행일치가 안 된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기독교의 목사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은 글속에 표현된 그분의 잔잔하고 간결한 삶의 언어로, 깨우침의 죽비로, 자연의 언어로, 수필 같은 불법의 진리로 메마른 사람들의 폐부 깊숙이 숨어들게 하였습니다. 마치 인간성이 별로인 목사가 설교는 하나 잘하여 성도들에게 은혜를 받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법정스님께서는 모든 삼라만상의 생명체를 귀히 여기는 생명사상과 환경보존의 당위성을 고결한 언어로 돈으로 얼룩진 세속의 사람들을 삶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글로 펼쳤습니다. 온통 돈이 최고인 가치로 생명까지도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 사람들의 더럽고 때 묻은 마음을 씻어주고, 위로해주고 부처님의 진리를 쉽고 알아듣기 쉽게 언행일치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와 닿았기에 중생들이 존경하고 따랐던 것이지요.

어떤 몰지각한 목사는 무소유는 곧 죽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많이 소유해야지만 살 수 있고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그 돈으로 전도도 할 수 있다.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그것을 나눠야 한다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무”자로 모르는 무식의 소치입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이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일단은 긍정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허지만 그 속에는 호기심으로, 구경꾼으로 바라만 볼뿐 자신은 무소유를 실천 할 생각은 없이 유소유 특히 과소유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무소유 책을 아무리 수 백 번 읽었다 하더라도 단순히 감성을 자극받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겠지요.

사람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정스님께서 글로는 모든 사람들이 혹할 정도로 감성적인 필치로 많은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지만 그분의 삶속에서는 그러지 않는 면도 분명이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어두운 면은 들어내지 않고 표면적 무소유의 사상과 책의 내용에 감동받아 그분을 존경하고 흠모하리라 생각합니다. 포장된 부분을 벗겨내면 실망할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일단은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만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사복음서는 말할 것도 없고 디모데전서6장7절~8절에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가지 못하리니 우리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이 말씀과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다른 것이 뭐 있겠습니까. 무소유는 복음의 내용입니다. 단지 법정스님께서 모든 것을 버리라는 무소유의 법어가 적시타로 인기를 끌었던 것인 반면 교회는 소유욕으로 헌금하라고 극성을 부리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었기에 사회부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복음의 내용을 먹사는 유소유로 과소유로 변질 시키고 있습니다. 특히나 구약성경을 인용해서 소유를 많이 하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받은 증거라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무소유의 복음을 실천 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회개해야 할 일입니다. 불교의 대부분 스님들은 그래도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성직자입니다. 개중에 극소수로 땡 중으로 행사하는 중도 있지만 기독교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으로 먹사가 대부분이고 존경을 받는 목사님은 극소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