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목회에서 작은 언쟁이 벌어졌다. 나와 언쟁하던 그 언니는 제법 규모가 알찬 중소형교회의 권사님인데 평소에도 나와 교회문제에서는 코드가 달라 이견을 보이곤 했다.

대부분 비신자인 친목회 회원들은 그런 우리 두 사람을 보면서 흥미로운 비교를 하곤 했는데... 그날 우리는 참치회를 먹고 있었다. 회원 중 유일한 남자 회원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 목사들은 보통 월급이 얼마나 돼? " " 천차만별이지...뭐. 교회규모에 따라 많이 달라. " 그러자 나와 동갑내기 여자회원이 말을 받았다.

" 신혼 때 내가 살던 빌라 윗 층에 개척교회 목사님 사택이 있었다...? 근데 내가 요렇게 보면, 교인들이 김치 해가지고 오고, 와서 청소해주고 가고, 과일이 때마다 배달되고, 뭐 고장난거 있으면 교인이 고쳐주고 가는거야... 그래서 내가 신랑한테 자기도 목사나 하지 그랬어...(좌중에 폭소) 그랬다니까... 진짜 목사님들 너무 좋은 직업인거 같애.."

좌중에는 악의없는 웃음이 터졌는데 그때 권사 언니가 반론을 제기한다.

"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목사님들이 힘들게 일하는지 알아?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면 존경도 받고, 물질적으로 안정도 되고 그런건 사실이야. 노력한 만큼 하나님이 축복해주시면 누릴 수도 있는거잖아.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얼마나 몸부림치면서 금식하고 기도하고...어우, 정말 내가 옆에서 이렇게 보면 그 길은 너무나 험한 길인거야... 교회를 하나 키우고, 성도들을 하나씩 길러낸다는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국물만 빨면서 일부러 고개숙이고 듣던 내가 못 참고 한마디 했다. " 언니. 목사 아니어도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성도들도 다 그 정도 고생은 하면서 살아. 그게 목사만 특별히 당하는 고생이유? 사업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호떡 장사를 하든 먹고 사는 일이 다 힘들어. 요만한 애들도 추운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다니느라 힘들어. 인생이 다 힘든거지 뭐 목사만 대단히 특별한 고생 하는것처럼 그래..? '"

" 아니, 물론 그렇지! 그런데 자기도 알지만 목사님들이 영적 전쟁하면서 교인들 길러가기가 어디 쉬워? 그거 보통 세상사람들이 하는 이런 일하고는 틀린거야! 우리 교회는 요즘 목사님 사례비도 못 드리고 있다니까? "

그럴리가....사례비를 못 주다니... 대기업 간부 사모님께서 밤이고 낮이고 열혈봉사하시는 그 교회.... 우리 동네에서도 가까운 곳인데 과 성장주의의 전형을 보이는 교회 아니던가!

" 월급이 왜 안 나와? 언니네 교회 튼실하잖아! " 그러자 회원들도 궁금해 하는 눈치.. " 아이, 물론 그렇지,. 우리 교회는 정말 헌신적인 성도들이 많아서 괜찮긴 하지..." 그때 머리속을 확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개혁카페에서 발달된 감각인가?

" 뭐... 교회당 건축하는거야? "
" 으응... "
' 대출 얼마 받았는데? "
" 아니..뭐...(왠지 말하기 어색해하며) 대출도 신청한게 다 안 나오긴 했는데 일단 20억 받아놨지...그것도 하나님이 기가막히게 인도하셔서..어머, 나 그 간증도 해야겠다....!!"
" 잠깐! 원래 가진 돈은 없이 다 대출이야? "
" 준비한거야 뭐 얼마 안되지..2억.."

이..이 도대체....기본적인 경제관념도 없는 이 사람들......정말 뇌가 있는걸까...?? 썩소를 지으면서도 우리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회를 집어먹는 회원들을 앞에 두고 나는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래놓고 사례비 안 나온다고 목사라는 직업이 가시밭길이라는거냐며 한참을 왁왁 쏘아댔다. 그게 누구를 위한 건축이냐, 도대체 사업을 해도 그런 미친 확장을 하면 다 망하는거 아니냐, 근데 그 욕심을 부려놓고 목사가 금식하는게 불쌍해서 가시밭 운운했냐, 그거 지어놓고 갚으려면 또 얼마나 쥐어짜야 하느냐......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비 넘길때까지 숨만 쉬면서 견뎌보자고 인사처럼 주고받는 이 마당에!

언니는 필사적으로 방어하면서 교회 땅을 사서 준비해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대출을 받으면서 하나님이 인도하셨다는 증거로 보이는 일화등 갖가지 주장을 펼쳤으나 그 이후의 말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 그렇게 분수에도 안 맞는 짓을 하려니 금식하고 목이 터져라 찬송하고 악을 쓰며 기도해야겠지. 도대체 누가 시키지도 않는 고생을 오로지 허영 때문에 시작해놓고 지금 누구보고 그 직업이 가시밭길이라고, 월급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중이라고 감동을 강요한단 말인가!

모임 후, 자기 신랑이 목사였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친구가 집으로 전화해와서 이렇게 말했다.

"너랑 언니는 같은 교인인데 생각이 왜 그렇게 달라? 나 그날 속으로 웃겨 죽는줄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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